대학신문 대이론이 부재하다
대학신문 대이론이 부재하다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4.11.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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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언론연합회 총회장 최민희

  중국의 대문호 노신이 쓴 수필 ‘적막’에 대략 다음과 같은 요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깃발을 들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벌떼처럼 달려와 줄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현실은 냉담했다...그때 나는 말할 수 없는 적막감을 느꼈다.” 
  중국에서 의학을 공부하던 노신은 낡은 활동사진 속에서 자기 동포가 일본인에게 능욕당하는 장면을 보며 히죽 히죽 웃고 있는 중국인동포들을 보고 크게 깨달은바 있어 의학도의 길을 버리고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정신 다시 말해 가치관이 온전하지 못한 백성은 아무리 몸이 건강해도 소용 닿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이후 노신은 사비를 털어 문학잡지를 발간하게 되는데 잡지가 한·두부 밖에 팔리지 않아 아무런 반향이 없는데 대해 몹시 실망했던 것이다.
  아마도 현재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주도하고 있거나 대학신문편집을 하고 있는 후배들 상당수가 노신이 느꼈을 적막 혹은 고독, 더 나아가 자괴감 비슷한 감정에 빠져 있을지 모르겠다.
  그 비슷한 감정은 필자도 학생시절에 많이 느꼈던 것으로 “아, 나는 민주주의의 대의를 위해 몸 바치고 있는데 왜 내 친구들은 대의에 무심한 것일까” 혼자 한탄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한때는 10.26사건으로 박정희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광주항쟁이 터져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상
황에서도 취직시험에 몰두하고 있는 선배들이나 학점 따기에 여념이 없는 학우들을 보며 서운하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민주화를 위해 학생운동의 일선에 서겠다고 나섰던 필자류나 도서관 혹은 학원에 틀어박혀 취직시험에 몰두했던 학우들 누구도 시대의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시절이었다. 지금 돌이켜 그때를 생각하면 “왜 학점이나 취업 같은 현실적 문제들에 대해 그토록 문외한이었을까”하는 반성과 함께
대의에 사로잡혀 평범한 학우들의 일상적인 삶에 무관심했던 것에 대한 자책감이 밀려온다.
 

 학우들의 일상적 관심에 눈 돌리는 대학신문
  1970년대 암울한 유신정권하에서 대학신문은 정치적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못했으나 대학인들의 실존적인 고민과 아카데믹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편집으로 외면 받지 않았다. 80년대, 특히 6월 항쟁이후 대학신문지면은 정치사회적 담론으로 가득 찼다.
  사회구성체논쟁을 비롯해 NL- PD논쟁들이 정면으로 다루어졌다. 70년대의 실존적 담론이나 학생대중의 일상적 관심사는 더 이상 대학신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학생대중에게 대학신문은 학생대중의 신문이 아니라 학생운동진영의 ‘선전지’쯤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나마 학생운동이 학생대중의 지지속에 활발하게 활동할 때 대학신문은 나름대로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나 학생운동이 위축되기 시작하면서 대학신문에 대한 관심 또한 급격히 위축되었다.
  한편 80년대 후반의 동구권몰락, 김대중정권 이후의 정치적 제도적 민주주의의 진전 등도 학생운동과 대학신문 위축의 배경을 이루게 되었다.
  다른 한편 신자유주의 세계화이념공세에 따른 경쟁가속화는 대학사회를 급격하게 침체시켰고 학생대중의 탈정치화현상 또한 대학신문위축의 다른 배경이 되고 있다.
  위기일수록 원칙에 충실하라는 경구는 위기의 대학신문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인 듯 하다. 대학신문은 누구의 것인가. 대학신문이 학생대중의 신문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정’으로부터 대학신문은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주의 몰락이후 ‘대이론부재’를 걱정한다. 만일 마르크스가 살아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도 마르크스는 평가하기 이전에 주어진 현실을 분석하고 또 분석했을 것이다. 대학신문이 위기를 극복하고 학생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학과 학생대중의 현
실을 분석하고 또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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