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통해 배우는 생명 존중과 생명 사랑 운동
죽음을 통해 배우는 생명 존중과 생명 사랑 운동
  • 이대 임상보건과학대학원 교수
  • 승인 2004.12.04 17: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학문을 찾아서_ 생사학

최화숙

(이화여대 임상보건과학대학원 교수/ 가정호스피스센터 책임자)


 생사학은 삶과 죽음에 관한 학문인데 우리나라에서 아직은 생소한 학문분야다.

 영어의 'Tanatology'는 ‘죽음’이라는 의미의 Tanatos와 ‘빛, 생명, 말씀, 이성, 학문’이라는 의미의 Logos가 합쳐진 글자로 그 뜻을 풀이해보면 생명과 죽음에 관한 학문을 의미한다.


 생사학에서는 죽음과 관련있는 주제에 대해 학제적으로 접근하는데 신학, 철학, 의학, 간호학, 심리학, 문화인류학의 입장 뿐 아니라 예술을 포함하는 인류문화의 모든 면에서 죽음을 연구한다.

 정신과 의사이자 종양전문의사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어느 날 자신이 암이라고 진단해준 환자들이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죽어가는 사실을 인지하고 흥미를 느껴 말기환자 이백여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1969년, 'Death on Dying'이라는 책을 출간하였는데 이를 통해 죽음에 가까운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알려지게 되었고 이후 미국에서는 호스피스 운동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게 되었다.

 호스피스는 말기환자와 가족을 전인적으로 치료하고 간호하여 인간다운 위엄을 가지고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 아니라 죽을 때까지 잘 살 수 있도록 돕고 환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유가족을 위한 사별관리를 해주는 생명존중 및 생명사랑 운동이다.

 우리나라에 호스피스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63년이고 죽음과 관련된 연구는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죽음에 대한 태도(유계주, 1974 ; 이효경, 1984), 죽음을 앞둔 환자에 대한 의료인의 태도(조영숙, 1976)등의 주제였으나 점차 임종환자와 유족의 심리상태(유준남, 1980), 임종환자 가족이 생각하는 죽음(김순옥, 1982), 죽음과 임종통고에 대한 태도(고정은, 1987) 등을 비롯하여 죽음 및 호스피스에 대한 태도(김정희, 1990), 말기암환자의 임종경험(최공옥, 1991), 호스피스자원봉사자의 죽음 의식(박석춘, 1991), 아름다운 죽음을 위한 안내(최화숙, 2002), 호스피스환자의 임종증상(최화숙, 2002) 등 호스피스와 연계된 연구로 이어져 왔다.

 이런 연구들을 통해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죽음은 삶의 정상적인 한 과정이며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살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아직 죽어보지 않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강하고 마음먹은 대로 일이 잘 진행될 때는 죽음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둘째, 죽음은 그것에 직면하는 환자와 가족뿐 아니라 의료인에게도 익숙하지 못한 문제다. 죽음보다는 삶에 더욱 집중하고 있어서 죽음은 생소하고 두려우며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잘 모르는 화두가 되어 있다.

 셋째, 잘 사는 사람이 잘 죽는다. 삶과 죽음은 같은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에 언젠가 떠날 것임을 인식하는 사람이 더욱 진지하게 잘 산다.  호스피스전문가로서 자기 삶의 의미와 목적을 깨닫고 잘 살아온 사람이 잘 죽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하고 삶을 자기 마음대로 살아온 사람, 남을 생각하지 않고, 따뜻함과 사랑을 나누지 못하고, 시대가 바뀌어도 불변하는 진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인생을 낭비한 사람들이 문득 찾아온 죽음 앞에서 허둥거리는 모습도 많이 보았다.

 넷째, 인간은 유물론적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영적인 존재다. 건강할 때는 현실세계에 집중하지만 임종과정이 시작되어 영혼이 몸에서 떠날 준비를 하게 되면 이 세계와 함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게 된다. 이는 가족이나 의료진에게는 보이지 않으나 임종에 임박한 환자들에게는 실재(實在)한다.

 다섯째, 죽음은 출생과 달리 준비할 기회가 있다. 이제 우리사회에서 죽음 문제는 더 이상 금기시 되어야할 주제가 아니다. 오히려 토론하고 준비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일은 자신이 준비할 수 없으나 앞으로 다가올 죽음의 문제는 준비할 기회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