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들이여! 날자! 한번 더 날아보자꾸나!
백조들이여! 날자! 한번 더 날아보자꾸나!
  • 김지향 기자
  • 승인 2004.12.04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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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실직여성, 살아가기 힘들다.

 사례 1. 채용정보 업체 J사이트의 경우 채용정보 코너에 성별 구분란이 있어 구인업체가 요구하는 성이 아닌 취업 희망자는 지원조차 할 수 없도록 돼있다. 영업, 마케팅 부문 사원을 모집하는 대다수 업체가 남성을 적시하고 있는 반면 비서, 경리직을 모집하는 업체들은 ‘용모단정’한 여성을 원하고 있다. ‘대표이사 비서, 고졸이상, 21-25세의 용모 단정한 여성(D사)’, ‘용모 단정한 사무 여사원 모집(S사)’ 등 여성의 외모기준을 제시한 채용광고가 버젓이 내걸려있다.

 사례 2. 경기도 H시는 얼마전 시청구내 식당 여성노동자 6명에게 근로기간 종료, 구내 식당 운영이 적자라며 5명 전원에게 해고 예고장을 보냈다. 시청 구내 식당에 근무하는 식당 아줌마 노동자들과 민원봉사실에서 공무원을 대신하여 민원서류를 발급해주던 여성노동자(일명 행정도우미)들은 그동안 생리휴가조차 받지 못했고, 연월차 휴가 없이 일해왔다. 이에 경기도 노동조합에서 그동안 미지급한 생리수당 및 휴일근로수당 등을 요구하자 H시는 식당적자 운영을 이유로 해고예고를 한 것이다. 이 여성노동자들은 일당 25,050원에 한달 중 22일 근무하여 월 51만원의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해왔다.  
 
  장기화 되고 있는 경기 불황을 타고 청년실업이 40만에 육박하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20대가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여대의 취업률은 남녀공학 취업률의 평균을 웃돌고 있지만, 여성 취업자들의 73%는 비정규직으로 언제든지 실업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나마도 기성세대 층에서는 ‘여자가 시집이나 잘 가면 되지, 취직은 해서 뭐하나’라고 생각하고 있거나, 결혼하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라고 요구하는 예비 시댁도 많다. 이런 이유 등으로 지독한 청년 취업난 속에서 많은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중고를 앓고 있다.

 여성들이 직업을 얻기 어려운 이유의 근본은 사회 전반에 깊숙이 깔려있는 ‘남녀 차별’적 발상이다. <사례1>에서 보아 알 수 있듯이, 많은 기업 등에서 제시하는 고용 조건에는 남성의 경우 별다른 언급이 없지만 여성에게만 ‘미혼, 용모단정’ 등 조건을 제시하거나 신장, 체중 등의 신체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취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여성들조차 원하는 직장에서 요구하는 ‘용모 단정’을 만들기 위해 키 크는 약을 먹거나 심지어 호르몬 주사를 맞기도 한다. 또한 연령을 제한하는 것은 능력있는 여성들의 길을 가로막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남성은 생계부양자인 반면에 여성은 생계보조자 혹은 피부양자라는 생각도 여성의 취업을 막는 큰 요소가 될 수 있다. 남성이 해고당하면 한 가족이 굶게 되지만 여성은 해고를 당하더라도 생계에 있어 큰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로 올수록 다양한 가정형태가 존재하고, 그 속의 역할분담도 ‘여자는 집안일’이라는 공식이 깨어지고 있는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여성 우선해고를 강요하는 처사는 시대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물론 여성의 인권과 능력을 무시하는 것이다. 물론 여성노동자 가운데는 어려운 집안사정 탓에 실제 생계를 책임지는 이도 있으므로 이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문제이다.

  바늘 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했다고 해서 모든 걱정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례2>에서 보듯이 여성이라면 당연히 지급되는 생리휴가도 지급받지 못하며 불안정한 고용으로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압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비정규직 여성취업자들은 언제든지 직장을  타의에 의해 그만두어야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성은 결혼하면 집안일과 병행하므로 업무의 능률이 저조할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많은 여성을 직장에서 내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여성들이 입사 당시 쓰는 계약서는 ‘결혼과 동시에 비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를 잘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직장을 얻기 위해 어쩔 수없이 계약을 하고 있다. 그래서 후에 비정규직으로 강등되고 봉급까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도 피눈물을 흘리며 감수해야하는 일이다.

 현재 여성부에서는 여성인력개발센터를 개설하여 취업전선에서 불이익을 보고 있는 여성들에게 재취업훈련과 맞춤형 취업지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여성가장을 위해 창업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 또한 여학생들에게는 유망 직종을 홍보함으로써 유용한 취업정보를 전하는 사업도 진행 중에 있다. 하루 빨리 이러한 노력과 여성들의 열정이 결실을 맺어 이 시대 백조 여성들이 사회를 향해, 자신의 미래를 향해 힘찬 날개짓으로 날아갈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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