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삶의 주체를 세우자
[사설] 삶의 주체를 세우자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5.04.0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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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라는 광고 카피는 ‘물신화’한 사물의 소유 정도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현 한국사회의 지배문화가 일상에서 관철되어 가는 모습을 잘 드러내 준다. 점차 사람이 물질에 의해 포섭되어 드디어는 물질에 의해 소유당하고 소외되어 가는 흐름에서 이제 대학문화도 자유롭지 않다. 학문이든 강의든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상품이 되어야만 살아남는 시대에 생존의 위기에 몰린 대학의 구성과 운영은 ‘자금원’인 학생들의 욕구에 맞추어 조정되고, 대학의 강의들도 덩달아 ‘매력적 상품’이 되기 위해 ‘포장’도 하고 ‘품질개선’도 하는 등 본격적으로 ‘소비자’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학점에 매달리는 학생들의 수도 늘어나면서 이제 학기말이면 자신의 학점을 재고해 달라는 교양과목 수강생들의 이메일에 일일이 답하는 것이 교수의 주요한 일상 업무의 일부분이 되었다. 벌거벗은 생존경쟁의 논리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 아래 끝 모르게 관철되어 가면서 이제 교육의 장에서도 인문학적 소통과 인격적 관계는 점차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생존’이 화두가 되고 ‘낙오’가 문화적 악몽이 된 이런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이제 단지 배부른 이야기일까?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물신과의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자아실현의 목적과 삶의 의미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단지 생존과 경쟁, 또 이를 위해 필요한 힘의 비축으로 축소되어 간다. 어떤 면에서 삶의 논리는 에누리 없는 것이어서 지금은 힘을 키워 ‘성공’하고 차후에 삶의 내용을 풍부히 채워간다는 식의 꿈은 극히 비현실적이다. 생존을 넘어서는 다양한 삶의 의미가 나의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려면 그러한 의미들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고 의미를 체화하려는 노력이 지금의 일상의 소중한 한 부분이 되어야만 한다.
  

  그나마 대학은 생존경쟁의 장을 거리를 두고 성찰할 수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드물게 주어지는 시공간이다.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제약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살피고, 또 이를 주체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자신을 삶을 기획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이리 저리 삶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시공간이 극도로 축소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생존, 성공, 출세를 넘어서는 삶의 가치를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는 풍토에서 이를 넘어서는 삶의 의미를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 작업 자체도 지속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하지만 나의 삶의 의미가 단지 “남을 누르고 내가 사는” 것으로 왜소화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의 지배적 문화풍토와 지속적인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나의 삶의 가치를 나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주체적인 시선과 태도의 씨앗을 심고 보듬는 일이야 말로 ‘생존지상주의’ 시대의 대학생활에서 이룰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성취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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