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몸담론과 사회적 시각
여성 몸담론과 사회적 시각
  • 배은정 기자
  • 승인 2005.04.09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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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아직도 남성의 시각에 머물러 있는가?

특집 기획-여성의 몸

 요즈음 현대사회에서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이 몸에 대한 담론이다. 근대적 이성이 지배하던 시대에 외면당하고 억눌려 왔던 몸이 돌아오는 것이다. 특히 여성에게 있어 몸에 대한 관심은 푸코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성을 ‘주체로 변형시키기’위한 문제이다. 그동안 여성의 몸은 생식기능을 위해 존재해왔거나 남성을 위한 성적대상 또는 가사를 위한 노동력 이외에 다른 존재였던 적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지극히 타자화되어 왔던 여성의 몸에 대한 담론이 활발해지면서 문화?사회속에서 드러나는 몸에 대한 관점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여성성(性)의 해방이나 여성성(性)의 실현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에서부터 여전히 남성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성지배적 몸의 담론을 벗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까지 혼재해 나타난다.

 이러한 다양한 몸담론에 대해 김정란(상지대)교수는 “특히 여성의 몸이 성적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다”며 미디어나 여성문학에서 여성의 몸이 처한 현실은 한마디로 “타자의 감옥”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제까지 여성의 몸은 남성을 유혹하는 섹시한 이미지로 인식되었다. 여성의 몸을 유혹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은 여성의 몸에 성적 매력을 느끼는 남성의 시선이다. 이것은 여성 스스로 주체적으로 드러내는 매력이라기보다 남성의 시선에 고정된 대상으로써의 몸이다. 따라서 이러한 인식이 여성 자신에게 내면화될 경우 여성 또한 성적 대상으로서 자신의 몸을 바라볼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물론 전적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사회적인 시각이 그러하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제될 수 있다.

 이러한 성적대상으로서의 시각은 소비주의 문화속에서 또 다른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성형수술이나 쇼핑중독 등 명목상 예뻐지기 위한 것이 자기 관리이자 자기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사실 나를 봐주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다이어트나 성형수술 등 예뻐지기 위한 여성의 노력은 자기만족으로 포장되어 여성에게 ‘마음껏 예뻐지라’는 성적인 자유를 제공하면서 빵빵한 가슴과 엉덩이로 대표되는 여성의 모습을 부각시키지만 사실은 그렇게 대표되는 이미지는 이미 상품문화적으로 가공된 것이다. 더 좋은 몸은 더 매력적인 몸을 말하는데 이것은 근본적으로 내 몸을 매력적으로 봐주는 타자의 시선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소비문화 속에서 여성의 몸은 더욱더 타자화된다.

 이에 대해 변신원(여성문화연구소)은 “사회의 다른 토대가 전혀 성숙되지 않은 채 여성의 성적주체성이 여성주체성의 대안인 것으로 확대되거나 오해될 때 오히려 여성의 성적도구화와 가부장사회와의 타협만을 조장할 가능성도 다분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분석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성적 욕구가 여성의 정체성과 동일시 될 수 없으며, 개인적인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여성의 몸을 신화 속 여신과 같은 구원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수도 없다. 또한 변씨는 “그것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똥을 친근한 눈으로 바라보며 그 모욕에 가득한 현실을 다정하게 껴안는 것이 리얼리티가 있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자본은 더욱 교모하게 여성을 상품화하고 가부장제는 보이지 않는 손과 입을 통해 철저히 타자화 된 여성으로서의 몸담론을 생산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시각에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여성에게 긍정적인 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드러나는 여성의 몸에 대한 담론들, 모성성이나 성적인 대상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들이 또 다른 방식으로 여성의 위치를 고착화시키는 이데올로기가 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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