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서 서글픈, 남자라서 속상한 대한민국 여성.남성
여자라서 서글픈, 남자라서 속상한 대한민국 여성.남성
  • 서울노동자회 부회장 황현숙
  • 승인 2005.05.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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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임금에 비해 여성의 임금은 66%에 불과하다는 공식 통계도 있다. 더구나 남성 정규직에 비해 여성 비정규직 임금은 38%에 불과하다고 한다. /

그녀와 그, 이젠 함께 갈 수 있다
황현숙(서울여성노동자회 부회장)

직장에서의 한 장면. 그녀의 책상이 어지럽다면 “참 산만한 여자야. 여자가 저래서 어디에 써먹을까!” 그의 책상이 어지럽다면 “몹시 바쁘게 일하고 있군. 참 열정이 대단해!”

그렇다면 다른 장면들은 어떨까. 요즘 초등학교에 가보면 선생님들 대부분인 80%가 여성이다. 한 학년 10개 반 중 남자 선생님이 한 분 있거나 아예 없는 학년도 있다. 그런데 막상 교장 선생님들은 대부분 남성으로 여성은 7%에 불과하다. 작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비로소 여성의원이 13%를 차지하게 되었으나 그동안 여성 국회의원의 수도 한자리수를 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요즘 여성공무원의 합격률은 절반가량이나 되지만 막상 전체 공무원 중에서 4급 이상의 고위직은 5% 수준이다.  

그렇다면 정의로워야 할 대학 내의 풍경은 어떨까. 비정규직인 대학 행정조교는 대부분이 여성이다. 대학 내에서 가장 낮은 월급을 받으나 가장 땀 흘려 일하시는 청소하시는 분들이나 식당 조리원분들도 대부분 여성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해왔던 일이고, 그렇기에 턱없이 월급이 낮은 일이라는 것이다. 남성 임금에 비해 여성의 임금은 66%에 불과하다는 공식 통계도 있다. 더구나 남성 정규직에 비해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은 38%에 불과하단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도 한 번 돌아보자.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면 남자친구는 내게 당연히 웃옷을 벗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전철의 빈자리 하나, 여성인 내가 당연히 먼저 앉아야 한다고 여기지는 않는가? 상대 남학생은 수능 점수가 더 높은 대학의 학생이어야 소개팅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데이트나 미팅 비용을 남학생 쪽에서 부담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나도 모르게 남자친구가 나보다 더 돈을 잘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더 출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비껴가려 한다면, 우선 나의 평등지수를 의심해 보아야 할 것이다.

며칠 전, 우리나라 여성의 지위는 58개국 중에서 54위라는 보도가 있었다. 아시아에서조차 최하위이다. 이런 한국의 남녀평등 성취도가 세계 58개국 중 54위라는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가 발표되고 나자 적잖은 이야기감이 되고 있다. 요즘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한탄을 하시는 어르신들도 적잖은 판에, 90년대 이후 정부에서는 적어도 여성분야 만큼은 날로 성장해 왔다고 자부해 오던 판에 더는 뽐낼 수 없는 54위라는 기록이 우리 사회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오랜 가부장제는 집안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전국 방방곡곡 어디에서나 그 위력을 떨쳐왔다. 집안에서는 가사와 육아는 어머니가, 경제활동은 아버지가 하는 것이 당연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비정상’으로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어려운 관문을 힘차게 뚫고 들어간 직장 또한 겉모습만 다르게 나타날 분 이 문화가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다. 수걱수걱 커피 심부름도 해야 참한 여직원이고, 뭔가 주장을 하려들면 ‘사회생활 적응못할 드센 여자’되기 십상이다. 물론 사회에서도 만만치는 않다. ‘치마 두르고’ 무슨 의원 출마라도 할라치면 바지 꿰찬 남성에 비해 몇 배의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 우리 가정에도 사회에도 점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고, 어느 곳에선 돌풍이 불어오기도 한다.

오랜 가부장 전통과 질서가 이제 뿌리 깊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 우선 우리가 예전의 숨막히는 질서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법에서는 보장하지만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아무도 출산휴가를 갖지 못했어도 당당하게 요구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성희롱 피해에 창피함으로 고개 숙이던 여성들도 이젠 당당하게 가해자에 대한 징계까지 요구하고 나선다. 이젠 문화의 변화만이 아니라 법.제도까지 바꿀 것을 외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분야에서나 여성과 남성은 서로 다름으로 인해 차별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서로 다름으로 서로를 보완해가며 역할할 수 있는 존재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길은 그다지 녹녹하지 많은 않다. 학교나 기업, 정부에서도 단지 통계수치 상의 여성의 지위 높이기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배울 권리, 경제생활을 할 권리, 문화생활을 할 권리 등을 여성과 남성이 나란히 지켜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여성과 남성이 진정으로 함께 서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나의 의식, 집안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작은 일부터 바꾸어 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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