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백미러
  • 승인 2005.05.2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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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대한민국을 떠나라

‘독도는 우리땅’을 외쳤던 게 언제였던가. 들끓는 애국심에, 또 일본의 태도에 분노하여 광화문에 모여 마음을 함께했던 사람들. 하지만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여론은 애국심은 온데간데없고, 나라를 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얼마 전, 가수 손호영이 국적을 포기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물론 지금은 다시 귀화하고 군대에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전히 ‘병역기피가 원인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잠재우기는 힘들다. 또한 며칠 전에는 대통령 자문 동북아 시대, 문정인 위원장의 아들이 국적을 포기함으로써 올해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국적포기를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이미 일반화 된 듯하다. 기회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국적포기는 더 이상 한 사람의 선택이 아닌, 당면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원정출산의 악용을 막아보자는 취지로 개정된 국적법. 하지만 원정출산의 이면에는 시민권을 쉽게 얻을 수 있고, 따라서 병역 면제가 가능하다는 특혜가 존재한다. 이러한 특혜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약삭빠른 사람들은 원정출산이 불가능해지자 현재 ‘국적포기’라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국적포기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하나의 기회로 삼기 위해 악용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얼마 전 PD 수첩에서는 자녀의 국적을 포기하게 만든 어머니들의 인터뷰를 방영한 바 있다. 인터뷰에서 어머니들은 국적을 포기하면 병역이 면제될 뿐 아니라 대학 입시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으로 분류되면 특례 입학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쉽게 대학에 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내신 제도가 새롭게 바뀌면서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어려워짐에 따라 고등학생들이 광화문에 모여 촛불시위를 하고, 또 내신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을 하는 고등학생이 생기기도 하는 등의 안타까운 사례를 모두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을 자식으로 둔 대한민국의 모든 어머니들과 밤잠 아껴가며 공부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일말의 미안함도 가지지 않은 채 ‘국적포기’로 대학에 들어갈 기회를 얻겠다는 어머니들의 태도는 뻔뻔하기 그지없다.

나라를 포기하는 사람들. 더욱이 팬들의 사랑으로 돈을 버는 연예인이나 우리나라를 이끌어 간다고 하는 고위 간부층의 자녀들이 나라를 포기한다는 사실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다. 만약 그들이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아니라, 단지 병역기피나 자녀의 대학 입시를 위해서 나라를 버리는 것이라면 한마디 하고 싶다. 차라리 대한민국을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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