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된 예술, 경시된 피해
위조된 예술, 경시된 피해
  • 이예림 문화학술부장
  • 승인 2018.10.2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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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위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에게 위조란 분명 부정적으로 다가온다. 뉴스에서는 종종 한 집단이 조직적으로 화폐를 위조해 사기를 친 사건, 공문서의 내용을 위조해 부당하게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사건 등이 보도된다. 이들은 대중들의 비난을 받으며 법의 판결 아래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또한 이런 이야기를 접하는 사람들은 ‘나는 당하지 말아야지’, ‘조심해야지’라는 경계심을 갖는다. 이는 일반적인 위조 범죄가 ‘일반 사람이 언제든 겪을 수 있는 피해’로 인식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위조 범죄 중에서도 예외가 있으니 바로 ‘예술품 위조 범죄’다. 예술품을 위조하는 것은 범죄임에도 일부 위작은 오히려 그 가치를 인정받아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심지어 일부 예술품 위조꾼들은 예술품 위조 범죄에 대해 처벌을 받고 난 후 유명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위작으로 예술적 재능을 인정받아 예술인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예술품을 위조하는 범죄가 다른 위조 범죄보다 상대적으로 경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품 위조 범죄로 피해를 보는 개인은 크게 진작을 제작한 ‘예술인’과 위작을 진작이라고 알고 제품을 구매한 ‘구매자’로 나눌 수 있다.

  예술인은 위작이 세상에 드러난 순간 예술품의 고유한 가치를 훼손당한다. 예술인은 그만의 고유한 정신과 화풍을 그의 예술품에 담아낸다. 그리고 그 안에 누구도 완전히 모방할 수 없이 해당 예술품에서만 드러나는 가치, 즉 ‘아우라’가 나타난다. 그러나 위조꾼은 단순히 화풍을 ‘모방’하며 진작이 가지는 그 본질적 가치를 훼손시킨다. 위조꾼은 위작을 제작함으로써 예술인의 평판과 예술품의 희소성, 역사성 등과 같이 예술품의 사회적 가치를 훼손한다. 만약 예술품의 저자가 현재 생존하지 않았을 경우, 위작은 진작이 지니고 있는 역사를 흔들 뿐만 아니라 더 제작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작이 갖고 있던 높은 희소성을 하락시킨다. 또한 예술품의 저자가 현재 생존할 경우, 위작은 예술인의 평판을 훼손시킨다. 평판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예술시장에서 이는 곧 예술인의 경제적 가치를 하락시킨다.

  위작을 진작으로 알고 구매한 구매자는 경제적 손실로 인한 피해와 함께 명성, 자존감이 훼손되는 정신적 피해를 본다. 위작 논란이 제기되면 예술품의 진위를 판별하기 위해 재판을 진행하는데, 이 재판에서 전문가들은 예술품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예술품의 느낌, 곧 아우라를 보고 예술품의 진위를 판단하려 한다. 만약 판단과 다른 결정적 증거가 있어도 그들의 판단이 절대 틀리면 안 된다는 직업적 평판상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도 한다. 결국 예술품의 진위를 판단하기 위해 그들은 서로의 이익을 두고 다투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구매자는 재판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주변의 평판, 시선에서 비롯된 정신적 피해를 겪는다.

  전문적인 위조꾼은 단순히 예술품의 위작을 제작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예술품의 ‘출처’까지 조작한다. 그리고 출처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이 훼손되기도 한다. 작품의 역사적 배경과 제작시기를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선 과거의 역사적 사실과 작품이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은 이미 여러 고증을 거쳐 과거의 기록으로 자리 잡혀있다. 이에 위조꾼은 역사적 사실 중에서도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대상으로 출처를 조작한다.

  이는 피해가 연쇄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역사적 사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어져 있다. 즉 1차적으로 위조꾼이 훼손시킨 역사의 일부분은 그 부분과 연관된 다른 역사적 사실도 훼손시킨다.

  예술품 위조 범죄는 예술품을 제작하는 예술인과 예술품을 구매하는 구매자에게 분명한 피해를 주는 범죄다. 나아가 단순히 예술품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역사를 훼손시킬 수도 있어 사회적으로도 중대한 범죄다. 다만 우리와 직접 연관된 경우가 적어 그 심각성이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우리에겐 예술품 위조 범죄를 ‘나와 상관없는 가벼운 범죄’라고 인식하기보다 ‘우리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범죄’라고 인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속이는 위조꾼에게 본인도 모르게 속아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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