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의 새로운 혁신, 공유대학
고등교육의 새로운 혁신, 공유대학
  • 김령은 기자
  • 승인 2024.04.08 2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업 활성화 위해 학사관리제도의 법적 근거 마련하고 학내 구성원과 소통해야

  자신이 소유한 재화를 개방해 함께 사용하는 개념인 ‘공유’는 경제뿐만 아니라 고등교육에도 영 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의 14개 대학 은 △교육과정 △교원 △학생을 공유한다는 내용 의 계약을 체결했다. 대학 간 자원을 공동으로 사 용하는 공유대학 사업에 대해 알아보고 사업 운 영을 저해하는 요인에 대해 알아봤다.

 

  협력 체계 구축부터
  교육과정 공유까지

  공유대학은 개별 대학이 가진 인적·물적 자원을 다른 대학과 공유함으로써 대학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제도로 공유 수준에 따라 △연계형 △연합형 △결합형으로 나눌 수 있다. 연계형은 대학 간 협약을 통해 부분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형태로 공유 정도가 가장 낮으며 연합형은 각 대학이 독립성을 유지하되 공동의 관리 운영 조직을 두는 형태다. 결합형은 공유 정도가 가장 높은 형태로 대학 간 동일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호원대학교 교양과 조은원 교수(이하 조 교수)는 “기존의 공유대학은 협약을 체결하거나 학점 교류와 같은 방식으로 낮은 수준의 공유가 이뤄져 왔다”며 “최근 공유대학 사업은 대학 간 별도의 조직을 두고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공유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간 교육과정 공유는 2개 이상의 대학이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으로 공유대학을 운영하는 일반적인 형태다. 현행 고등교육법상 명시된 공동·복수 학위제와 학점교류제도뿐만 아니라 △가상 단과대학·학과 개설 △융합 전공 공동운영 △마이크로디그리 과정 공동운영 △집중이수제 공동운영 등 다양한 학사제도를 공동으로 운영해 대학 간 교육과정을 교류할 수 있다. 학점 취득과 연계한 교과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비교과 교육과정도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야를 넓히고 있다. 가천대학교 행정학과 채재은 교수(이하 채 교수) 연구에 따르면 “대학 간 교육과정을 공유하는 방식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유대학은 소속 대학에서 개설되지 않은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 기회가 확대된다는 이점을 가진다. 동일한 사업체에 속한 대학에 개설된 강의를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고 자신의 전공이 아닌 과목도 수학할 수 있어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조 교수는 “공유대학 사업으로 수강한 과목은 본래 소속 대학의 전공과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학생들은 공유대학을 통해 자신의 관심 분야와 밀접한 교과목을 자유롭게 이수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공유 수준에 따른 대학 간 연합 유형
공유 수준에 따른 대학 간 연합 유형 <출처 / 대학지성>

 

 

  공유대학이
  주목받는 이유

  공유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재정난을 겪는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채 교수는 “공유대학은 자원을 공동으로 소유해 경제·사회적인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대학의 재정난을 타개할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유대학은 첨단분야 인재양성 수단으로 국가의 지원을 받아 시행되기도 한다. 지난달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사업 시행을 공고했다.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은 2021년부터 시작된 공유대학 사업으로 기존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의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해당 사업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이 연합체를 구성해 융·복합 교과 및 비교과 과정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이 교육과정을 공유함으로써 교육역량의 차이를 해소하고 첨단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실감 미디어 △차세대반도체 △미래 자동차 △바이오·헬스 △지능형 로봇을 포함한 13개 첨단분야의 교육과정을 공동 개발하고 운영해야 한다.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혁신융합대학사업단 노해선 연구원은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사업은 학점 교류를 비롯해 마이크로디그리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과 같은 대학 간 교육과정 공유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고 말했다.

대학 간 교육과정 공유 모형
대학 간 교육과정 공유 모형 <출처 / 글로벌이>

 

  미비한 법적 근거와
  대학 간 상이한 교육체제

  대학 간 교육과정 공유를 위한 학사관리제도에는 △공동학위제 △복수학위제 △교차 수강 및 학점 인정제 △마이크로디그리 과정 공동운영 △융합 전공 공동운영 △집중이수제 공동운영 △학·석사 통합 및 연계 과정 공동운영이 있다. 그러나 현행 고등교육법과 관련 행정 지침은 모두 개별 대학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전제로 하고 있어 공동·복수 학위제와 학점교류제를 제외한 학사관리제도의 법적 근거는 미비하다.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학사관리제도는 적극적으로 시행되기 어렵다.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대학원 김용 교수(이하 김 교수)는 “학사관리제도는 학생에게 학점을 부여하고 학위를 수여하는 것과 직결된다”며 “고등교육법에 명시하지 않은 대학 간 교육과정 공유활동에 대한 시도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유대학 사업체 내 설립유형과 교육체제가 다른 대학이 있는 경우에도 대학 간 교육과정 공유가 어렵다. 공유대학 사업체의 구성을 살펴보면 대부분 국립대학교와 사립대학교가 혼재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국립대학은 사립대학에 비해 행정 제도에 적용되는 정부 지침이 많아 학사제도를 개선하거나 공동 연계전공을 운영할 때 오랜 시간이 걸린다. 채 교수는 “국립대학과 사립대학 간 학사제도 변경 권한이 다르다”며 “국립대학은 사립대학에 비해 변화를 주저하는 보수적인 문화가 형성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렇듯 교육과정 공유를 위한 학사제도 개선을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다를 경우 원활한 교육과정 공유가 일어나기 어렵다.

  이뿐만 아니라 교육체제가 다른 전문대학의 경우 일반대학과 교육과정 공유가 어려울 수 있다. 전문대학은 일반대학에 비해 수업연한이 짧고 전공과목 이수 비율이 높다. 김 교수는 “일반대학이 이론을 중심으로 하는 교과목의 개설 비율이 높다면 전문대학은 실습 과목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며 “교육체계와 교과목 운영의 방향성이 다른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이 교육과정 공유를 진행할 경우 공동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우석대학교와 청운대학교가 교양 공동공동교육과정 공유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우석대학교와 청운대학교가 교양 공동공동교육과정 공유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출처 / 뉴스프리존>

 


  공유대학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대학설립유형 △수업연한 △소재지가 다른 대학이 교육과정을 원활하게 교류하려면 국가에서 지원하는 대학재정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채 교수는 “설립유형과 수업연한이 다른 대학이 같은 사업체로 묶여 있음에도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사업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재정 지원 덕분이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학사관리제도와 관련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김 교수는 “현행법이 규정하는 대학 간 교육과정 공유활동은 제한적이다”며 “각 대학에서 다양한 유형의 공유활동을 개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과정 공유활동에 적극성을 부여하려면 고등교육법 내 공유대학에 관한 조항을 추가하거나 대학 공유활동 촉진법을 제정해야 한다. 채 교수는 “교육과정 공유활동을 포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공유대학 사업을 촉진하려면 개별 대학 차원에서 학내 구성원에게 공유대학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채 교수는 “공유대학에 필요한 학사제도 개편이 신속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 간 소통과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