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활짝 핀 민주동산에서 만나요
벚꽃 활짝 핀 민주동산에서 만나요
  • 김혜민 학생칼럼 위원단
  • 승인 2020.03.2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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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한 해의 시작은 1월 1일이 아니다. 유치원에 입학한 6살부터 24살인 지금까지 매년 ‘3월 2일’에 새 학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내 신체 리듬도 1월에는 겨울잠을 자는 듯하다가 3월이 다가오면 길었던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1년을 준비한다.

  지난 1월 오랜만에 사촌 동생을 만났다. 동생은 올해 대학 입학을 앞두고 궁금한 게 많았는지 종일 새내기 배움터, 수강 신청과 같은 대학 생활에 대해 질문했다.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신나게 대화를 이어갔다. 밤새 즐겁게 떠들던 그때만 해도 우리는 알지 못했다. 개강이 미뤄지고 학교의 모든 행사들이 취소될 줄 말이다.

  ‘우한폐렴’이라는 단어를 뉴스에서 처음 봤던 때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하루가 다르게 상황은 심각해졌고 학우들 사이에서는 예정된 학교 행사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행사들은 순식간에 취소됐다.

  이어 타 대학처럼 개강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늦게 오는 소식이 더 반갑다지만 개강 연기에 대한 우리대학의 공지는 한참이 지나서야 올라왔고 그렇게 1주, 2주 점차 개강이 늦춰지더니 끝내 6주의 공백이 생겼다.

  처음에는 ‘그래, 상황이 심각한 만큼 개강이 늦춰질 수도 있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점차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나타났다. 개강을 앞두고 계약한 자취방 월세는 공중분해됐다. 수업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강의는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하지만, 실습·실기·실험과 같이 대면 수업이 필요한 강의에 대해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출석 대체 과제는 매주 올라오지만 제대로 배우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에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월의 절반이 지나간 시점에 여전히 학우들 사이에서는 개강과 관련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더 이상의 개강 연기는 안 된다’,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개강을 연기해야 한다’, ‘강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등록금을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매일 시끄럽다. 모든 의견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고 공감하기 때문에 어떤 의견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없는 노릇이다.

  최근 며칠 코로나가 잠잠해지는 듯하더니, 다시 안전 안내 문자 여러 통이 날아왔다.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던 변수로 학생과 학교 모두 변화에 힘들어하고 있다.

  질병과 싸우던 중에도 봄은 찾아왔다. 올해와 작년의 3월은 사뭇 다른 모습이지만, 벚꽃이 활짝 핀 민주 동산에서 학우들과 만나길 원하는 마음만은 그대로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말이 학교에 울려 퍼지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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