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잠시 시간을 내어 휴식을 취하기도 어렵다. 이에 덕기자가 책, 공연, 전시회 등을 소개해 학우들에게 한 줄기 여유를 선물하고자 한다.
짝사랑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금방이라도 닿을 듯한 세계를 오래도록 바라볼 수밖에 없다면 어떨까? 영화 <짝사랑 세계>는 이미 세상을 떠난 세 명의 주인공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원래의 세계에서 삶을 이어가는 이야기다.
△유카 △미사키 △사쿠라는 오늘도 평범하게 각자 학교와 회사에 다니며 일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일상에는 숨겨진 반전이 존재한다. 바로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때는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일이었다. 학교 합창단 연습 날 단체 사진을 찍던 중 여자아이 세 명이 괴한에게 무참히 살해당했다. 그 후부터 세 사람에겐 살아 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의문의 세계가 시작됐다. 보통 사람들 눈에는 그들이 보이지 않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평범한 일상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세 사람은 즐겨듣던 라디오에서 낯선 남성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목소리의 주인은 본인도 의문의 세계에서 다시 살아나 현실로 돌아왔다고 주장하며 그 방법을 알려준다. 그는 세 사람에게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 간절한 마음을 전한 뒤에 약속한 시간까지 자신이 기다리는 해안 등대로 찾아오라 말한다. 유카는 자신이 죽고 재혼해 다른 가정을 꾸린 엄마에게 향한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엄마를 보며 묘한 감정에 휩싸이고 곧이어 자신을 잊었다며 절망한다. 하지만 딸을 죽인 범인을 찾아가 울부짖는 엄마의 모습에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한다. 미사키는 학창 시절 친구 텐마를 보러 간다. 텐마는 피아노 영재였지만 미사키가 죽고 난 후 모든 걸 포기하고 폐인처럼 살아간다. 그 모습을 지켜본 미사키는 텐마를 끌어안으며 12년 만에 그에게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사쿠라는 출소를 앞둔 가해자를 찾아간다. 왜 죽였냐는 절망적인 심정을 일방적으로 전하지만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는 표정과 곧 출소를 앞두고 있다는 허무한 사실만을 알게 된다. 결국 약속한 시간이 되어 그들은 해안 등대에 함께 오르지만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럼에도 세 사람은 좌절하지 않고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며 그들의 세계에서 삶을 이어간다.
“이 세계도 나름 즐겁지.”
누구나 마음속에는 저마다의 짝사랑 세계가 존재한다. 이는 닿을 수 없는 과거 혹은 다가가지 못한 미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세계에 지나치게 얽매여 현재를 등한시할 수는 없다. 내 감정을 억지로 떨쳐내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다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닿을 수 없는 세계와 닿아 있는 세계가 공존하며 그 안에서 성장하는 영화 <짝사랑 세계>를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