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가면 음료를 마시기 전에 사진부터 찍는다. 여행지에서는 풍경을 바라보기 전에 휴대폰을 꺼내 들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일단 사진 한 장을 남긴다. SNS에 올린 뒤에야 할 일을 마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느 순간 우리는 경험만큼이나 ‘기록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물론 기록은 나쁜 것이 아니다. 오래전 사진 한 장을 발견했을 때 당시 나눴던 대화와 그날의 기분까지 떠오르기도 한다. 기억이 흐려져도 사진이 그 순간을 불러오는 단서가 된다.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일수록 더 열심히 기록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순서가 달라졌다. 원래는 좋은 순간을 경험했기 때문에 사진을 남겼다면 이제는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 경험을 선택하기도 한다. 카페를 고를 때 맛보다 사진이 잘 나오는지를 살피고 여행지를 정할 때도 가보고 싶은 곳보다 SNS에서 자주 보았던 장소에 마음이 간다. 우리는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지만 사진을 찍느라 그 순간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기도 한다.
나 역시 특별한 날이면 마음에 드는 사진을 위해 여러 번 찍고 돌아가는 길에는 사진을 고르고 보정하느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나중에 사진첩에는 사진이 수십 장이나 남아 있지만 정작 친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웃었는지는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SNS가 일상이 되면서 기록의 의미도 달라졌다. 예전의 사진이 주로 ‘내가 기억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사진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되기도 한다. 비슷한 구도와 유행하는 포즈로 SNS에 올리기 좋은 장면을 찾는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나는 지금 즐거운가’보다 ‘즐거워 보이는가’를 신경 쓰게 된다. 타인의 기록은 내 일상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SNS에는 대부분 하루 중 가장 예쁘고 즐거운 순간이 올라오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하루에서 선택된 몇 장면이라는 사실은 쉽게 잊는다. 다른 사람의 여행 사진을 보며 내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제대로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타인의 기록을 보며 내 삶을 비교하고 다시 타인에게 보여줄 만한 순간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진을 찍거나 SNS에 올리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사진은 기억을 되살리고 공유는 즐거움을 나누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록이 경험을 남기는 수단을 넘어 경험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순간은 덜 특별하게 느껴지고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없는 경험은 의미 없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진을 남기기 위해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엇을 보았는지보다 무엇을 찍었는지가, 내가 행복한지보다 행복해 보이는지가 중요해진다면 우리는 경험의 주체가 아니라 기록을 위한 연출자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기록은 순간을 오래 간직하기 위한 수단이어야지, 그 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