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공화국’에 사는 ‘제주도인’입니다
나는 ‘서울공화국’에 사는 ‘제주도인’입니다
  • 김령은 기자
  • 승인 2023.03.20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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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 입학해 가족의 품을 떠난 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제목에서 밝혔듯이 나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제주 토박이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을 만났는데 신기하게도 첫 만남에서 받은 질문은 비슷했다.

  “혹시 집에 감귤 나무 있어요?”

  물론 그들은 순수한 호기심에서 물어봤을 뿐, 나쁜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안다. 내가 강원도를 떠올렸을 때지역 명물인 감자가 생각나는 것처럼 타지인들도 ‘제주도’라고 하면 감귤과 돌하르방이 자연스레 연상되는것이니까.

  하지만 서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다르다. 서울 내 대학은 서열까지 나눌 정도로 세세하게 알고 있지만 비서울 지역의 대학은 ‘지방대’로 통칭한다. 서울보다 면적이 큰 비서울 지역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단순하다. 제주도는 감귤, 강원도는 감자로 인식하고 그 외의 것은 잘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처럼 서울과 비서울 지역에 대해 불균형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서울 중심적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쓰는 표현 중 ‘지방으로 내려가다’와 ‘서울로 올라가다’는 말은 우리의 서울 중심적 사고를 가장 잘 드러낸다. ‘내려가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위치의 기준을 서울로 하는 것이다. 이는 서울 중심의 위계질서를 반영한 표현으로 서울이 비서울 지역보다 상위 개념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지방’이라는 표현에도 서울 중심적 사고가 숨겨져 있다. 흔히 서울을 제외한 비서울 지역을 ‘시골’이나 ‘지방’이라고 말한다. 비서울 지역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마치 우리나라에는 서울과 지방만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서울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서울공화국’에 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우리나라의 총 인구는 5,161만 명이며 그 중 절반이 넘는 2,603만 명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수의 비서울 지역은 인구 소멸 위험에 처해 있다. 서울과 비서울 지역의 인프라 차이에서 오는 지역 간 문화 격차도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한 ‘2020 전국 문화기반 시설총람’에 따르면 전국 미술관 267곳 가운데 약 40%는 수도권에 있으며 전국 전시 건수의 41.1%에 해당하는 6,268건이 서울에서 열렸다. 혹자는 이를 인구 감소와 저성장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균형 있는 국토 발전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옳은 말이지만 선행해야 할 것은 우리의 일상에 서울 중심적 사고가 존재함을 인식하는 것이다. 대부분은 ‘지방으로 내려간다’와 ‘서울로 올라간다’라는 말을 하며 이 표현이 서울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한 것임을 알지 못한다. 우리 곁에서 공공연하게 자리해온 언어 속 잘못된 사고방식을 깨달아야 한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논하기 전에 균형 있는 사고부터 가져야 함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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