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미룰 수 없는 연금 개혁
더는 미룰 수 없는 연금 개혁
  • 김령은 기자
  • 승인 2023.04.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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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수준의 노후 보장과 재정의 지속 가능성 지켜야

  2022년 3월 말 기준, 국민연금 적립금은 929조 원으로 현행 연금 제도를 유지한다면 2039년부터 적자이며 2055년에는 적립기금마저 고갈된다. 이는 2018년 4차 재정 계산에서 예상한 2057년보다 2년이 당겨진 것으로 연금 개혁의 시급함을 잘 알려주는 지표다. 개혁을 미룰수록 미래 세대가 떠안을 부담도 늘어난다는 지적 가운데 연금 개혁의 필요성과 개혁 시 고려해야 할 점을 알아봤다.

 

  노인이 빈곤한 나라,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오는 2025년에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하면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체 소득에서 연금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6.3%로 전체 34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노인빈곤율은 47.2%로 회원국 평균인 12.8%에 비해 4배가량 높다. 즉, 우리나라는 은퇴 이후에도 근로를 계속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실정으로 제대로 된 노후 보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김용하 교수(이하 김 교수)는 “제도상으로는 연금 체계가 노후소득 보장에 안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노후 생활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연금체계는 △국민연금 △기초연금 △특수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이뤄져 있다. 공적연금에 해당하는 국민연금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기초연금은 소득이 상위 30%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일정액을 받도록 설계돼 있다. 퇴직연금은 법정 제도로 의무적인 지급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않을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있다.

  현행 연금 제도는 보험료율 9%와 명목 *소득대체율 40%의 비율로 운영하고 있다. 보험료율은 매달 소득에서 연금보험료로 내는 비율을 의미한다. 현행 제도상 월급에서 내는 보험료는 9%로 본인과 회사가 4.5%씩 부담한다. 명목 소득대체율이란 연금액이 **생애평균소득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예를 들어, 생애평균소득이 300만 원일 때 명목 소득대체율이 40%라면 연금액은 120만 원이다. 그러나 명목 소득대체율이 40%라고 해서 실제로 받는 연금이 생애평균소득의 40%가 되지 않으며 실수령 비율은 명목 소득대체율보다 작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받는 금액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국민연금 수령자의 평균 가입 기간은 17.1년으로 실질 소득대체율은 17.1%에 불과하다. 따라서 명목상 우리나라 연금 제도의 소득대체율은 40%지만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은 훨씬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3층 연금체계 출처/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우리나라의 3층 연금체계 <출처/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국민연금 고갈,
  그 원인은?

  2020년 7월, 국회 예산 정책처의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 전망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는 2020년 2,234만 3천 명에서 2050년 1,538만 9천 명으로 줄어드는 반면 수급자는 2020년 433만 6천 명에서 2050년 1,432만 4천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즉, 세금을 내는 사람은 줄어들고 연금 수급자는 늘어나 2055년에는 국민연금의 적립기금이 모두 소진될 수 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기금이 고갈하는 2055년의 국민연금 가입자는 월 소득의 26.1%를 연금보험료로 내야 한다.

  공적연금이 고갈되는 원인은 우리나라의 연금 제도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공적연금의 재정위기는 연금 제도의 저부담·고급여의 불균형 구조가 원인이다”며 “저출생·고령화로 노인부양비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도 공적연금 고갈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시기에 적립기금이 고갈할 경우 국민연금 지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연금의 적립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다”고 전했다.

지난 4차 재정 계산보다 2년 앞당겨진 연금 고갈 시기 출처/중앙일보
지난 4차 재정 계산보다 2년 앞당겨진 연금 고갈 시기 <출처/중앙일보>

 

  시급한 연금 개혁
  잘 이뤄지지 않는 현실

  노령화, 핵가족화 등 여러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따라 공적연금제도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우리나라의 연금 제도는 노후 소득보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으며 머지않아 기금 고갈 위기에 놓여있어 개혁이 시급하다.

  윤석열 정부는 국회 시정 연설에서 연금 개혁을 핵심 국정 과제로 두고 추진할 것임을 밝혀 국회에 ‘공적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와 ‘민간자문위원회(이하 민간위)’를 설치했다. 민간위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연금 개혁의 초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금특위 산하로 출범했다. 오는 30일 연금특위의 활동 기한이 종료되는 가운데 민간위는 지난달 29일에 그동안의 논의 경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연금특위는 지난 1월 31일까지 민간위로부터 개혁 방안을 받아 최종 개혁안을 제출할 계획이었으나 민간위 내부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경과 보고서만을 제출했다. 경과 보고서에는 △국민연금 보험률 △가입 상한 △수급 개시 연령 상한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수치는 기록하지 않아 연금 개혁에 대한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연금특위가 첫 전체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출처/국회사진기자단
연금특위가 첫 전체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출처/국회사진기자단>

 

  연금 개혁 시
  고려해야 할 것

  연금 개혁은 국민의 적절한 수준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지킬 수 있는 개혁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현행 ‘1소득자 1연금’ 제도를 ‘1인 1연금’ 제도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1소득자 1연금’ 제도는 소득 활동을 하는 사람의 무소득 배우자가 연금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소득자 중심의 연금 제도다. 반면 ‘1인 1연금’ 제도는 모든 국민이 국민연금을 의무 가입하는 제도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연금재정 여건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어렵다”며 “국민연금이 최대한 많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석재은 교수는 “기존 경제활동자 중심의 국민연금을 전국민 의무가입화로 개편한다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연장되면서 국민연금 보장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연금재정 방식은 ‘부과방식’과 ‘적립방식’으로 나뉘는데, 적립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부과방식은 적립된 기금 없이 연금급여지출에 필요한 비용을 해당 연도에 연금보험료로 부과하는 방식이고 적립방식은 가입 기간 동안 낸 금액과 이후 수급하는 금액이 일치하도록 운영하는 방식이다. 적립방식은 가입한 기간에 낸 연금보험료의 ***원리금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부과방식은 노년 인구의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무리 없이 제도 운용이 가능하지만, 노년 인구 비율이 높아지면 미래 세대로 갈수록 연금보험료 부담이 높아져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낳는다. 노인부양비가 일정 비율을 넘어서면 연금보험료의 원리금 합계가 노후에 받을 연금을 초과한다. 이렇게 되면 연금보험료의 원리 합계액과 연금수급액이 일치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2060년경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노년 부양비가 100.1명에 이르는 국가는 적립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며 “적립방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연금 제도의 저부담·고급여 구조를 수급균형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료율을 높이거나 연금의 개시 연령을 높여 수급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앞선 두 차례의 연금 개혁에서 연금지급률을 낮추는 방안을 택해 더 이상 낮출 수 없다”고 전했다.

  연금 개혁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며 개혁 과정에서 특정 계층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연금 개혁은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 중 하나며 미룰수록 미래에 큰 부담이 가므로 △세대 △계층 △지역 간 통합을 이룩해 적절한 개편안을 도출해야 한다.

 


*소득대체율: 연금 가입 기간 평균 월급 중 노후 연금으로 수령하는 비율
**생애평균소득: 생애 전 기간 벌어들인 소득의 평균
***원리금: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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