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적 사고방식에 갇힌 우리
MBTI적 사고방식에 갇힌 우리
  • 전서우별 기자
  • 승인 2023.09.1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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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처음 사람을 만날 때면 이 말을 항상 듣곤 한다. MBTI는 현대인의 대화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로 자리 잡았다. MBTI가 빠진 사회생활을 상상할 수 없는 이유다.

  MBTI는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분석 기반으로 마이어스와 브릭스 모녀가 개발한 성격 유형 검사다. 검사는 자기 보고식으로 이뤄지고 대상자의 답변을 통해 결과를 도출한다. 따라서 대상자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리 나타난다. MBTI는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의 4가지 축을 기준으로 총 16개의 성격 유형이 있다.

  하지만 자신을 정의하고 상대방을 간단하게 파악하기 위해 사용해온 MBTI의 본질이 흐려졌다. 면접시험이나 채용 절차에서 MBTI 유형을 합격 조건의 일부로 고려하거나 인간관계를 맺는 자리에서 MBTI를 언급하며 사람을 가려 사귀는 경우가 있다. MBTI로 성격 특성을 쉽게 결론지어 선호하는 유형을 정해 호불호를 나눈다. 공적 장소나 사회생활에서 MBTI를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는 방식은 비합리적이며 개개인의 성향과 역량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요즘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너 ‘T’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다시 말해 상대와 공감대가 다른 나를 ‘공감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치부하는 것이다. 이 말에 T 유형은 타인의 말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일반화하며 비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T 유형은 사고형으로 이성적·논리적 판단을 중시하는 반면에 F 유형은 감정형으로 감성적이며 대인관계를 우선시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런데 ‘T’와 ‘F’의 성향을 오직 공감 여부로만 나눈다면 T 유형은 타인의 말에 잘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특징만을 상정해 남을 단정 짓는 것이다. 이처럼 MBTI 유형에 따라 사람을 과도하게 일반화하는 경우도 문제다.

  MBTI는 대상자를 성격 유형에 따라 분류하고 해당 유형의 특성을 설명해 상대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본래의 쓰임새를 잃은 채 각자의 생각과 편견을 MBTI라는 틀에 끼워 넣는다. 이젠 서로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로 변했다.

  어쩌면 우리는 MBTI 16개의 유형에 맞춰 남을 쉽게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닐까? MBTI를 기준 잣대로 삼아 개인만의 특성을 외면하며 일반화하려는 경향이 있는지 돌아보고 인식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명 ‘MBTI 과몰입’으로 인해 자신과 타인의 한계 및 성향을 단정 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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