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은 지난 3월 26일 학칙개정안을 통해 2025학년도부터 독어독문학전공과 불어불문학 전공의 신입생 미배정을 확정하고 교육부 대학 혁신지원사업에 따라 미래인재대학 내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한다는 내용을 공고했다. 학사구조 개편 배경과 학칙개정안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재정지원 필두로 한
교육부의 무전공제도 추진
무전공제도는 전공 없이 1학년으로 입학한 뒤 2학년 이후 전공을 결정하는 제도다. 지난 1월 교육부는 무전공으로 입학하는 신입생의 선발 비율을 확대한 대학에 가산점을 주는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교육부는 △교육체제 개편 △학사구조 유연화 △전공자율선택을 뒷받침하는 학내 제도 개선 등 각 대학별 무전공 선발을 위한 성과도를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교육혁신 성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무전공제도 선발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유형 1은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해 대학 내 모든 전공을 자율적으로 선택한다. 유형 2는 계열 단위로 입학한 후 계열 내에서 전공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유형 1·2에 따라 전체 신입생 중 20% 이상을 모집하면 대학혁신 지원사업 평가에서 최대 10점의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의 경우 5~10점 차이로 지원 등급이 바뀌기에 무전공제도 도입 여부로 지원 금액 측면에서 수십억 원의 차이가 날 수 있다.
무전공제도를 도입하려면 기존 입학정원에서 일정 비율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해 전공별 모집인원 변동이 불가피하다. 타대학 또한 무전공제도 도입과 동시에 학사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한양대학교는 기존 36개 학과의 입학 정원을 10%씩 감축해 250명 규모의 자유전공학부 ‘한양인터칼리지’를 신설한다. 부산대학교의 경우 일반학과의 기존 정원을 8%씩 감축해 생긴 여유 정원을 자유전공학부생으로 선발한다. 우리대학은 기존 글로벌융합대학 및 과학기술대학의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자유전공학부 인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무전공제도 추진에 따른
학칙개정안 공고
지난 3월 26일, 우리대학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덕성여자대학교 학칙개정(안) 공고>가 게시됐다. 해당 개정안의 골자는 △자유전공학부 신설 △글로벌융합대학 및 과학기술대학 입학정원 감축 △독어독문학전공(이하 독문) 및 불어불문학전공(이하 불문) 신입생 미배정 등이다.
학칙개정안에 따르면 우리대학은 미래인재대학 내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해 2025학년도부터 신입생 259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는 우리대학 전체 입학정원 30%에 해당하는 인원으로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보다 5% 많은 비율이다. 교무처는 “자유전공학부 모집 인원은 교수회의를 통해 교육부의 권고 비율인 25%에서 5%p를 추가했다”며 “무전공제도 운영 규모와 비율을 평가에 반영하는 교육부의 지침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은 이미 단과대학 단위로 운영하는 자유전공제를 실시하고 있다. 강남희 기획처장(이하 강 기획처장)은 “우리대학이 운영 중인 자유전공제는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 각 전공에 해당하는 최대 배정인원이 제한돼 있어 선택에 한계가 있다”며 “2025학년도부터 신설할 자유전공학부는 인원 제한 없이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교무처는 “자유전공학부의 전공탐색과목과 수강신청의 경우 현재 시행중인 자유전공제와 동일한 원칙이 적용될 예정이다”며 “전공배정기준 등 운영과 관련한 세부사항은 총장 직속 ‘덕성 미래교육 TF’에서 논의 후 학내 구성원에게 공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학평의원회에서 최종 가결된
독문·불문 신입생 미배정 확정
이번 학칙개정안을 통해 독문·불문은 2025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배정받지 않는다. 이는 23년 6월 30일과 24년 2월 2일 대학평의원회에서 이미 두 번 부결된 안건이다. 대학본부는 지난 두차례 부결에도 같은 학칙개정안을 한 번 더 공지했고 이는 4월 5일 대학평의원회에서 가결됐다.
학칙개정안에 명시된 개정 사유에 의하면 전공평가 결과 최하위 전공·교원 소속 변경 등 전공 유지가 불가한 전공의 학사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3월 5일에 열린 ‘학사구조개편에 관한 학생설명회’에서 강 기획처장은 자유전공학부의 안정적 유치를 위해 인원 보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공별 인원 감축으로만 자유전공학부 정원을 충원하면 기존 전공의 정원 감소로 전공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기에 전공평가에 따른 학사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교무처는 “독문·불문 교수자의 경우 희망하는 바에 따라 소속을 유지하거나 변경할 수 있게 할 것이다”며 “현재 독문·불문에 속한 학생들은 졸업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전공 수업개설 및 유지에 힘쓸 것이다”고 전했다. 이에 독문 조우호 교수는 “대학본부로부터 학생 수업권 및 교수 소속 보장에 대한 사항만 전달받았다”며 “최소 수업 개설 기준 변경 등 이후 전공 운영 방향에 대한 사항에 대해선 논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불문 차지영 교수는 “교수 소속 변경 이후 교원 충원이나 전공에 발생할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우려 많은 학칙개정안
민주적 합의 통해 개편해야
대학에서 무전공제도를 시행한다면 △인기전공 쏠림 심화 △비인기 전공수업 폐강 △소속감 저하로 인한 중도탈락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다. 우리대학 역시 이번 학칙개정안을 시작으로 기초 학문 폐과 및 전공 쏠림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재민(철학 3) 학우는 대학은 학문의 깊이를 더하는 장이나 전공평가 기준에 따라 학사구조를 개편하면 우리대학이 가지는 경쟁력이 없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강 기획처장은 “우리대학은 4년간 자유전공제를 운영했기에 타대학보다 문제 해결이 수월할 것이다”며 “전면 자유전공제를 시행해온 한동대학교와 같은 타대학 사례를 참고해 추후 발생할 문제점을 개선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한편 두 전공의 신입생 미배정을 확정지은 이번 학칙개정안에 대해 독문 곽정연 교수는 “글로벌융합이란 명칭을 가진 대학에서 서양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독일과 프랑스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는 독문·불문을 폐지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며 “인문학 위축으로 학문생태계를 파괴하며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융합교육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고 전했다.
총학생회 ‘파도’(이하 총학)는 지난 15일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독문·불문 신입생 미배정 확정에 대한 입장문을 게시했다. 총학은 △매해전공평가를 통한 폐과 논의 납득 불가 △학사구조개편위원회 내 글로벌융합대학 소속 대표 부재 우려 △학사구조 개편 시 학생대표직으로 총학생회장단 당연직 임명 요구 등을 주장했다. 이어 총학은 학우들의 의견을 취합한 후 대학본부의 입장을 요구하고 이를 학내 구성원들에게 꾸준히 공유하며 독문·불문과 연대할 것을 표명했다.
바람직한 전공선택권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전공제도 시행과 관련한 부작용에 대해 우려가 많은 만큼 타대학 역시 학사구조 개편을 추진하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경북대학교는 무전공제도 확대로 학과별 모집인원 조정에 대한 학칙개정안을 제시했으나 의견 차이로 교수회 평의회 심의 절차에서 부결됐다. 건국대학교는 사범대학과 예술디자인대학을 제외한 모든 단과대학의 인원 감축 및 전공 통폐합 계획을 통보했다. 이에 지난 4월 건국대학교 총학생회는 대학 측의 소통이 부족했음을 지적하며 행정관 점거 시위에 나섰다.
무전공제도의 취지인 자율적인 전공선택권 보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충분한 논의와 협업이 필요하다. 당장 내년부터 무전공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촉박한 기간 속 학내 구성원 간 소통부재로 대학가 내 비민주적인 결정이 잇따라 이어지고 있다. 대학이 진정으로 학생을 위한다면 제도 도입과 성과급 마련 이전에 학내 구성원 간 소통을 우선시해야 한다. 학사구조 개편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대학이 보일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