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사랑하지 않는 널 용서할 수 없어” 지난 6일, 강남역 한복판이 피로 물들었다. 남성이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죽였다. 단지 이별을 통보받았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9월, 또 다른 남성이 여자친구를 차로 들이받고 척추가 골절될 만큼 폭행했다. 왜 자신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느냐는 이유였다. 사랑을 주고받던 그들의 관계는 피를 칠갑한 모습으로 끝이 났다.
교제 폭력 관련 기사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온다. 교제 폭력이란 연인 등 호감을 가지고 만나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다. 호감을 느끼는 친밀한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라는 건 매우 이상하게 들린다. 이 거짓말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교제 폭력 피해자는 2.7일에 한 명씩 발생한다. 그런데 가해자의 2% 정도만 구속 수사를받는다.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아무리 논란이 불거져도 상황은 바뀌지않는다.
교제 폭력은 왜 끊이지 않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사회구조적 문제에 있다.우선 교제 폭력만을 따로 다루는 법이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가정폭력은 가정폭력처벌법, 스토킹은 스토킹 처벌법으로 처벌하지만 연인 간 발생하는 폭력은 일반 상해로 취급된다. 폭력에서 시작해 살인이 일어날 때까지 피해자가 따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이며 법이 없기에 접근 금지 처분도 쉽지 않다. 법적 사각지대를 없애 피해자가 폭력으로 느낀다면 폭력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강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교제 폭력이 갖는 특성을 인식할 필요도 있다. 교제 폭력은 모르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아니다. 가까운 사이거나 한때는 누구보다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 피해 입는 폭력이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진술하기 어려우며 폭력이 심해지기도 쉽다. 그저 사랑싸움, 연인 간의 가벼운 다툼 정도로 인식하는 자세를 근절해야한다. 언론에 노출된 사건만 폭력이 아니며 정서적, 언어적 폭력도 폭력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 여성가족부에서 진행한 ‘2021 여성 폭력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정서적 폭력의 비율이 61.9%로 가장 높았다.
영국은 연인 사이에서 이뤄지는 폭력 행위를 가정폭력의 범위로 포함해 처벌한다. 미국 또한 여성폭력방지법을 만들어 여성을 보호한다. 폭력 현장이 발각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체포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교제 폭력은 주변의 도움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며 공권력의 개입이 있어야만 극단적인 범죄를 막을 수 있다.
교제 폭력으로 수많은 여성의 죽음이 일상이 됐다. 이제는 정말 국가가 나서야 할 때다. 교제 폭력은 절대 사랑으로 포장될 수 없는 범죄일 뿐이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안을 만들어 사회적인 인식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폭력과 죽음, 속출하는 피해자와 처벌받지 않는 가해자. 비정상 노선을 타고있는 사회에 제어 장치가 필요하다. 누구든 안전하게 사랑하고 이별할 수 있도록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