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복귀와 비민주적 선거제도
트럼프의 복귀와 비민주적 선거제도
  • 하상응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24.12.09 1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4년 미국 대선으로 알아보는 미국 정치

 

  지난달 5일, 미국 내 제47대 대통령을 뽑는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가 치러졌다. 한편, 미국 선거의 중심이자 특색인 선거인단 제도는 ‘승자 독식’이라 불리며 제도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지난 미국 대선 과정과 결과를 살펴보며 미국 정치 체계와 선거 제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지난 미국 대선을 돌아보며

  2024년 미국 대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로 막을 내렸 다. 트럼프는 지난 미대선에서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 아 △애리조나 △조지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일곱 개의 경합주를 모두 석권하며 예상보다 큰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이번 대선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가 전국 득표율에서도 해리스를 앞섰다는 사실이다. 2016년과 2020년 대선 결과 전국 득 표율에서 밀려났던 트럼프가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를 이긴 것이다. 이는 미국 정치 지형에 큰 변화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1992년 이후 2020년까지 치러졌던 총 8번의 대통령 선거 중에서 민주당 은 7번, 공화당은 단 1번만 전국 득표율에서 앞섰다. 2020년과 비 교해 봤을 때 거의 모든 주에서 트럼프의 득표율이 증가한 사실을 보면, 이번 선거는 그야말로 ‘완승’에 가까운 결과라 할 수 있다.

 

2024 미국 대선 개표 현황 <출처/BBC 코리아>

  트럼프의 복귀 
  그 배경을 톺아보다

  트럼프의 승리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이번 선거는 1980년 이후 처음으로 인플레이션이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선거였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 이후 보호무역 정책과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으로 물가 상승이 가속화됐으나, 2023년부터 물가는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유권자들 은 4년 전 물가 상승의 영향을 체감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경제 문제에 대한 불만이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둘째, 이민 문제도 중요한 쟁점이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불법 이민자의 수가 급증했다. 한 달에 약 20만 명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었던 지난해 상황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각 주정부가 해결하기 힘든 과제가 됐다. 트럼프는 이 문제를 ‘법과 질서’의 프레임으로 접근하며 유권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이는 결국 선거 승리로 이어졌다.

  셋째, 후보의 인종과 성별 문제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공교롭게도 트럼프가 출마한 세 번의 대선에서 민주당은 백인 남성 후보를 내세웠을 때만 승리했으며, 힐러리 클린턴, 카멀라 해리스와 같은 여성 후보를 내세웠을 때는 모두 패배했다. 특히 해리스가 유색인 종 여성 후보로 나섰다는 점은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서 반감을 샀다는 분석이 있다. 출구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가 여성 후보이자 유색 인종 후보로 등장한 것이 흑인 및 히스패닉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피로감을 민주당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주장 하지만, 해리스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자신의 인종과 성별을 과도하게 강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러한 해석은 다소 약해 보인다.

  결국 이번 선거는 정치학에서 오랫동안 논의돼온 ‘경제투표’의 이 론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선거였다. 40여 년 만에 겪은 인플레이션은 많은 유권자들에게 체감 경기를 악화시켰고, 이는 현직 대통령과 그의 소속 정당이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시기가 늦어졌다는 분석 △해리스의 민주주의 수호 메시지가 기득권 옹호로 비춰졌다는 지적 △임신 중절 등 사회문화적 이슈가 과도하게 부각됐다는 의견 등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선거의 근본적인 요소가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은 정치적 전략보다 경제적 현실이 승리로 이어진 선거라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 선거제도에
  민주주의를 묻다

  그런데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과연 민주적이라 할 수 있는가? 미국 대통령 선거는 4년마다 치러지는 중요한 정치적 행사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국가의 행정부 수장을 국민이 직접 뽑는 절차다. 그러나 미국이 자유민주주의의 중심으로 여겨져 온 것과는 달리 그들이 운영하는 대통령 선거 제도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인 ‘평등’을 위배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의 선거 제도는 보수 정당인 공화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국민의 의사가 정책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심각한 왜곡을 초래한다. 그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다.

  미국 의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된 양원제다. 상원의원은 6년 임기, 하원의원은 2년 임기로 활동하며 각자의 지역구와 국가의 이익을 대변한다. 연방제를 채택한 미국은 각 주에 상원의원 2명을 배정하고, 하원의원 수는 주의 인구에 비례해 결정된다. 10년마다 인구 조사를 통해 하원의원 수를 재조정하지만, 상원의원 수는 주마다 동일하게 2명으로 고정돼 있다.

  이로 인해 인구가 적은 주는 상대적으로 더 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는 인구가 약 4천만 명에 달하나 상원의원 한 명이 대표하는 인구는 약 2천만 명에 달하는 반면, 와이오밍은 인구가 100만 명에도 못 미치지만 상원의원 한 명이 대표하는 인구는 50만 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상원의 제도는 인구 규모에 상관없이 각 주의 정치적 목소리를 동등하게 반영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했으나 그 실상을 살펴보면 인구가 적은 주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미국 상원과 하원의 차이점<출처 / TBS>

  ‘기울어진 운동장’
  재정립 필요해

  이러한 상원의 제도는 미국 대통령 선거 제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대통령은 전국 득표율이 아니라 선거인단 수에 의해 선출되는데, 각 주의 선거인단 수는 그 주의 상원의원 수와 하원의원 수를 합한 수로 결정된다. 즉, 상원의원 수가 2명으로 고정된 상태에서 인구가 적은 주들의 선거인단 수는 지나치게 많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는 2명의 상원의원과 52명의 하원의원으로 54명의 선거인단을 가지고 있는 반면, 와이오밍 주는 2명의 상원의원과 1명의 하원의원으로 단 3명의 선거인단만을 보유한다. 이는 인구가 적은 주가 인구 비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선거인단을 보유 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대통령 선거에서 불균형을 초래한다.

 

카멀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출처 / 연합뉴스>

 

  문제는 선거인단 수가 상원의원 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인구가 적은 주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선거인단을 보유하게 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의 경우 1명의 선거인단이 약 80만 명을 대표하지만, 와이오밍은 1명당 약 30만 명만을 대표한다. 이는 선거인단 수에서 인구 비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오히려 인구가 적은 주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불균형은 정치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인구가 적은 주들은 대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지역들이 많다. 민주당의 지지층인 고학력자와 소수 인종 유권자들은 대도시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상원의원 수 배분 방식이 공화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로 인해, 진보적인 법안들이 상원에서 자주 부결되거나 최근 몇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전국 득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후보가 선거인단 수에서 우위를 점해 당선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2000년 대선에서 부시는 고어보다 득표율이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선되었으며,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는 클린턴보다 약 300만 표를 덜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가 승리한 주들은 대부분 상원의원 수 배정 방식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인구가 적은 주들로, 선거인단 수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현재의 선거 제도는 상원의 제도와 선거인단 배분 방식에서 비롯된 왜곡으로 보수적인 공화당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이러한 불 평등한 구조를 개선하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지만, 제도 개혁은 연방 헌법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연방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연방 의회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와 50개 주 중 38개 주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인구가 작은 주들이 현 시스템에서 얻는 이익을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정치 제도는 보수적인 공화당에게 유리한 구조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2024년 대통령 선거는 예상보다 트럼프의 압도적 승리로 마무리 됐기 때문에 선거인단 제도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덕을 봤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제도 자체의 비민주적 편향은 분명히 존재하며 이것이 언제 활성화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정민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임양규
  • 편집인 : 이정민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6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엔디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