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에서 경계선지능을 유머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들은 부족한 △지적 능력 △인지 능력 △학습 능력 등으로 사회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정의와 이들에 대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경계선지능이란
무엇인가
미국 정신의학회에 따르면 경계선지능인은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 제4판 기준 지능지수(IQ)가 71부터 84에 속하는 사람이다. IQ 70 이하는 지적장애인, 85 이상은 비장애인으로 분류돼 그 사이인 71~84는 ‘경계선’에 해당한다. 이는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 제4판에 따른 개념이지만 개정판인 제5판에서는 해당 개념이 사라져 경계선지능의 정의가 모호한 상태다.
지난해 7월 국회입법조사처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경계선지능인은 약 700만 명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의 약 13.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들은 평균 지능에 도달하지 못하는 인지능력을 지녀 △학업 능력 △정서적 교감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이에 ‘느린학습자’라 불리기도 한다.
경계선지능의 원인은 크게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선천적 요인으로는 부모나 가족 간 유전, 태아 시기 바이러스 감염·뇌 손상 등이 있다. 후천적 요인으로는 성장 과정 중 △빈곤 △학대 △방임 △학교폭력 △심리적 어려움을 겪어 경계선지능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 국립창원대학교 특수교육과 최진오 교수(이하 최 교수)는 “유전적 요인 이외에도 환경적 결핍이 있을 때 웩슬러 지능검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경계선 지능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색지대에 놓인
경계선지능인
경계선지능인은 지적 능력이 제한돼 학업적 성취가 어렵다. 지능의 정규분포 곡선에 따라 새로운 기술이나 정보를 습득하는 데 표준 지능인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이를 익히는 과정에서 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특히 사회적 규범과 같이 공동체 내 암묵적인 관습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과정이 더뎌 사회생활이 어렵다. 이러한 요인은 경계선지능인을 취업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도록 만들어 안정적인 고용 기회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경계선지능인의 경제적 자립을 어렵게 해 삶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최 교수는 “경계선지능인은 느린 습득 속도로 인해 특정 지식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학습부진아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졸업 후 취업을 위한 기술 습득에도 어려움을 겪어 일자리 유지 또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경계선지능인은 성범죄를 포함한 각종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경계선지능 여성은 상황 판단과 의사표현 능력이 부족해 성폭력 범죄에 취약하며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피해 사실이 쉽게 노출되지 않고 자기비하와 두려움 등으로 사건이 폭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21년 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에서 발간한 부산여성가족브리프의 사례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또래집단으로부터 따돌림을 겪고 랜덤채팅을 통한 대화를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랜덤채팅은 미성년자 성매매로 이어졌으나 피해
여성은 이를 사랑으로 왜곡 인식해 피해가 반복됐다. 이에 피해 여성을 지원하는 현장 전문가는 초기 조사와 초동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렇듯 경계선지능인은 인지 능력이 떨어져 피해 상황 인식과 적극적인 표현에 어려움을 겪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정책과 지원 방향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간 경계선지능인은 다양한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지적장애의 범위에는 해당하지 않아 각종 지원 대상에서 소외된다.
이에 지난 7월 정부에서는 경계선지능인의 현황을 파악하고 맞춤형으로 지원하고자 이번 달까지 하반기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교육 △고용 △사회참여 △가정생활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책 수요를 파악할 수 있다.
사회의 이면에 놓인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관련 지원센터를 전국적으로 확산할 필요도 있다. 2022년 서울특별시는 ‘서울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를 개관해 운영한다. 경계선지능인은 지원센터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심리·정서 상담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센터는 서울 소재 경계선지능인만을 대상으로 해 서울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경계선지능인들은 전문적인 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경계선지능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계획 추진과 운영 주체의 명확화가 중요하다. 특히 학생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 기관과 체계적인 인력 구축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경계선지능인 관련 법안이 발의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이제 막 협의 중인 단계로 예상돼 실질적인 시행 여부는 내년쯤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학교나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필요로 하는 내용도 달라 현장이 요구하는 바에 맞춰 정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에서 발표한 지원 방향에 충분한 실천 의지가 있고 필요한 구성 요원들이 참여해 실천한다면 괜찮은 정책이 될 것이다”며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방향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발간한 세계 장애동향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경계선지능 대신 ‘학습장애’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독일은 직업학교를 통해 개인에게 특화된 직업교육과정을 제공하며 과정 수료 시 ‘전문실행가’라는 자격이 주어진다. 전문실행가는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우나 특화된 영역을 가지며 실무에 투입될 수 있다. 이에 더해 경계선지능인의 자립을 목적으로 정부 차원의 사회복지 기관을 운영해 다양한 취업교육을 무료로 지원한다.
이처럼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지속적인 복지를 위해서는 경계선지능인 자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선행돼야 한다. 최 교수는 “웩슬러 지능검사만으로 지능의 척도를 판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조 기능과 같이 살면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적응 행동도 평가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제도적인 차원에서의 관심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국회에서는 경계선지능인 관련 법안인 ‘경계선지능인 지원에 대한 법률안’과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에 대한 법률안’ 등을 발의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지원서비스 제공 △평생교육 지원센터 설치·운영 △평생교육 추진 기관 지원 등이 있다.
지난 7월, 교육부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 추진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경계선지능 학생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학습 지원을 추진한다.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를 통해 복합적 어려움을 겪는 경계선지능 학생에게 △학습 △심리 △정서 등 통합적인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이해 증진과 지도 역량 강화를 위해 학교 관계자 주요 연수 과정에 경계선지능 학생의 특성과 지도 방법에 관한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다.
사람은 지능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그들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우선돼야 한다. 경계선지능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단순히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