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가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직업도 다양한 형태로 변화한다. 한 가지 직업에 평생을 종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에 회계법인 근무를 그만두고 스타트업 컨설팅을 시작하며 스스로를 새롭게 규정하는 사람이 있다. 회계 전문가로서 △강의 △유튜브 출연 △저서 출판 등 다양한 일을 이어오고 있는 이재용 회계사를 만나봤다.
Q. 4대 회계법인 근무로 쌓아오던 안정적인 커리어를 뒤로하고 다양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삼정 회계법인에서 9년 정도 일을 했어요. 보통 그만큼 경력을 쌓으면 관리자 직급이 돼요. 실무보다 관리를 해야 하는 직급이 되는 거죠. 그게 저한테는 맞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일이 잘 안 맞더라도 배우는 것이 많으니까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곳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장에 정체가 생긴 것 같아 그만두게 됐어요. 그때 생긴 연으로 지금 하고 있는 스타트업 컨설팅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Q. 스타트업 컨설팅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제가 하는 일의 정확한 명칭은 ‘파이낸셜 프로젝션’이에요. 보통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나름의 비전을 가지고 창업을 다짐해요. 그 비전으로 투자를 받기 위해선 투자자에게 숫자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저는 그 과정에서 추상적인 비전을 선명하게 만드는 일을 한다고 보면 돼요. 스타트업 대표님을 대상으로 미래 매출액, 영업이익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숫자로 정리해서 가시화하죠.
Q. 회계사와 스타트업 컨설턴트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회계사는 한 마디로 좋은 직업이에요. 안정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그런데 정해진 업무를 가지고 다른 회계사와 차별화하는 게 쉽지 않아요. 또,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회계 업무 특성상 고객들의 감사를 얻기 어려운 점도 있죠.
그에 비해 지금은 강의를 하거나 컨설팅하며 고객들의 궁금증을 해결하면서 감사 인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다만 회계사와 달리 안정적으로 일하기 어렵죠. 직업 특성상 프리랜서에 가까워서 누군가 저를 선택해 주지 않는다면 굶을 수도 있는 거죠.
Q. 회계사이자 스타트업 컨설턴트로서 회계를 비롯한 경제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을까요?
회계는 경제를 읽기 위한 언어라는 점을 말해주고 싶어요. 예를들어 국문학을 배운다고 한다면 국어로 된 문학에 집중하지, 국어를 분석하는 데 집중하지는 않잖아요. 국어로 문학을 읽으면서 역사와 문화도 총체적으로 배우게 되죠. 회계도 비슷해요. 회계 개념 자체도 중요하지만 결국 배움의 종점은 회계를 통해 보는 세상이에요. 경제생활에 어우러지는 모든 것을 회계로 포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지식이 빛을 발한다고 생각해요.
처음 국어를 배울 때 단어를 하나하나 외우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재무제표를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기초 지식을 하나씩 습득하다 보면 조금씩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조금씩 생각의 폭을 넓히면 돼요. 기초에 익숙해졌다면 한 기업의 매출을 여러 해에 걸쳐 찾아보고 마음대로 미래를 예측해 보세요. 퇴고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회계와 가까워져 있을 거예요.
Q. 스타트업 컨설팅을 하며 만난 다양한 사업가 중 성공하는 분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압도적으로 중요한 특징은 운이에요.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운이 따라줘야 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외부 요인을 차치하고 개인의 능력이나 태도에서 주요 요인을 찾아본다면 항상 성장하기 위한 노력이에요. 자신이 지식을 쌓아온 분야를 잘 해내는 것은 비교적 쉬워요. 그런데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려면 전문성에 더해 △인사△회계 △산업 등 전반적인 영역을 두루 알고 있어야 해요. 결국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인지하고 학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죠. 이런 자세를 실천하지 못하는 대다수와 다르게 해내는 소수가 성공해요. 저도 몇 년 사이 크게 성장한 분들을 보면 신기하고 존경스러워요.
Q. 새로운 직업인 스타트업 컨설팅에 도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에 출연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모든 과정이 우연이었어요. 저는 관심사가 매우 많은데 그중 하나가 독서예요. 그래서 회계법인에서 일할 당시 독서토론 모임을 나갔어요. 그 모임에서 우연찮게 ‘브런치 스토리’ 직원을 만나 작가 등록을 하게 됐어요. 브런치 스토리는 플랫폼의 인증을 받고 작가로 등록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글을 쓰는 플랫폼이에요. 나중에 제가 회계법인을 나오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브런치 스토리를비롯한 SNS를 이용했죠.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선 지식이나 가치에 대해 글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저만의 글을 쓰다 보니 현재 고정으로 출연하는 ‘언더스탠딩’, ‘B주류경제학’ 등 유튜브 채널에서 콘텐츠를 만들 때 저를 불러주더라고요.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일과 회계를 대중에게 쉽게 풀어낸다는 기획 취지가 저와 잘 맞아서 시작하게 됐죠.
Q. 다독하는 작가로서 효과적인 독서 방법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책을 많이 사는 게 첫 번째예요. 그 다음 내가 잡은 책의 30%만 읽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독서를 시작해요. 책을 꼭 완독할 필요는 없거든요. 그리고 책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모든책이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다만 꾸준히 독서하면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을 바꾸는 책이 한 권씩 등장해요. 저는 그런 책을 ‘별 5개 책’이라고 불러요. 독서는 별 5개 책을 만나기 위한 과정이에요. 언젠가 별 5개 책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무념무상 책을 읽다 보면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어요. 그렇게 욕심을 내려놓으면 좋은 독서 습관이 생길 거예요.
Q. 회계사님은 다양한 일을 하시는데 모든 일의 토대가 되는 회계사님만의 가치관과 비전은 무엇인가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제가 가진 지식으로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 즐거워 그걸 제 가치관으로 삼았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회계와 관련된 전문 지식을 쌓고 이 지식을 굵은 줄기 삼아 자잘한 뿌리를 뻗쳐나가게 됐어요. △방송 △강의 △컨설팅 △인터뷰 등 가치관에 부합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렇다 보니 저는 간접경험이 많은 편이에요. 이것저것 다양한 일을 시도하니까요. 간접경험에 초점을 두면 하나의 지식을 깊이 파고들기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언젠가 직접경험을 쌓고 싶어요. 한 기업의 주요 인력이 돼서 일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Q. 사회 진출을 앞둔 우리대학 학생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조금이나마 누군가의 본보기가 되는 사람이라면 지금의 저를 만든 두 가지 요소를 따라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하나는 호기심이고 둘은 자기 객관화예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굉장히 빠르게 변하잖아요. 이 속에서 음미하고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지는 호기심이 매우 도움이 될 거예요. 사회에 맞춰서 다양한 형태로 변화할 수 있는 자세의 기반이 될 테니까요. 모든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시선도 중요해요. 내 머리 위에서 나를 바라본다고 생각하고 본인의 특화된 점, 부족한 점을 인식해 보는 거죠. 나아가서 사회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봐도 좋고요. 그 후에 깨닫는 게 당장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아닐지라도 인식은 우리를 성장하게 만들어줘요.
저는 요즘 양자역학 책을 읽어요. 그게 회계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묻는다면 답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우주에서 살아 있다는 상태라는 게 얼마나 특별한 경험인지 아는 데 도움이 됐어요. 모든 분야에 걸쳐 순수하게 탐구하며 스스로를 성장시키다 보면 결국 직업을 비롯한 인생에도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이 사실을 유념하며 인생을 살길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