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제246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형사재판 공소는 오직 검사만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권력 독점에 대한 견제가 없으면 남용은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등장했으나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여론이 존재한다. 이에 공수처의 문제를 짚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청렴한 사회 목표로
공수처의 등장
1996년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부패방지법 제정을 위한 입법 운동 중 부패 수사를 전담하는 독립기관으로서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다. 이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를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검찰이 독점적 기소권 침해를 우려하며 반발했고 이에 공수처 설립이 무산됐다. 그 후 이어지는 고위공직자 전담 수사처 공약으로 인해 공수처 도입의 필요성은 재차 사회의 이목을 끈다.
이후 치러진 제18대 대선에서 후보자들은 검찰의 기소권 독점 폐해와 공직자의 비리 문제에 대한 대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당시 후보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임명한 검사가 고위공직자의 부패 사건 전반을 수사하는 공수처 설치를 공약으로 밝혔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별도의 수사처가 아닌 국회가 임명한 특별 검찰관이 특정 사건만을 한시적 수사하는 특별검사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며 공수처 설치 논의는 다시 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됨에 따라 공수처 설치가 다시금 실현 가능성을 비쳤다. 2017년 참여연대의 공수처법 입법청원을 시작으로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국민청원 서명이 20만을 넘긴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법무부는 공수처 설치 방안을 자체적으로 발표해 공수처 설립을 향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공수처법을 발의하려는 여당과 특별검사제도를 주장하며 격렬히 반대하는 야당으로 공수처 설치 논의는 여야 간 정치적 갈등으로 봉착했다. 결국 2년간의 논의 끝에 2019년 12월 30일, 공수처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2021년 1월 21일,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이 임명되며 공수처가 첫 출범식을 올렸다.
공수처를 향한
부정적 평가 이어져
오랜 기간 논의를 거쳐 고위공직자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공수처가 설립됐으나 그 결과가 현저히 부진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먼저 공수처 출범 두 달 만인 2021년 4월, 수사의 중립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공수처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영장 미제시 △참여권 침해 △압수물 범위 등 위법을 저질렀다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외압을 가한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이후 이 검사장)이 기소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김진욱 공수처장은 피의자인 이 검사장에게 출입 기록이 남지 않는 공수처 관용차량을 제공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이 검사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소장을 유출한 사실이 발각되자 공수처는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외에도 무능한 수사 역량과 부실한 업무 성과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공수처 출범 후 1년간 기소·구속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으며 제시한 체포·구속 영장 모두 기각됐다. 이후 공수처가 공개한 출범 2년간의 업무 성과는 총 접수 건수 6,500여 건 중 단 3건의 기소만이 전부였고 그 중 2건은 무죄 선고일 정도로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그 후 2025년 1월,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에 대한 공수처의 소극적인 수사가 이어지자 공수처의 본질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공수처는 무리하게 사건 이첩을 요구해 수사했으나 근무 태만과 무능한 수사 역량으로 구속이 취소됐다. 그 결과 공수처를 둘러싼 회의적인 반응이 커졌다.
수많은 논란이 불거짐에 따라 자연스레 공수처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여론이 뒤따랐다. 이는 이번 제21대 대선 김문수 후보, 이준석 후보 등이 공수처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공론화됐다. 이에 여론은 공수처 폐지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코리아정보리서치에 따르면 공수처 폐지를 찬성하는 응답이 44.9%, 반대하는 응답은 40.8%로 나뉜다. 공수처 폐지를 찬성하는 입장은 △공수처의 독립성 부재 △수사 과정에서의 위법성 △무능한 수사 역량 △부실한 업무 실적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편 공수처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은 부정부패 방지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견제를 위한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른 나라의 고위공직자 수사기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도 청렴한 사회를 만들고자 수사기관을 설립해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견제한다. 대표적으로 공수처 설립의 참고 사례였던 홍콩의 ‘염정공서’와 대만의 ‘염정서’가 있다.
홍콩의 염정공서는 △집행처 △부패방지처 △사회관계처로 나뉘어 있으며 각 부서는 고유한 독립성을 유지한다. 또한 염정공서 행정장관은 행정부의 인사위원회에서 독립된 상태로부터 채용된다. 이 외에도 염정공서의 수사 대상은 고위공직자뿐만 아니라 공공기업 종사자부터 정부 산하 기관의 단체장까지 포함하고 있다. 염정공서는 사전영장 없이도 체포 및 수사가 가능하다. 이처럼 홍콩의 염정공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고유의 독립성과 강력한 수사권을 기반으로 체계적인 조직을 구성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할 힘이 보장돼 있다.
대만의 염정서는 법무부 산하의 독립형 반부패기관이다. 염정서는 △종합 규획조 △방탐조 △정품 업무조로 조직돼 있으며 염정공서와 같이 각 조는 독립성을 가진다. 또한 △수사권 △조사권 △기소 요구권 등을 가져 사전영장 없이도 체포할 수 있다. 물론 법무부에 소속돼 완전한 독립성을 가지진 못하지만 효율적인 역할 분담과 강력한 권한 부여로 기관의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기관은 온전한 독립성 확보와 강력한 권한 부여에 기반해야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논란의 공수처
앞으로 개선 방향은
현재 공수처는 설립의의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이에 다양한 방면에서 해결 방안이 제시됐다. 먼저 공수처 운영 측면에서 검찰로부터의 독립성 확보를 핵심으로 파악해 특별검찰청으로서 공수처를 제안하는 의견이 존재한다. 부산과학기술대학교 부동산복지경영과 김준성 교수는 “공수처의 가장 큰 문제는 검찰로부터의 독립성 부재다”며 “현 공수처는 법무부로부터 분리된 독립적인 청사가 없고 공수처 검사의 임용 교육은 법무부 연수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법무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수처 폐지보단 현 공수처가 검찰과 대등한 관계에 놓일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며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청사를 설치해 공수처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치적 갈등 요소로 변질된 공수처법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입법 측면에서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조재현 교수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공수처의 본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며 “공수처의 독자적인 수사 및 기소권 보장을 위해 △공수처 검사·수사관에 대한 신분보장 △직무 수행의 독립성 △재정 측면에서의 물적 독립 등이 입법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 공수처는 청렴 사회 구현이라는 설립 취지와 달리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를 단순한 정치적 갈등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제도적 개선을 위한 실질적 논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