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뒤 숨겨진 K-POP 산업의 그림자
화려함 뒤 숨겨진 K-POP 산업의 그림자
  • 김진아 기자
  • 승인 2026.04.07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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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개선점은

  K-POP은 현재 한국 문화를 이끄는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90년대 중후반부터 여러 세대에 걸쳐 등장한 아이돌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 한국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K-POP 산업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팬심에 기대는
  K-POP 산업

  K-POP 산업은 △음원 △음악 방송 △대중매체 등을 중심으로 폭넓은 소비층에게 인기를 얻으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K-POP은 산업이 발전하고 수익 구조가 다양해지면서 특정 팬층의 반복적이고 집중적인 소비에 의존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  K-POP 산업에서 팬덤은 단순한 음악 소비자를 넘어 막대한 매출을 이끄는 중심축이 됐다.
  K-POP 팬덤의 대표적인 주축 소비는 실물 앨범 구매다. 국제음반산업협회의 ‘글로벌 뮤직 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상위 20개 앨범 중 19개 앨범이 케이팝 앨범으로 나타났다. K-POP 음악차트인 써클차트에 따르면 국내 CD 앨범 판매량은 2023년 약 1억 1,000만 장을 기록하며 음반 판매만 1억 장을 돌파했다. 전 세계적으로 스트리밍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추세지만 K-POP 산업은 음반 판매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음반 시장의 성장은 기획사의 마케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획사는 판매를 위해 음반을 여러 종류로 구성하며 각 음반 내 포함된 구성물을 랜덤으로 지급한다. 한국소비자원에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 발매된 K-POP 음반 50종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종류의 포토카드가 있는 음반은 총 78종의 포토카드를 발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음반 구매와 팬싸인회나 영상통화 등의 이벤트 응모권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팬들의 소비를 유도했다. 한국소비자원의 2023년 보도 조사에 따르면 K-POP 팬덤 소비자의 52.7%는 굿즈 수집을 목적으로 음반을 구매한 적이 있으며 음악 감상을 위해 구매하는 소비자는 5.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랜덤 굿즈를 얻기 위해 음반을 구매한 소비자 194명은 동일한 음반을 평균적으로 4장 이상 구매했으며 90장까지 구매한 경우도 있었다.
  팬덤에만 의존하는 산업 구조는 K-POP의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신안산대학교 뉴케이팝학과 현석훈 교수(이하 현 교수)는 “근래 K-POP은 관심이 있거나 능동적인 소비를 하는 특정 집단에게만 소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정 세대만을 겨냥한 마케팅은 K-POP의 대중성을 저하시켜 시장의 규모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매년 증가하는 연간 앨범 판매량 <출처/써클차트>

 

  인정받기 어려운
  아이돌의 근로자성

  오늘날 아이돌의 노동 범위는 무대와 방송에 한정되지 않는다. 아이돌을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며 활동 영역이 확장됐다. 대표적으로 아이돌과 팬의 소통 플랫폼인 ‘버블’과 ‘위버스’에서 채팅 서비스를 출시했다. 플랫폼 채팅 서비스는 팬과의 소통을 넘어 아이돌의 답장 빈도와 답변 내용을 통해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장된다. 아이돌이 얼마나 친밀하게 소통에 임하는지에 따라서 팬들의 만족도와 구독 유지가 좌우되기에 아이돌 개인의 역량이 커졌다. 팬 플랫폼을 통한 소통이 팬덤 충성도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각 기획사들은 전략적으로 플랫폼을 통해 아이돌을 상품화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아이돌의 정서 상태보다 운영 효율을 우선시하는 구조다. 일상적인 소통과 사적 영역까지 콘텐츠로 활용되며 아이돌을 상품처럼 소비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세종대학교 미래교육원 무용학전공 박한솔 교수(이하 박 교수)는 “일각에선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공인이므로 일정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며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과도한 노동과 무제한적인 감정 노동을 정당화할 순 없다”고 전했다.

  K-POP 그룹 틴탑의 전 멤버였던 방민수는 아이돌을 비롯한 대중문화예술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준비위원장을 맡아 아이돌 노동조합 설립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를 조직했다. 지난해 9월, 준비위는 고용노동부 성남시청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와 근로자성 입증 보완 서류를 추가로 제시해 아이돌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 중이다.

  아이돌의 경우 대중문화예술인으로 분류되며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어 활동한다. 현행 문화체육관광부 표준전속계약서에서는 
예술인을 ‘업무 용역을 대행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기획사는 아이돌의 업무를 책임져 수익을 배분하는데 이러한 계약은 고용 계약으로 취급되지 않아 아이돌은 현재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다. K-POP 아이돌은 △4대 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어렵다. 아이돌은 일반적인 근로계약이 아닌 전속계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현행 노동법 체계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박 교수는 “활동 일정 역시 유동적인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되기에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 교수는 “대중문화예술인의 노동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단계적으로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돌 노동조합 토론회에 참석한 방민수 준비위원장 <출처/이로운시선>

  산업이 커질수록
  복잡해지는 IP 문제

  K-POP 산업은 음악을 넘어 IP 중심 산업으로 확장됐다. IP란 지식재산권으로 창작물에 대한 법적인 소유 권리를 의미한다. K-POP에서 IP는 음원과 안무를 넘어 가수의 △세계관 △콘셉트 △이미지 △파생 콘텐츠 등 아이돌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영역으로 확장되며 핵심 자산으로 활용된다.
  최근 K-POP 산업에서는 아이돌을 하나의 IP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화되며 이를 둘러싼 소유권 및 운영권에 대한 갈등이 심화됐다. 그룹 뉴진스가 기획사 어도어에 전속계약 폐지를 요구하며 법적 공방을 이어갔다. 그러나 소송에서 패배하며 K-POP 산업 내 계약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는 기획사 중심으로 이뤄지는 K-POP 산업의 특성에 따라 활동 주체인 아이돌이 IP에 비교적 약한 영향력을 지닌다는 점을 보여준다. 뉴진스가 어도어와 법적 분쟁을 겪으며 활동에 제약을 받았던 상황은 ‘뉴진스’라는 IP의 권한이 기획사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돌을 둘러싼 권리 구조도 명확하지 않다. 이런 갈등의 배경에는 아이돌을 바라보는 산업적 인식이 존재한다. 현재 K-POP 산업에서는 아이돌을 기사가 관리하는 하나의 상품 및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돌 그룹은 데뷔 전부터 기획사의 체계적인 훈련과 기획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기에 콘셉트나 음악 등이 여러 전문가에 의해 설계된다. 이러한 구조는 아이돌을 기획된 결과물로서 인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박 교수는 “이런 시각은 아이돌의 역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아이돌 또한 △음악적 해석 △퍼포먼스 구현 △팬들과의 소통 등을 통해 IP의 의미를 확장하고 재구성하는 중요한 주체다”고 설명했다.

재판에 참석한 뉴진스 멤버들 <YTN>

 

  세계로 뻗어가는
  K-POP의 과제는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한 만큼 K-POP 시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정 팬층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대중의 소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현 교수는 “대중성은 신규 소비자 유입과 시장 확장의 기반이 되고 팬덤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보장한다”며 “두 전략의 균형을 맞춰 나가는 것이 산업의 지속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IP 소유권에 대한 문제도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아이돌과 기획사 간의 갈등을 넘어 동일 기획사 내외를 불문하고 콘셉트 유사성이 제기되고 있다. K-POP 산업이 시각적 콘셉트와 서사를 중심으로 소비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논란은 표절 논쟁으로 확장됐다. 박 교수는 “법적 판단 기준은 대중의 인식과 다르게 작동한다”며 “저작권법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을 보호 대상으로 하기에 아이돌의 콘셉트나 분위기 같은 요소는 원칙적 보호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K-POP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산업으로 자리 잡으며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들이 남아있다. K-POP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장기적인 문화 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산업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산업에 대한 고질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져야 K-POP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국내 문화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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