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마음의 상담자가 될 수 있을까
생성형 AI, 마음의 상담자가 될 수 있을까
  • 정경훈 아주대 의료인문정신분석전공 교수
  • 승인 2026.11.02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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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상담과의 연계 통해 접근성과 안전성 함께 확보해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정보 검색을 넘어 고민을 털어놓는 상담 상대의 역할까지 맡고 있다. 시간과 비용의 부담 없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 상담은 정신건강 지원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AI의 공감적 표현이 실제 정서적 이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적인 동조와 과도한 의존은 오히려 자기성찰을 방해하고 전문적인 상담을 멀리하게 할 수 있다.
  AI 상담의 가능성을 살리면서도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안전망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편리한 AI 상담,
  치유와 의존 사이

  생성형 AI는 정보를 찾아주는 도구를 넘어 사용자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상담 상대가 되고 있다. AI 상담은 저렴한 비용으로 언제 어디서나 익명으로 접근 가능하여(정진 2025; Joseph & Babu 2024; Govrin 2025) 사용자는 부담 없이 △불안 △관계 갈등 △무기력 △수치심 △직장 스트레스 등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다. 정신건강 상담의 출발점이 상담 기관의 접수창구에서 개인의 앱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 변화는 정신건강과 심리 상담을 새롭게 조직한다.

  전통적인 정신건강 상담은 정해진 △시간 △공간 △비용 △비밀보장 △책임의 틀 안에서 이뤄진다. 이 틀은 접근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관계의 안정성과 치료적 경계를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AI 상담은 그 경계를 느슨하게 만든다. 정진(2025)의 연구 참여자에 의하면 익명으로 언제 어디서나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AI 상담의 큰 장점이다. △예약 대기 △이동 △비용 △상담에 대한 낙인은 상담자 만남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AI 상담이 실제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는 연구들이 있다. Sohn 등(2026)의 연구에 의하면 챗봇상담은 대조군보다 우울 증상과 불안 증상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 그러나 효과는 평균적으로 작은 수준이었다. Heinz 등(2025)은 치료용 챗봇 Therabot의 효과를 평가했는데 △주요우울장애 △불안장애 △섭식장애 고위험군의 관련 증상이 개선됐다. 사용자들은 치료적 협력관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연구는 생성형 AI가 개인화된 정신건강 지원에 기여할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자살 위험 △조증 △정신증이 있는 사람은 제외하는 등 치료용 AI 사용에 주의할 부분이 있음을 보여준다.

  공감하는 듯한 AI,
  실제 이해와는 달라

  생성형 AI는 대규모 언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롬프트에 통계적으로 적당한 응답을 가져오는 LLM(languahe language model) 시스템에 의해 작동한다(울프럼 2023). 자연스러운 문장과 감정어를 사용하는 AI의 응답은 사용자에게 자신이 정서적으로 이해받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나 이는 상당 부분 착각이다. 인간은 언어 인지체계와 정동체계를 모두 가지고 언어활동을 하는 반면, AI는 인간의 감정과 소통할 수 있는 정동체계를 갖고 있지 못하고 단지 언어적 체계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정경훈 2026).

  청소년이나 정신적으로 취약한 사용자가 AI의 응답을 전문적인 인간 상담자의 상담처럼 받아들이면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공감하는 듯한 AI의 반응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심리 상담에서 공감은 내담자의 감정을 인정하면서 경험의 의미를 함께 깊이 있게 탐색하는 과정이다. AI가 사용자의 주장에 계속 동의·지지하는 응답을 제공하는 것은 공감과 다르다. AI가 사용자의 말을 반복적으로 정당화하면 즉각적인 만족은 높아질 수 있지만 사용자의 깊은 마음의 문제를 검토할 기회는 줄어든다. 특히 타인에 대한 반감이나 자기 비난이 강한 상태에선 AI 대화가 사용자 관점의 폐쇄성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Cheng 등(2026)은 AI가 사용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바람직한 자기상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비판이나 질문을 회피하는 현상을 ‘사회적 동조(social sycophancy)’라고 부른다. 이는 사용자의 감정과 입장을 무조건 정당화하거나 잘못된 전제를 받아들이고 필요한 비판을 피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 연구에서 사용자의 잘못이 명확한 상황에서 AI가 사용자의 자기 이미지를 보호하는 비율은 인간보다 과도하게 높았다. 또한 동일한 도덕적 갈등 문제를 반대되는 양쪽의 관점에서 각각 제시했을 때 AI는 사례의 양쪽 모두에게 잘못이 없다고 답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일관된 판단보다 현재 질문자의 입장을 지지하는 응답이 우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답이 진실한 답이 아닐 수 있다.

  사용자가 AI에게 친밀감과 신뢰를 느끼는 것은 흔한 현상이다. Joseph와 Babu(2024)은 사용자가 과거의 중요한 관계에서 형성된 감정과 기대를 AI에 전이하면서 AI를 자신을 이해하는 상담자처럼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AI의 지속적인 접근성과 비판하지 않는 응답은 자기노출과 신뢰를 촉진하고 ‘디지털 치료동맹’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사용자는 AI의 공감적 표현을 실제 감정이나 전문적인 이해로 받아들여 치료 능력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 또한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인간관계와 전문 치료를 대신할 가능성도 있다.

  Govrin(2025)에 의하면 정신역동적 치료에서 △침묵 △비언어적 정서 수용 △역전이 △투사적 동일시 △시간의 역할이 중요한데 AI 상담은 여기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AI는 즉각적인 지지나 조언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의미 있는 침묵과 역전이의 문제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 공감적인 문장을 생성하는 AI의 능력과 내담자의 심리 문제를 대면적 관계 안에서 견디고 다루는 상담자의 능력은 다르다.

  AI와 전문 상담의 공존,
  접근성과 안전 함께 확보해야

  AI 상담이 보편화되는 시대에 사회적 대응이 가장 필요한 부분은 아직 신경적·심리적으로 발달 단계에 있어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이다. △아동과 청소년에게 AI 사용 금지가 필요한가 △무제한 사용을 허용할 것인가 △보호자 감독 하에서만 허용할 것인가 △교육 현장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는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로 사회의 공동 논의와 대응이 필요하다.

  청소년은 물론 노인 등 연령에 맞게 AI 활용 정보와 도움 요청 경로를 제공하고 위기 상황에서 보호체계에 연결되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 보호자의 참여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가정이 위험의 원인인 청소년에겐 가족 외의 신뢰할 수 있는 성인 및 전문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 청소년의 사생활과 안전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요구된다.

  AI 시대에 맞게 상담자 교육도 조정돼야 한다. 상담자 교육에 AI의 기능을 사용하는 방법뿐 아니라 오류와 동조를 식별하고 내담자의 AI 관계 경험을 다루는 역량이 포함돼야 한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AI에서 △어떤 위로를 얻었는지 △어떤 판단을 받아들였는지 △대화 이후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탐색할 수 있다. AI 사용을 금지하거나 무시하면 내담자가 중요한 경험을 숨길 수 있다. 반대로 AI의 답변을 중시하면 전문적 판단이 약화될 수 있다. 내담자의 실제 AI 상담 경험을 존중하면서 심리 상담의 기본 원리와 방법론에 따라 주의 깊게 판단해야 한다.

  AI 상담의 확대가 사람에게 제공되는 상담을 축소하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전문 기관의 상담을 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검증되지 않은 AI 상담만 이용하는 구조가 형성되면 AI 접근성이 상담 서비스의 불평등으로 전환된다. 공공기관은 AI를 도입하면서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학교와 대학 상담 △위기 전화 △방문 서비스의 인력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 AI를 이용하지 않거나 이용할 수 없는 사람에게도 동등한 도움 요청 경로를 보장해야 한다.

  AI 상담,
  편리함을 넘어 안전한 연결로

  생성형 AI는 △시간 △비용 △상담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낮추어 사용자가 고민과 감정을 표현할 기회를 넓혀준다. 일부 연구에서 우울과 불안 등의 증상 완화가 확인됐지만 이러한 결과가 일반적인 AI의 치료 능력이나 위기 대응의 안전성을 보장하진 않는다.

  AI의 공감적 표현과 반복적인 지지는 인간 상담자의 정서적 이해 및 치료적 판단과 구별돼야 한다. 사회적 동조는 자기성찰을 제한할 수 있으며 AI에 대한 친밀감은 자기표현을 돕는 동시에 과도한 의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침묵 △비언어적 정서 수용 △역전이 등 중요한 치료적 작업도 수행하기 어렵다. 그러나 접근성이 좋은 AI 상담이 전문가 상담과 잘 연결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적시에 적절한 도움을 받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정신건강 안전망은 위험을 알아차리는 도구와 실제 도움을 제공하는 체계가 연결돼 있는 구조다. AI가 고통의 표현에 응답하거나 상담기관 목록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안전망이 완성되진 않는다. 사용자가 필요한 시점에 전문서비스에 접근하고 위험이 커졌을 때 보호받으며 상담 이후에도 돌봄이 이어져야 한다.

  AI 상담이 안전망으로 기능하기 위해선 위기가 의심될 때 일상적인 조언 대화에서 벗어나 안전 확인, 인간 지원과 연결돼야 한다. AI가 자살예방 상담전화나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같은 기존 체계와 연계되는 것이 필요하다. AI 상담의 편리성만 추구하는 것을 넘어 접근성과 안전이 함께 확보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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