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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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가을 기자
  • 승인 2006.10.28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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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 찾아 스스로 거리에 나가야
▲인형극을 준비하는 김복인 어르신 /
 

여기 이 사람들 노인취업자 김복인(65)씨


우리는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요

적성 찾아 스스로 거리에 나가야


오전 9시. 어린이들에게 인형극을 보여 주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러 어린이 집으로 향한다. 인형극을 마치고 함께 인형극을 준비하는 5명의 동료들과 복지관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오후 1시30분. 인형극에 쓰일 인형들을 제작 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강사의 지도 아래 교육을 받는다. 오후 5시. 교육을 모두 끝마친 뒤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향한다. 올해로 65세인 감복인 어르신의 하루는 일에 대한 열정과 아이들을 향한 사랑으로 똘똘 뭉쳐 있다.

어느날 문득, ‘나는 무엇을 해야하지?

현재 인형극을 통한 동화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복인 어르신은 30년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일해 왔다. 교직생활을 마친 뒤 개인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기도 했지만 60세가 넘으니 일을 계속 할 수가 없었다. “집에서 책을 읽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빨래나 청소도 잠깐이면 끝나지. 일을 그만 둔 뒤, 이 많은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을 했어요”라며 당시 삶이 무기력해지고 심지어 외출하기도 싫어졌다고.

그러다 김복인 어르신은 ‘내가 왜 이렇게 바보짓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스스로 일거리를 찾아나서야겠다고 생각한 김복인 어르신은 우연히 지하철에서 ‘실버취업박람회’ 포스터를 보게 되어 혹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해서 찾아가 보았다. 운이 좋겠도 박람회에서 동화구연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모집 중이었다. “반평생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관심사들도 아이들이 돼버렸지. 피자를 좋아하는데 피자집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며 “이왕 하는 일이라면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걸 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는 김복인 어르신은 동화구연 모집에 신청서를 내었고 공개채용이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해서 더욱 즐거운 일자리

김복인 어르신은 2003년부터 동화구연을 하다가 올해 봄부터 인형극을 배워 어린이집에 나가고 있다. 한 달에 4번 정도 어린이집에 나간다. 그 밖에 무료 봉사신청이 들어오면 나가기도 한다. 작년에는 노인복지관협회에서 안국동 어린이집을 연결해주어 아이들에게 전래동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최대한 표준어를 사용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해서 아이들의 교육에 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며 김복인 어르신은 아이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오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적은 보수와 고용의 불안정 등 정부 지원 부족해

“정부에서는 2십 만원씩 활동비로 노인들에게 지급되고 있어요. 한 달 생활비로 꼭 써야할 곳에만 써도 5십 만원은 쓰는데 말이죠”라며 노인 일자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아직 부족함을 꼬집었다. 고령화로 인한 노인 취업자율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65세 이상 취업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80~90%에 달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에서 마련해 주는 고령 취업자 일자리도 간병인, 거리질서 도우미 등 임시․일용직이 대부분이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서 한다면 좋겠지만 취업 박람회라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에요”라며 “대부분이 4~5시간 일하는 시간제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보수도 그리 넉넉하지 않은 편이죠”말하는 김복인 어르신은 노인 취업자를 위한 정부의 지원은 점차 좋아지고 있지만 경비원이나 주유원으로 일하는 경우 보수도 적고 고용의 불안정도 크다고 한다.


일에 대한 열정, 남 못지 않아

“나는 할머니라는 단어를 안 좋아해요. 할머니라는 단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들리잖아. 실수를 해도 ‘할머니라서 그래요’라고 쉬쉬하는 것도 싫어요”라고 말하는 어르신은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쉽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지 늘 고민한다. 교육자는 따로 있는게 아니고, 자기가 열심히 배워서 전달하는데 책임감을 갖고 가르치면 되는 것이라고. “보기에만 이렇게 늙었지. 우리는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요”라며 “우리는 서로 참 젊어보이네요, 멋져보이네요 라는 덕담을 많이 주고 받아요. 그럼 서로 즐겁게 일할 수 있고 좋잖아요”라고 웃으며 말하는 김복인 어르신을 보면서 남녀노소를 떠나 자신에게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가를 세삼 느끼게 되었다.

2026년에는 전체인구의 약 20.8%가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제 노인문제는 더 이상 노인에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바로 우리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정부는 청년취업뿐만 아니라 노인취업에도 심혈을 기울여 탄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노후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 또한 확실한 노후대책을 위한 과제일 것이다. 


양가을 기자

rkdmf214@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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