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들어가야만 우리 사이 끈끈해지나요?
술술 들어가야만 우리 사이 끈끈해지나요?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7.03.17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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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화기애애한 그 시간, 내일 원점으로 돌아가는 휘발성 만남

단지 한 살 더 먹었을 뿐인데 저절로 금기가 풀리더니 점점 집에서 먹던 저녁밥은 ‘흐린 기억속의 그 밥’이 되어버렸다. 땡칠이들에게 3월의 밤은 바쁘다. 그리고 3월은 대학생활 동안 큰웃음을 선사할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는 시간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잡혀있는 약속은 스케줄 수첩을 빡빡하게 채우고 대학로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발도장을 찍는다. 선배들도 3월은 어쩔 수 없다. 선배들과 땡칠이들의 첫 대면은 어색하기 마련이지만 ‘술술’ 들어가고 나면 어색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때부터 테이블마다 감흥이 흐르고 통금시간이 다가오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헤어진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지끈거리는 두통과 쓰린 속, 그러나 그보다 더더욱 괴로운 것은 다시 마주친 선배와 나의 어색한 만남이다.
어색함을 풀어주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해서 사람들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때 많이 찾게 되는 술. 그 대표적인 예가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 자리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굳어져 있던 대학생들의 술자리 문화와 요즘 들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反술자리 문화. 도대체 술과 대학생들의 문화는 얼마나 얽혀 있기에 우리는 대학의 ‘술자리 문화’를 말하는 것일까?

 ‘잘 다녀왔어’ 또는 ‘괜히 갔어’
박지숙(이화여대 인문학부 1) 학생은 “요즘 줄을 잇는 술자리에 몸이 많이 지쳤다. 그러나 동기들, 선배들과의 관계를 위해 빠지지 않을 생각이다”고 땡칠이로서 술자리에 참석하는 의미를 밝혔다. 이어 “주변 친구들도 ‘혹시 나만 멀어지는 것일까’라는 생각에 웬만한 술자리에 다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3월 술자리의 주인공인 땡칠이들은 술자리에서 행해지는 동기들과 선배들과의 만남을 값지게 생각한다. 술자리만큼 진솔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평소에는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술자리를 ‘속 빈 강정’이라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동욱(홍익대 회화과 2) 학생은 “술자리에서 어깨동무까지 했던 선배랑 그 다음날이 되면 굳은 얼굴로 인사를 나눈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차라리 술자리가 아닌 운동으로 만났던 선배들과 더 돈독한 관계를 유지중이라고 했다. 대학생활에 ‘술’이 빠지지 않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라고 말할 수 없다. 또한 즐기러 갔다가 괜한 실수나 사고가 일어나면 이제 갓 대학생활을 시작한 땡칠이들에게는 영원히 기억될 ‘최악의 자리’로 남을 수 있다.

다시 생각해도 즐거울 3월을 위해
대학생 음주율이 가장 높다는 3월. 심심치 않게 들리는 신입생 환영회에서의 음주사고는 무섭고도 익숙한 연례행사가 되었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KARF) 김지원 연구원은 “술자리 사고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준다. 대학생들이 술자리 에티켓만 지킨다면 다시 생각해도 즐거울 3월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대학생들의 술자리 문화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김 연구원의 말처럼 땡칠이들에게 경계대상 1호는 무조건 술을 강요하는 선배이다. ‘선배’라는 이름으로 무작정 권하는 술 한잔은 땡칠이에게 ‘다신 안 와!’를 몇 번이나 외치게 한다.
그렇다고 모든 대학생들이 신입생을 술로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신입생 환영회 풍속도에도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몇몇 학교에서 그간 봉사활동, 세족 행사 등 새로운 형식의 환영회를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학생들 스스로 ‘괴로운’ 술자리 문화보다는 대안적인 놀이문화를 즐기고 있는 것. 한 지방의 자연과학대 학생회는 ‘자연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자연을 사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로 오리엔테이션 기간동안 속리산에서 자연정화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들도 ‘술 권하는 사회’에 반기를 들고 당당하게 ‘술을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클럽(본지 526호 참고)도 만들었다. 이 클럽의 전지선 클럽장은 “대학의 술자리 문화와 사회에서의 술자리 문화는 너무도 비슷하다. 하지만 즐겁지 않은 문화를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게 우리 클럽의 생각이다”라며 술자리 문화의 고질적인 상호연결성을 비판했다.
주류광고를 보면 술은 어느새 ‘젊음’의 상징이 되었다. 역동적인 장면과 젊은 연예인의 출연으로 대학생들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마치 젊음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활동인 것처럼 묘사해 놓았다. 대학의 낭만과 자유를 만끽하고픈 땡칠이들에게 ‘영리한’ 술자리를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은 선배들이 많을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간 술자리가 한 두 개 모여 지금 무거운 속병만 남아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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