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은 백조의 이상한 방패
벗은 백조의 이상한 방패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7.10.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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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러

    백조가 벗었다. 순백색의 튀튀(발레복)와 토슈즈에 몸을 실었던 우아한 그녀의 누드 촬영으로 인해 문화계가 발칵 뒤집혔다. 그리고 이제는 참 고루하기 짝이 없는 ‘예술이냐, 외설이냐’로 떠들썩하다. 발레리나의 품위를 땅에 떨어뜨렸다며 돌멩이를 던지는 한 무리와 예술을 위한 행동이었다며 방패로 막아주는 한 무리가 있다. 그러나 예술이니 외설이니 하는 결론도 나지 않을 소모전은 하고 싶지 않다. 이번 사태에 주목하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백조에게 던져지는 돌을 막아주기는 하나 아주 찝찝한 몇몇의 방패들이다. 이들은 그녀가 러시아 볼쇼이발레학교를 졸업했고 2006년에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 무용수 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학력과 수상경력’이 있기 때문에 그녀의 누드사진이 ‘예술이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대단한 발레리나가 그것도 유명 패션잡지에 유명 사진작가가 촬영한 누드사진을 실었는데 어떻게 외설이 될 수 있겠느냐는 논리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과 음란의 경계는 학력과 실력이 가른다는 말인가?


    작품의 주인공이 못 배운 에로배우라도 예술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남녀의 성행위 역시 성스럽든 추잡하든 렌즈를 들이댄 사진작가의 창작세계에 따라 예술로 승화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예술과 음란의 경계를 단지 그 어쭙잖은 기준으로 나누는 것은 한국사회의 엘리트주의, 학력주의에 관한 선입견을 그대로 보여주는 예이다. 또한 그들의 주장은 순결한 예술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선정적인 호기심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중성이 골고루 뒤섞여 있을 뿐이다. 발레리나의 누드 사진에 돌멩이를 던지는 이들에게 고리타분하다고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국립발레단의 수석 백조는 징계위원회에서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는 끝났지만 ‘발레리나 누드’는 당분간 이슈로 머물 태세다. 누드 사진을 통해 그저 자신의 몸을 기억하고 싶었다는 그녀의 말. 예술에 대한 고찰이었으리라 생각하면 돌을 던질 필요도 없다. 화려한 학력과 경력이라는 부자연스러운 방패로 애써 보호해 줄 필요는 더욱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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