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좋아서 하기에, 우린 행복하다
우리가 좋아서 하기에, 우린 행복하다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7.11.03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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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작품 두 점이 걸려 있다. 하나는 끊어질 듯 이어지면서 우리네 소박한 마을의 모습을 붓 끝에 담은 수묵화. 다른 하나는 역동적인 캐릭터를 거침없이 스프레이로 뿌려 낸 그래피티. 붓 끝과 스프레이. 아무리 생각해도 두 작품은 극 과 극이다. 그런데 작품에 대한 매력을 각각 묻자 ‘밑그림을 거치지 않고 담아내는 즉흥적인 느낌’이라고 같은 대답을 한다. 스프레이와 붓 끝, 같은 감성을 전하고 있는 것일까?

 


언더문화로 분류되던 B-boy공연은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왔고 이제는 젊은 세대의 대표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B-boy의 성공으로 빠르게 진행된 ‘힙합문화의 대중화’는 미술 분야에도 찾아왔다. 바로 B-boy가 춤추던 무대의 화려한 낙서(?) ‘그래피티’이다. 지난 여름 서울광장에서 열린 ‘2007 서울시민을 위한 그래피티 페스티벌’에 초청되었던 JNJ CREW의 ARTIME JOE와 JAY FLOW와 솔직한 그래피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살아 움직이는 열정을 담은 벽

   
▲ 그래피티 작업 中
군대에서 벽화를 그리다 서로의 관심사가 같다는 것을 알게 된 JAY FLOW(임동주)와 ARTIME JOE(유인준). 전역 후 그들이 틀에 박히지 않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지난 2001년에 결성한 그래피티(Graffiti)팀이 ‘JNJ CREW’이다. 그래피티는 판을 돌리는 ‘디제잉’과 소리를 지르는 ‘랩’, 몸으로 말하는 ‘브레이크 댄스’와 함께 힙합의 4대요소로 알려져 있다. 그래피티의 어원은 ‘긁다, 긁어서 새기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graffito’와 그리스어 ‘sgraffito’이다. 현재는 스프레이로 그려진 낙서 같은 문자나 그림을 뜻하는 말로 자리를 잡았다.

그래피티가 본격화된 것은 1960년대 말 뉴욕 브롱크스 거리에 낙서가 범람하면서부터이다. 흑인들이 스프레이를 이용해 채도가 매우 높은 색들과 격렬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문자들을 거리의 벽에 그리던 것이 지금의 그래피티가 되었다. 우리나라에 그래피티가 들어온 것은 90년대 말, 지금은 30여명 정도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존재한다. JAY와 JOE도 그래피티를 시작한 지 7년째가 되어가는 유명한 팀이다.


그들의 첫 작품은 공릉의 어느 한 굴다리였다. JAY는 “밤에 가서 몰래 2시간 정도 그렸다. 스릴감이 느껴지고 재밌었지만 물론 불법이었다”라고 첫 작품을 그리던 때를 회상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그래피티를 합법적으로 그릴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도둑 그림을 그려가면서 그들은 그리피티 아티스트로 성장해 나갔다.


그래피티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벽에 그려 넣으면 많은 사람들에게 크게 보여줄 수 있고 무의식중에 보는 이의 기억에 남게 된다. 또 작업할 때는 속도감이 있고 즉흥적이기 때문에 그래피티가 좋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그래피티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갔다. 실제로 과거에 비해 요즘은 기업이나 행사에서 그래피티 주문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래피티의 매력인 대중의 뇌리에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선호하는 층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번 의뢰가 들어오는 그림만 그리는 것은 아니다. 부천에서 김포공항으로 이어지는 오정대로 아래 벽면에 그려넣은 ‘신서유기’라는 주제의 그래피티 작품은 지금의 JNJ CREW를 세간에 알려지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서울을 벗어나 누구의 간섭도 없는 곳에서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그들의 말과 작업 과정이 담긴 사진은 그래피티를 향한 그들의 마음가짐과 애착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이 쯤에서 우리는 색안경을 벗어야 할 때가 왔다. 흑인들이 할렘에서 불량스러운(?)모습으로 벽에 스프레이를 뿌려대는 모습을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치부하는 색안경 말이다. JNJ CREW에게서 느껴지는 열정은 ‘불량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예술갗의 열정에 가까웠다. 그들은 자신의 그림에 진정으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 JNJ 신서유기

여유는 없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B-boy가 젊은 층의 대표문화가 되면서 그래피티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JNJ CREW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도 많은 이들이 찾아와 그래피티를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갑작스레 찾아온 그래피티 붐에 대해 그들은 “어린 학생들부터 20대초반의 관심이 높아졌다. 실제로 과감하고 거침없이 아무곳에나 스프레이를 뿌려대는 이들도 많아졌다”며 조금 걱정 섞인 말을 했다.


이런 열정적인 젊은이들이 있기에 우리나라 그래피티가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설 법도 한데 JNJ CREW는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는 그래피티 관련 잡지나 물품을 구하는 것조차 어려워 외국의 잡지를 통해 영감을 얻고 있다. 게다가 그래피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스프레이는 1,300원짜리 공업용 스프레이가 전부라는 것이 그들의 한탄이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에서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더 많은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큰 이유가 될 수 있다. JOE는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3-4배의 고가 스프레이를 사용한다. 작업 환경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세계의 높은 벽에 기죽지 않는다. 더 힘껏 그들만의 색깔이 담긴 작품을 그리기 위해 노력중이다. 앞으로의 꿈은 JNJ CREW 둘만의 작품을 위한 전시회를 갖는 것이라고 한다. 과거에 다른 아티스트들과 공동 전시회를 한 적은 있지만 아직 그들만의 전시회를 열지는 못했다. 대중에게 이해해달라 요구하기보다는 자신들이 대중에게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는 그들의 말에 대한민국 그래피티에 무한한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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