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에 날개달기]번데기가 나비가 될 수 있게 ‘날개’를 만들다
[상상에 날개달기]번데기가 나비가 될 수 있게 ‘날개’를 만들다
  • 김민지 기자
  • 승인 2007.11.03 2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뮤지컬<미스터마우스>음악감독 장소영씨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생각하면 정작 ‘미녀’보다는 ‘마리아~ 아베 마리아’하며 그녀가 부르던 노래가 먼저 생각난다. 뮤지컬 <Cats>역시 무대 가득한 고양이들보다 아련한 목소리로 부르는 ‘Memory’가 귓등을 울린다. 뮤지컬 <미스터마우스>도 그렇다. 배우들의 연기만큼 슬펐던 것은 ‘거울과 아버지’라는 노래였다. ‘손을 잡아 봤으면 머릴 감겨줬으면 한번 안아봤으면’이라는 이 노래의 가사가 흐르면 장내는 금세 울음바다가 된다. 음악으로 쉼 없이 관중의 심장을 두드리는 뮤지컬<미스터마우스>의 장소영 음악감독을 만나보았다.

 

△어떻게 뮤지컬 음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사실 음대를 졸업할 때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실히 갈피를 잡지 못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았고, 그것이 계기가 되었죠. ‘이런 음악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생겨 뮤지컬에 뛰어들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영화나 드라마의 오케스트레이션을 많이 했고, 그러다 차츰 원래 좋아했던 공연 쪽 음악을 맡게 되었어요.

   
▲ 뮤지컬 미스터마우스 中

△뮤지컬 음악을 만들면서 무엇을 가장 고려하나요?
영화음악 같은 경우에는 화면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어 보낸 후 개봉이 되면 더 이상 음악감독이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공연은 달라요. 어느 한 부분을 집어 말할 수 없을 만큼 다방면에 신경 써야 해요. 처음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부터 모든 부분에 계속 함께해야하죠. 마치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는 걸 다 지켜보는 것처럼 하나하나 모자란 부분은 더 집어넣어 채워주고 넘치는 부분은 빼내요. 예를 들어 무대의 크기나 배우들이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서도 음악이 달라지고요. 조명이나 배우의 감정선에 따라서도 바뀌어요. 또는 음역이 맞지 않는 배우를 위해 음역대를 낮추거나 높이기도 하고요. <미스터마우스>는 초연 때부터 하나하나 세심하게 고민한 흔적이 묻어 있어서 애착이 많이가요.

 

△<미스터마우스>는 초연에 이어 이번이 4번째 공연으로 알고 있어요. 그간 음악 면에서 바뀐 점은 무엇인가요?
음악의 흐름은 변한 것이 거의 없지만, 몇 장면에 음악이 추가됐어요.  극이 전체적으로는 기쁨과 슬픔이 강하게 표출되는 부분이 많지만 그 부분은 조용하게 고백을 하는 장면이었죠. 남자 주인공이 심리학자의 최면으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부분이에요. 이 장면에 음악성을 가미해 사람들이 그의 과거의 괴로움을 함께 느끼고 아파할 수 있게 바꾸었어요.

 

   
▲ 미스터마우스 연극 中

△극 중에 의도적으로 들어간 음악장치가 있나요?
관객들이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몇 부분에 음악장치가 들어있어요. 한 부분만 예를 들자면 뮤지컬 속에는 사람 ‘인후’와 인후가 ‘이누’라고 부르는 생쥐가 나와요.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실험용 생쥐이죠. 인후는 자주 ‘이누’와 자신을 동일화시키려고 해요. 수술을 통해 똑똑해진 생쥐처럼 되고 싶은 마음도 담겨있지요. 그렇게 감정이 동화되는 부분에서 두 가지 음악을 합쳤어요. 사실 하나는 ‘엄마가 올거야’라는 인후의 테마곡이고 다른 하나는 ‘나비’라는 음악이에요. 따로따로 들어도 음악이 되지만, 두 가지를 합쳐놓으면 화음이 되죠. 이 연극에서 ‘나비’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요. 인후가 변태과정을 통해 벗어나고 싶은 번데기인 지금 현실과, 날개를 달고 예쁘게 날아오르려는 새로운 모습의 자신을 꿈꾸는 매개체예요. 그 음악을 합치면서 인후가 되고 싶은 것과 인후가 처한 현실을 관객들이 동시에 떠올려 주었으면 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가까운 계획은 <싱글즈>와 <실연남녀> 그리고 <미스터마우스>에 이어 한 작품을 더 올리는 거예요. 장기적으로는 디자인회사처럼 음악도 전문화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뮤지컬 속에도 여러 가지 음악이 있잖아요. 어떤 부분에는 슬픈 음악이 어울리고, 어느 부분에서는 락이나, 힙합의 느낌을 내야해요. 하나의 뮤지컬을 만드는데 개인이 모든 걸 전담하기보다는 그러한 한 부분, 한 부분을 각 분야의 전문 음악가가 맡아 곡을 써서 하나의 뮤지컬로 만드는 그런 단체를 만들고 싶어요. 물론,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각자 개성이 강하기 때문에 하나로 합해지기 어렵겠지만, 개성이 강한 그런 사람들이 하나로 뭉쳤을 때 더 좋은 효과가 난다고 생각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