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솜길]열정으로 만드는 ‘나’라는 브랜드
[다솜길]열정으로 만드는 ‘나’라는 브랜드
  • 김민지 기자
  • 승인 2007.11.03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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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미술관 큐레이터 이승미(서양화 80) 동문과의 만남

 


사람들은 아마 큐레이터라면 영화 <오션스 일레븐>의 테스오션 역을 맡은 줄리아 로버츠나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샬롯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 모습은 실제 큐레이터의 모습을 1/100 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실제 큐레이터는 소설 <다빈치코드>의 자크 소니에르와 닮아있다. 나이에서 풍겨오는 경험의 향기와, 다양한 지식 그리고 현장 감각은 그들의 무기다. ‘큐레이터는 가장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말하는 북촌미술관 큐레이터 이승미(서양화 80)동문을 만나보았다.

 

 

 

김민지(이하 김): 큐레이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이승미(이하 이):
학생 때는 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그림그리기가 재미없어졌어요. 사실 학생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그림그리기에 빠져 살았는데, 왜 갑자기 그림에 손이 가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지요. 그런데 조용히 화실에 앉아서 그림을 보고 있으니 스스로 ‘재능을 너무 편중시키는 것이 아닌갗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때마침 새로 생긴 사립미술관에서 제의가 들어왔고 큐레이터의 길에 들어섰어요. 처음 3~4년은 맞는 선택을 한 것인지 매일 의문을 가질 만큼 힘이 들었는데 지금은 천직 같아요.

 

김: 학생들에게 큐레이터의 이미지는 드라마 같아요. 그림을 안내해주는 반듯한 정장을 입은 사람들을 떠올리죠. 실제 큐레이터는 어떤가요?
이: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아요. 미술관에서 그림 안내를 해주는 큐레이터는 보통 아주 초보 큐레이터예요. 연륜이 있는 큐레이터들은 보통 전시기간에는 전시 일정과, 전시품에 신경을 기울이느라 거의 미술관에 나오지 못해요. 전시가 끝나고나면 또다시 전시 되었던 작품을 포장하고 다른 전시회를 준비하기 바쁘죠. 일이 곧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할 정도로 쉴 시간이 없어요. 큐레이터는 직업의 특성상 인구구조가 피라미드 형식으로 되어있어요. 그만큼 경력이 오래 된 큐레이터 수는 적지요. 그래서인지 5년 이상 일선에 있는 큐레이터들은 자신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요.

 

김: 큐레이터를 하는데 정해진 학과나 조건이 있나요?
이:
필수자격증 같은 것은 없어요. 큐레이터 자격증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운전면허증하고 비슷하거든요. 일정점수만 넘어서면 자격증이 나오기 때문에 그것으로 ‘이 사람은 큐레이터로 충분하다’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역시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현장 감각이 중요해요. 책을 통해서 알고 있는 미술에 대한 지식과 현장에서 부딪히며 알게 되는 미술과는 차이가 있거든요. 학과에 있어서는 역시 대학시절 미술관련 공부를 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현재 큐레이터로 일하고 계시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부족한 부분들은 일을 하면서도 충분히 메워 나갈 수 있어요.

 

김: 이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이:
큐레이터의 가장 큰 덕목 중의 하나가 바로 ‘나이’예요. 여기서 말하는 나이는 다른 직장에서 말하는 것처럼 ‘조금 더 어린’이 아닌, ‘조금 더 연륜있는’을 뜻해요. 적당한 나이를 가진 사람의 풍부한 경험이 큐레이터 활동에는 밑바탕이 되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경험으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직업에는 정년이 없어요. 경력이 늘어갈수록 처음에 하는 전시안내부터 기획 그리고 기관자문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 할 수 있게 돼요.
세잔느와 고흐같은 고대작가부터 잭슨플록과 같은 현대작가까지 그들의 옆에는 그 그림을 세상 밖으로 열어준 큐레이터가 있었지요. 큐레이터는 이 사회의 문화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또 그 점이 큐레이터만의 가장 큰 매력이고요. 

 

김: 앞으로의 계획과 큐레이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육이에요.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고 해도 대중이 읽어낼 수 없다면 작품의 가치가 빛날 수 없잖아요. 저는 작가와 대중의 시선이 만나는 지점을 찾아내는 ‘교육’을 하고 싶어요. 큐레이터를 하기위해서는 무엇보다 ‘열정’이 상당히 중요해요. 학생들이 인턴을 하겠다고 찾아왔다가 대부분 한 두달 만에 그만두거든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거나, 그저 직장이 필요해서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직업을 위한 직장이라면 미술관은 적당하지 않아요. 끊임없이 희생을 요구하는 비영리단체이니까요. 열정과 모험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 자체를 자신으로 만들 수 있는 학생이라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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