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에 날개달기] 마리아, 그녀의 변화에 발을 맞추다
[상상에 날개달기] 마리아, 그녀의 변화에 발을 맞추다
  • 김민지 기자
  • 승인 2007.11.20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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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는 유혹의 춤을 추다 고개를 숙여 예수의 발을 닦는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여자이다가 누구보다 순수한 여자가 된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그녀를 변화시킨 예수도, 예수가 창녀의 집에서 나왔다고 소리친 베드로도 뒷전이다. 오직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히 그녀의 시선과 그녀의 감정을 따라 움직인다. 그녀는 자신만을 위한 조명과 음악 속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울고 웃는다. 불빛이 점점 사라지는 저녁, ‘극장 용’을 넘어 ‘국립중앙박물관’을 울리는 ‘마리아 그녀의 노래에 열광하라!’


세 명의 마리아와 하는 5번째 공연

 

인터뷰를 위해 찾아갔던 지난 14일은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이하 마리아)가 공연되기 전이었다. 더 나은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서 배우들은 10분 사이에 밥을 먹고, 분장을 마친 후  다시 무대에 올랐다. 옷걸이 가득 걸려있는 의상과 분주한 분장실, 그리고 빠르게 뛰어다니는 배우와 스텝들 사이에는 긴장감과 함께 기대감이 맴돌았다.

 

 

마리아의 무대 뒤에는 각자의 대기실이 있지만 모든 배우와 스텝이 복도를 오가며 바로 전 리허설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 연출자가 말하는 장기공연의 숨겨진 비밀이 바로 이것이다. 배우들 사이의 팀워크를 넘어서 작가, 작곡가, 연출자, 안무가, 조명 그리고 무대감독 등 스텝들도 한 마음으로 공연을 이끌어 간다.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마리아는 끝없이 달려왔다. 전국투어를 넘어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도 노래를 불렀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순수 창작 뮤지컬이라고 하기엔 큰 성과다. 그리고 2007년 올해는 3명의 마리아가 돌아가며 노래를 한다. 그 중 꾸준히 마리아 역을 맡아 온 원로 마리아 강효성씨를 제외한 차지연씨와 황지현씨의 캐스팅은 파격적이었다.

 

연출자 성천모씨는 “사실 창작 뮤지컬에서 스타마케팅은 숙명이다. 수많은 외국 라이센스 뮤지컬 경쟁작 중 살아남기엔 창작 뮤지컬은 기반이 약하다. 영화에서 스타와 스타감독이 뛰어난 관객 호응을 얻어내듯이 이제 브랜드는 관객이 작품을 선택하는데 주요 요소가 되어버렸다”고 설명했다. 실력파로 인정받은 차지현씨는 뮤지컬계의 신인이지만 주인공 마리아로 캐스팅 되었다. 드라마를 하는 연예인 이미지가 더 강한 황지현씨 역시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뮤지컬에도 잘 맞는 배우로 마리아를 연기한다. 연출자 성천모씨는 “고심한 끝에 다양한 색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들을 찾은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세 명의 예수 중 한 사람인 K2의 락커 김성면씨 역시 같은 맥락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마리아, 너를 보러 가겠다

 

“전부 스탠바이!! 배우분들 안전사고 주의하시고요. 리허설 시작합니다! 하우스 음악 나오고, 객석 어둡게! 배우분들 입장하세요” 그렇게 막이 올라간 무대 가운데는 무대 뒤에서 보았던 여배우가 아닌 온전한 '마리아'가 서있었다.

 

이야기는 예수와 그 제자들 주위를 따르는 군중들이 점점 늘어나자, 제사장이 위협을 느껴 예수를 제거하기 위해 창녀 마리아를 이용하는데서 시작한다. 노골적으로 예수를 유혹하는 마리아, 바라보는 예수의 눈빛은 그저 무너져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처럼 슬프다. 후에 마리아를 돌로 쳐 죽이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를 구해낸 예수를 보고 난 후 그녀는 변화한다. “불행했던 여자가 한 사람을 만나 긍정적인 변화를 겪는 것, 곧 마리아(예수의 어머니가 아닌 창녀 마리아)와 예수의 이야기로 종교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드라마적인 요소로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는 연출자 성천모씨의 말이 생각났다. 1부가 끝나고 진행된 2부에서도 뮤지컬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이제 끝나가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 나오는 마리아의 환각장면은 끝까지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했다.

 

길었던 리허설이 끝나고 배우들이 땀에 젖어 무대 밑으로 내려간다. 벌써 밤 10시가 넘어가는 시간임에도 소 연습실에서 방금 끝난 리허설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다. 모든 스텝들이 뭉쳐 조명과, 음향, 동선까지 다시 계산한다. <마리아 마리아>를 향한 그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그들을 뒤로 하고 돌아가는 길, 극장 밖은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다. 한참 동안 귓가에 노래가 맴돌았다. <마리아 마리아>의 뮤지컬 넘버인 '난 마리아죠'의 한 구절이었다.

 

'몸 열어서 웃음 파는 그런 여자 아니죠. 더 이상 숨길 것도 없고, 더 이상 꾸밀 것도 없고. 이 모습 이대로 난 마리아죠' 다시 그녀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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