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태어나는 돌과 그가 지키고 있는 돌사랑(舍廊)
예술로 태어나는 돌과 그가 지키고 있는 돌사랑(舍廊)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8.03.02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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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나를 만나다] 전각작가 전정구(49)씨
 

인사동은 빠르게만 돌아가는 서울 하늘 아래에서 우리네 느림의 미학이 담긴 전통문화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이다. 걷다보면 자연스레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발걸음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인사동을 찾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발길은 인사동 수공예품들의 매력을 따라 옮겨진다.

 

조계사 맞은 편 작은 골목을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공방하나가 있다. 쉽게 지나칠 수 도 있지만 인사동을 구석구석 탐방하는(?) 이들은 한번 쯤 눈길을 사로잡혔을 전각공방 ‘돌사랑(舍廊)’이다. 돌사랑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작은 전각작품들 그리고 그 너머로 조각칼을 든 전각작가 전정구씨가 지키고 있다.

 


작은 공방에서 펼쳐지는 무한도전

“전각이라하면 과거에는 낙관에만 한정되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전각은 조각(석판화) 개념으로 확대된 문자와 조각이 결합된 예술 장르라 생각합니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1984년에 전씨는 어느 한 필방에서 일을 하면서 인사동에 첫 발을 들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주문 낙관 제작을 시작하게 되었다. “낙관이라기보다는 도장에 가까운 수준이었어요. 작가나 미대학생들로부터 낙관 주문을 받기 시작한 것이 직업이 될 줄이야….” 말끝을 흐리던 전씨는 1997년 전각공방을 처음 열게 된 때를 회상하는 듯 했다. 그리고 2년 후, 지금의 돌사랑에 자리 잡았다.

 

   
▲ 작품

 

전씨의 전각작품은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개성이 뚜렷하다. 돌에 새겨진 내용은 통속가요의 가사부터, 고전문학, 시까지 다양해 모던적이지만 탁본을 통한 전통적 방법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작품 안에 현재와 과거가 잘 어우러져 있다. 전씨는 “전통은 현대에 맞게 발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작품을 처음 접하는 다른 작가 분들은 많이 낯설어 하셨지만요”라며 자신만의 작품세계에 대해 말했다. 전각은 과거로부터 내려오던 예술인지라 비슷한 느낌을 가진 계파들이 존재했으나 자신은 예술적인 욕심, 곧 자신만의 개성을 지키기 위해 홀로 걷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 전씨의 설명이다. 전각작가로서의 길이 배부르지는 않았지만 그는 창작의 고뇌를 즐겼다. 2평 남짓한 작은 공방에서 그는 돌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창작의 꿈을 펼쳐나가는 무한도전 중이다.


나의 꿈은 전통자체에 머무르지 않는다

현재 전각작품은 전통을 이어나가는 우리네 것으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전씨는 제자리걸음을 거부함은 물론 더 밝은 미래를 꿈꾼다. 그는 “현대 전각은 실생활에 접목되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삽화라든가, 책의 타이틀등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침묵의 천둥소리(김영사)’ 삽화 일부, ‘어떻게 살아야합니까?(분도출판사)’전각 타이틀 등 전씨의 작품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지난해에는 주최측의 초청으로 ‘2007 국제도서전’과 함께 열린 ‘북아트 페어’에서 전각작품을 시연했다.

 

   
▲ 작품

돌사랑안에는 전씨의 많은 작품들이 놓여있다. 그 중에서도 개미시리즈(2004)는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다. 개미시리즈는 10개가량의 돌에 전각기법에 조각 공예를 더해 형태마다 디자인을 다르게 해 돌의 5면마다 모양이 다 다른 개미가 있다. ‘개미시리즈’외에도 그가 창작해 놓은 많은 작품이 있다. 전시회를 열 예정이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전씨는 “언젠가는 전시회를 가질 것이다. 그때는 설치작업과 연결해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각이라는 전통예술에 현대의 설치미술이 더해진다는 생각을 하니 상상만으로도 경이로웠다.

 

“전각작가라는 일이 직업으로 오래 가는 것이 나의 희망입니다”라며 대화를 마쳤다. 전씨에게도 순탄치 않았던 전각작가의 길이지만 끊어지지 않고 오래가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그의 가장 큰 진심일 것이다. 자신의 희생을 두려움이 아닌 또 하나의 시작으로 생각하는 젊은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결심하면 꾸준히 그 길을 가는 젊은이가 계속해서 나오길 바라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전통을 만날 수 있는 인사동. 그러나 이제는 인사동을 전통에만 머물러 있는 곳으로 보기에는 아쉬울 것이다. 현대의 멋과 전통의 멋을 아우르는 창작의 열정이 돌사랑에서는 오늘도 뿜어져 나올 것이다. 전정구씨의 조각칼과 그의 혼이 담긴 작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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