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를 위한 복원인가 도시를 위한 복원인가?
생태계를 위한 복원인가 도시를 위한 복원인가?
  • 양가을 기자
  • 승인 2008.03.15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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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본 기능 훼손하지 말아야
 

도심 한복판을 가르는 물길이 찰랑거리며 도시의 사람들을 맞이한다. 물길을 따라 사람들이 걸으면서 즐길 수 있는 산책로와 산책로를 따라 난 풀숲과 징검다리.

 밤이 되면 형형색색 물길을 비추는 조명들은 도심의 밤을 아름답게 만든다. 도심 속의 자연이라니, 실로 경이롭지 않은가. 바로 청계천말이다.


크리트 속의 인공어항, 청계천

준공 2개월 만에 방문객 1천만 명이라는 실로 엄청난 흥행실적을 가지고 있는 청계천은 2005년 복원공사가 완료된 이후 서울시민들의 안락한 여가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청계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들고 역사,문화를 복원하겠다는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현재의 청계천은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생태계의 기본적인 순리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현재 청계천에 흐르고 있는 물은 한강 하류의 물을 펌핑해 상류로 흘려보내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청계천이 스스로 물을 확보해 흐르는 것이 아니라 12만 톤의 물을 전기모터를 이용해 끌어다 흘리고 있는 것이다. 한강에서 퍼온 물이 출렁이는 청계천에는 그 물길을 유지하기 위해 전기세, 인건비 등 연간 약 17억 원의 유지관리비가 지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계천은 물길이 막혀 있어 하류의 생물종이 살 수 없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하천은 수생과 육상 생태계를 이어주는 전이 생태계인데 청계천은 다양한 식생물들이 살아갈 수,  유기적으로 생활할 수도 없게 만들어졌다. 그야말로 청계천은 어항에 고기를 담아놓은 인공어항이 된 셈이다.

물길만 낸다고 해서 생태복원을 한 것은 아니다. 하천 생태계와 주변지역 사람들의 일상흐름이 유기적으로 연계 될 때 진정한 생태적 기능을 가지게 된다. 청계천복원사업은 서울시장의 ‘임기’이내에 맞추려 졸속으로 진행되면서 시민과 환경단체 등의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채 인공구조물과 인공조경으로 둘러싸인 토목사업이 돼버렸다.  

녹색사회연구소 김경화 사무국장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청계천복원사업을 따라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청계천복원사업이 하천복원의 성공적인 사례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엇이 자연을 위한 복원인가

하천복원이란 훼손된 하천환경을 복원한다는 뜻이다. 생태복원은 자연적이고 인위적인 간섭에 의해 훼손된 서식지나 생물종을 훼손이전 상태나 유사한 상태로 되돌려내는 행위를 뜻한다.

단국대 조명래(도시, 지역계획학) 교수의 서울시 청계천사업평가 토론회 발제문을 보면 생태복원은 인간의 활동을 최대한 배제함으로써 토지와 같은 자연을 ‘재야생화’하는 작업으로 인식하는 유형과 인간활동을 복원계획에 최대한 포함시켜 토지를 ‘재정원화’하는 2가지로 나눈다. 재야생화가 도시 생태계를 도시의 자연으로 간주하여 하천을 둘러싼 자연상태를 최대한 되살려내는 것을 추구한다면 재정원화는 도심하천의 특성상 인간에 의해 ‘정원으로 꾸며진 자연’상태를 창출하는 것을 추구한다.

즉, 재야생화는 하천이 가지는 생태성을 최대한 되살려 도시적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생태문화주의의 반영이고, 재정원화는 하천이라는 환경요소를 도심 재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하여 도시발전을 꾀하는 도시계획주의를 표방한다.

이러한 복원의 개념을 살펴볼 때, 청계천복원사업이 시민들에게 휴식처와 문화공간을 제공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하천복원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인 ‘하천을 생태적 기능을 가진 자연에 가깝게 복원하는 것’을 간과하였다. 복원된 청계천은 본래의 복원 의미를 잃어버린 채 전형적인 인공조경하천이 된 것이다.


 

강 르네상스, 또 다른 개발사업?

2007년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한강 르네상스는 한강 본연의 기능을 회복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한강을 여가․문화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사업계획이다. 그 뿐만 아니라 한강 르네상스는 한강을 통해 서해로 열리는 관광, 물류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거듭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재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공간을 확충 ▲시민의 이용증대 ▲천만 시민의 문화적 욕구 충족 및 관광 마케팅 기반시설 발굴 ▲수상이용의 극대화 방안 마련 ▲대표적인 경관요소 마련 등 5개 분야별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번 사업은 그동안 하천오염과 자연훼손으로 시민들에게서 멀어졌던 한강을 되살린다는 데 큰 의의가 있지만 계획 자체가 경관과 친수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진정한 하천복원사업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시청이 발표한 사업계획서를 살펴보면 생태 기능 복원 및 재생 구간이 겨우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화, 암사동 한강 둔치 생태 복원, 그리고 강서 습지생태공원 확충 및 리모델링 등 3곳 밖에 되지 않았다. 앞으로 있을 복원사업이 또 다른 개발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본래의 기능을 훼손하지 않은 채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


 

도시 역시 숨을 쉬고 변화한다. 도시의 자연환경과 시민의 삶이 함께 갈 때 참다운 도시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이상문 도시환경연구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도시를 만들고 정비할 때 배산임수 지형을 잘 살렸고 물길, 바람길, 녹지띠 등을 고려했다. 조선 정조시절 수원 화성을 건설할 때도 물길 조사를 먼저 했고, 성 안에 오염물을 내보내기 위해 자연정화를 위한 연못도 만들었다고 한다”며 “오늘날 도심 하천복원사업 뿐만 아니라 도시개발 역시 생태적 기반을 고려해 진행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청계천복원사업을 시작으로 ‘맑고 매력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오늘도 끝이 없다. 복원사업, 도시재정비사업 등 개발수난시대 속에서 생태계는 훼손되고 있다. 자연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이용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 속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갈 우리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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