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다리가 아닌 마음으로 오르는 것”
“산은 다리가 아닌 마음으로 오르는 것”
  • 최지영 객원기자
  • 승인 2008.04.14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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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에서 나를 만나다] 산악 환경보호가, ‘山사랑’ 경규양(52)씨

 등산이란 산을 오르며 심신을 단련하고 즐거움을 찾는 행위이다. 최근 등산이 레저·스포츠 활동 중의 하나로 여겨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산들은 각종 낙서와 쓰레기들로 멍들어 가고 있다. 바위에 이름을 새기면 산의 기운을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미신과 속설, 비뚤어진 과시욕으로 인해 사람들은 정과 망치, 페인트 등으로 바위를 훼손했다. 여기저기 쓰레기도 흩어져 있기 일쑤다. 30년째 묵묵히 산을 오르며 바위에 있는 낙서를 지우고 산의 환경보호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山사랑’ 경규양씨를 만나 보았다. 

산을 사랑하는 진정한 산사나이
 그가 산을 다닌지는 벌써 30여년이 넘었다. 젊은 시절 전문등반을 하다가 큰 사고도 몇 번 겪었다. 이후 우리나라 산들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유유자적 전국 산을 돌아 다녔다.

 “우리나라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산들이 참 많아요. 산들이 작으면 작은대로 크면 큰대로 너무나 아름답죠. 산에 오른 뒤 그 경관을 굽어볼때면, 제가 이 땅에 태어난 것이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하는 경규양씨의 산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어느 날 그는 아름다운 우리 산들이 사람들에 의해 점점 훼손되어 가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 후손들에게 빌려 쓰고 있는 아름다운 강산이 잘못된 문화에 길들여진 사람들로 인해 망가지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때부터 전국의 산을 다니며 혼자서 바위낙서를 지우기 시작했고, 전국 250여 곳 이상의 바위들이 그의 손에 의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의 배낭은 25kg이나 되는 장비들로 가득했지만, 먹을 것이라곤 항상 물 뿐이었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산이 오염되는게 싫어 일부러 먹을 것을 들고 다니지 않았다. 낙서를 지울 때도 산을 2차로 오염시키게 싫어 화학약품이나 세정제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10분이면 끝나는 스프레이 페인트 낙서를 지우기 위해 꼬박 3~4시간을 매달려야만 하죠. 평생을 지워도 다 못 지울 낙서가 아직도 온 산에 남아 있어요.”

산에 내려온 천사
 그가 산을 위해 하는 활동은 너무나도 많다. 바위낙서 지우기는 물론 산에서의 자연보호 활동 캠페인 벌이기, 암벽 및 등산로에 쌓여있는 쓰레기 수거, 산불방지를 위한 산악인 계몽운동, 산에 설치된 불필요한 시설물 제거운동, 지차제의 관광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난개발 및 등산로 조성 제지, 불합리한 등산시설 및 관계법령 수정요구 등 산악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에 늘 앞장서고 있다.

 그는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 오해를 받기도 하고, 위험한 순간에 직면하기도 했다. “한번은 북한산 보현봉에 종교적인 낙서가 많아 지우고 있었어요. 그러다 신도들에게 봉변을 당할 뻔 했었죠. 더군다나 바위가 절벽에 있어 아찔한 순간이었어요. 다행히 등산객이 많은 곳으로 피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긴 했지만 말이죠.”

세상을 밝게 할 좋은 친구들
 그는 3년전부터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http://cafe.naver.com/moulo)’ 이라는 카페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환경단체와는 상관없이 자연을 사랑하고 회복하려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하였다. 그는 카페를 통해 매월 첫째주 일요일엔 서울근교 테마산행을, 셋째주 일요일엔 수도권 및 지방의 자연보호 산행을 한다.

또한 가끔은 지정일 이외의 평일 및 공휴일을 이용해 특별산행 및 번개모임을 가지기도 한다. “하루는 바위에 낙서를 지우고 있었는데, 어느 한 등산객이 제가 낙서를 하는 줄 알고 혼낸 적이 있었어요. 제가 자초지정을 설명한 뒤에야 오해가 풀렸고, 그분과 산악 환경보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죠. 그러면서 다른 분들도 산악 환경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산을 오르는 것도 좋지만, 좋은 의견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토론하고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래서 카페도 개설하게 되었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산의 여러 가지 환경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분주히 활동하는 그는 산악 환경개선과 올바른 산행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충실한 종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30년째 묵묵히 산을 오르는 그는 오늘도 또 다시 산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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