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현대인이여, 무관심하지 말지어다
[백미러] 현대인이여, 무관심하지 말지어다
  • 박시령 기자
  • 승인 2008.04.14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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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우리의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현대인은 참 무관심하다. 굳이 두레니 향약이니 하는 전통적인 가치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현대인의 무관심은 심각하고도 무섭다. 

한 동네 사는 초등학생을 유괴하고 살해한 흉악범이 바로 옆집에 사는지도 모른 채 몇 달을 지냈다니, 이토록 주변과 세상에 무관심하다. 이웃의 무관심 속에 홀로 죽을 것이 두려워 쌀쌀한 날씨에도 방문을 열어두고 지낸다는 어느 독거노인의 이야기에, 3년 동안 옆집에 부모 잃은 어린이가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지내다가 아이가 굶주려 죽고 나서야 알게 됐다는 황당하고도 놀라운 이야기에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지난 4월 9일 열린 18대 총선에서 현대인의 무관심은 또 한 번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투표율 46%, 역대 총선 투표율 중 최저. 투표장은 썰렁하기 그지없는데, 투표용지 한 장 대신 기차표 한 장을 손에 들고 이른 아침부터 ‘휴일기념’ 여행을 떠나기 위해 기차역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의 모습은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투표할 사람이 없어서 투표를 안 한다, 무관심도 하나의 정치적 의사표현이다, 정치적 냉소주의가 부른 현실이다.’ 각종 이유로 떳떳하게 ‘무관심’이라는 한 표를 던졌다는 게 임시공휴일 여행족, 그네들이 세상 앞에 당당한 이유다.

무관심은 의사의 표현이 될 수 없다. 무관심을 자랑으로 내세울 수 있는 근거와 정당성은 더더욱 없다. 무관심은 차라리 싫어하고 증오하는 것만 못하다. 투표할 사람이 없었으면, 내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으면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가 당당하게 기권에 한 표를 던졌어야 했다. 임시공휴일 여행족들이 말하는 무관심은 게으름과 정치적 무지함에 대한 허울 좋은 변명일 뿐, 그 밖에 다른 이유가 될 수 없다.

이러한 게으름에서 비롯한 무관심은 결국 27%라는 낮은 득표율로도 당선된 ‘어쨌든 국회의원’을 탄생시켰고, 국회의원의 정당성과 의회의 타당성을 약화시켰다. 대표성 없고 정당성 없는 정치인의 행로는 지금까지의 정치역사를 통해 수없이 봐 오지 않았던가.  

게으름과 무지함을 무관심이라는 이름으로 과대포장 하지 말지어다. 수고롭게, 의도적으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자신의 행동을 무관심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로 얼버무리고 덮어버리려 하지 말지어다. 옆집 초인종을 한 번이라도 눌러보는 수고로움, 아랫집에 누가 사는지 한 번 들여다보기라도 하는 수고로움, 투표장에 나가 떳떳하게 내 의사를 표하고 돌아오는 수고로움이 없다면 언제나 삶은 후회와 실망으로 가득찰 것이다. 현대인이여, 무관심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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