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속에서 일상 속 민주주의를 찾는다
대학 속에서 일상 속 민주주의를 찾는다
  • 양가을 기자
  • 승인 2008.04.14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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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 대학의 주체돼야

 

최장집(고려대 · 정치외교)교수의 <민주주의와 민주화>라는 저서를 살펴보면 한국의 민주화를 '운동에 의한 민주화'로 정의 내리고 있다. 운동이 민주화를 주도했으며 해방이후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에 저항하는 민주화운동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87년 민주화운동은 '절차적 최소요건을 갖춘 정치체제'로서의 민주화를 가져다주었다.

민주주의란 1인 1표제에서도 드러나듯이, 정치적 참여의 평등을 제도화하는 통치체제로서 보통사람들이 스스로 사회적 문제를 사유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체제를 뜻한다. 하지만 오늘날 '보통사람'들에게 민주주의는 답하려 할수록 모호해지는 난해한 문제와도 같다. 우리네 삶 속에서 '민주주의'를 느끼고 말하기는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87년 이후 우리사회가 민주화됐지만 시민이 주체가 된 진정한 민주주의가 삶 속 깊숙이 자리 잡지는 못했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 타인과 맺는 관계, 일상의 가치와 규범, 관행과 습속의 차원으로 민주화되는 일상 속의 민주주의가 실천돼야 제도적· 절차적 민주주의를 벗어난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일상의 모든 공간, 대학 내에서 일상 속의 민주주의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 서열문화 여전한 신입생 환영식의 이면
지난 3월 새내기의 힘찬 발걸음으로 시작되어야 할 대학 캠퍼스에서 난데없는 비보가 들려왔다. 신입생 훈련을 받기 위해 학교를 나섰던 용인대학교 동양문예학과 신입생 강장호 군이 뇌출혈로 인해 생사를 오가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MBC <PD수첩>의 보도를 통해 교내 사전훈련을 통해 사고를 당했으며 사고발생 전날 학과 선배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한 세 밝혀지면서 다시 한 번 폭력으로 물든 신입생 환영회 문화가 문제시 되었다.

새 학기가 될 때마다 들리는 신입생환영회 폭력사태는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작년에도 고려대 사회체육학과, 경희대 체육학과, 건국대 체육학과 등이 신입생 폭력에 연루된 바 있다. ㅎ대학교 공학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신입생 MT 때 밤에 자는 애들을 갑자기 깨워 남자애들은 머리 박게 하고 여자애들은 엎드려 뻗쳐를 시켰다. 솔직히 선배라는 이유로 이러한 명령을 내리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체육학과, 공과계열 학과 등 특정한 학과들에서 서열· 권위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과거 선배들이 했듯이 폭력적 언행과 행동으로 후배들의 기강을 잡으려는 것이다. 김종길(사회학) 교수는 “이는 서열과 명령, 지시에 익숙했던 과거 권위주의 체제의 잔재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러한 수직적 관계는 이제 학생들에게 거부감을 주며 사회적으로도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며 “시대가 변하면서 수평적 관계가 널리 퍼졌으며, 이 같은 서열문화는 계속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월 대학가의 모습은 분명 변했다. 건전하고 창의적인 신입생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학교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작은 변화 속에서 우리는 대학가 곳곳에서 여전히 남은 비민주적인 수직적 명령과 폭력을 인식하고 함께 즐거울 수 있는 대학가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 누구를 위한 등록금책정위원회인가?
6.8%. 올해도 어김없이 등록금이 인상됐다. 학생들은 등록금에 관해 말 한마디 해보지 못하고 이미 오른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분통 할 수밖에 없었다. 해마다 등록금은 치솟고 있지만 등록금 책정과정에서 정작 등록금을 내야 할 학생과 학부모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현재 우리대학에는 등록금책정심의기구인 등록금책정위원회(이하 등책위)가 설치되어있다. 등책위는 단순히 예산 책정과 등록금 인상률을 통보 받는 자리가 아닌 학생들과 함께 등록금에 관해 소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구이다. 등책위 설치는 등록금을 내는 주체인 학생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만 하다. 하지만 등책위의 일정은 등책위가 과연 학생의 참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간다.

지난 1월 21일 1차 등록금책정위원회가 열렸다. 총학생회는 2007년 가결산안, 2008년 예산안과 등록금인상계획안을 신청했지만 1차 등록금책정위원회가 열리기 1주일 전에 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1월 16일 대학의 예· 결산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1차 대학평의회에서 등책위에서 회의도 하지 않은 예· 결산보고가 되었다. 이후 1월 23일, 1월 28일, 1월 30일 연달아 등책위가 열렸고 1월 31일 드디어 인상된 등록금 고지서가 배송되었다.

등책위의 학생대표 주하나(아동가족 4) 부총학생회장은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잘 쓰였는지, 등록금이 올라야하는지 조목조목 따져야했지만 등록금고지서가 발행되기 전까지 등책위는 그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며 진정한 등책위 기능이 상실했음에 토로했다. ‘등책위’이라는 기구는 제도 등 절차적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지만 학생의 실질적인 참여를 볼 때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민주주의는 부족했다.

참여연대 등록금넷 안진걸 간사는 “현재 등책위는 임의기구로 설치되어 있어 운영이 파행적으로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등록금책정 및 사용 심의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여 세부적인 예· 결산 내용까지 공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87년 민주화 이후 대학가에도 새로운 민주화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오늘날 대학 내에서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는 권위문화와, 학생의 실질적인 참여가 부족한 기구 등 앞으로 더 성숙되어야 할 부분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나 스스로 대학의 주체임을 다시금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 때 대학 내 민주주의는 더 성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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