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그날 광화문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백미러]그날 광화문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박시령 기자
  • 승인 2008.06.04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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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밤 10시께였다. 용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종로 5가에서 버스를 탔다. 그런데 버스는 이상하다 싶을 만치 영 속도를 못 냈다. 탑승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창밖을 두리번거렸다. 버스는 꼼짝없이 도로 한 복판에 갇혀버렸고 10분이면 족할 광화문까지 가는데 무려 40분이나 걸렸다. 도대체 이날 종로·광화문 도로 한 복판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은 5월 25일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참가자들의 거리시위를 단속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경찰이 시위를 해산 요청했음에도 해산하지 않는 시위 참가자들을 현장에서 연행했다. 거리시위가 시작된 25일 하루에만 211명이 현장에서 연행됐다. 심지어 26일 새벽 전투경찰이 신촌로타리에 모인 거리시위대 연행 과정에서 부상당한 시위대를 도우려던 시민과 현장을 담으려던 신문기자, 외국인 관광객 할 것 없이 막무가내로 진압하는 장면이 한 뉴스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한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된 점을 감안해 유연하게 대처했지만 도로를 무단 점거하거나 해산 명령에 불응하는 등 사회 혼란을 일으키는 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단다.  

그러나 28일 밤 기자의 두 눈에 비춰진 광화문 일대는 듣던 바와는 좀 달랐다. 도로에 시위대는 없었다. 빽빽하게 도로를 점령하고 있는 건 전투경찰차량이었고 무서운 속도로 도로를 행진하고 있는 건 오토바이 경찰이었다. 경찰은 온 종로·광화문 일대를 점령했고 귀가하던 시민들은 도로위에 꼼짝 없이 묶여버렸다. 덩달아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도 도로를 가득 채운 경찰차량을 피해 도로로 나섰다. 시위대, 경찰, 시민 전부 거리로 나선 이상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도로를 무단으로 점거하는 시위대를 잡겠다고 나선 경찰이 오히려 도로를 점거하고 시민에게 혼란을 안겨주고 있는 격이다. 

정부는 결국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강행했고 이달 말이면 ‘마블링 좋고 육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나라에 상륙한다. 당분간 시위대는 계속 거리를 점거하고 경찰도 도로를 점거할 것이다. 또 경찰차량으로 막힌 도로를 피해 시민들도 도로에 나서게 될 것이다. 시위대와 경찰차, 시민들로 점거된 시내 한 복판. 누가 불법이고 누가 합법인지, 법의 잣대로는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이 우스운 상황은 언제까지 계속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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