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전을 부치며 곁눈질로 찌개 끓이는 모습을 보는데 참기름이며, 맛소금, 후추가 대중없이 들어간다. “엄마는 요리 배웠어요?”하고 묻자 꿀밤 한 대. “배우고 말게 뭐가 있어, 다 손대중으로 대충 맞춰 넣는 거지.”
아침시간, 남은 것은 싱크대 가득 얹어진 그릇들. 설거지를 지시한 엄마는 유유히 등산채비를 하신다. 가까운 봉화산에 매일 오르는 것이 무쇠체력의 비밀이라면 비밀, 동네 아주머니들과 함께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 오신다.
파근파근: 다리가 걸을 때마다 맥이 없고 내딛는 것이 무겁다
저녁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시장 초입에 위치한 야채가게부터 시장 끝에 위치한 생선가게까지 쭉 들렀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들르는 시장이라 즐거웠지만 차츰 손을 조여 오는 장바구니의 무게 탓에 이내 힘이 풀린다. 끙끙대며 아파트 근처까지 도착하자 엄마는 “오늘은 가벼운 거야, 매일 그거 두 배만한 것도 들고 다니는데 뭘 그렇게 힘든 척해”라며 발길을 재촉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청소를 시작했다. ‘1차, 걸레질로 위의 먼지를 아래로 떨어트린다. 2차, 진공청소기로 전체를 한 번 밀어준다. 3차, 스팀청소기도 좋지만 따뜻한 물에 담궜다가 짠 걸레로 다시 한 번 바닥을 닦아준다.’ 다 하고나니 등에서 땀이 주룩주룩 흐른다. 몇 시간 쉬었을까, 곧바로 동생들이 들이닥쳐 간식타령이다. 사과 몇 개를 꺼내 깎아주고서 저녁 준비해야 한다는 엄마를 따라 다시 부엌으로 갔다. 엄마는 “평일이니 그나마 다행이지, 주말에는 삼시세끼 어떤 것을 차려야할지도 항상 고민이다”라며 밥 차리기의 힘듦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침이 너무 길게 느껴져서 인지 저녁은 빠르게 지나갔다.
저녁 늦게 돌려놓은 세탁기에서 빨랫감을 꺼내 거치대에 널어놓고 삶는 빨래를 분류하는 것으로 하루가 마감되었다. 팔이며 다리, 안 아픈 구석이 없다. 그러다보니 ‘엄마’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몰래 부모님 방으로 가 어깨를 주물렀다. “안 하던 짓을 왜 해”라며 호통 한 번치시더니 시원하다며 웃으신다.
다시 한 번 말해보자. ‘엄마’는 집안의 영웅이다. 하지만 영웅처럼 ‘무쇠 팔, 무쇠 다리’는 가지지 않았다. 하루만 집안일에 도움을 드려보자. 가사일, 결코 쉽지 않다.
엄마의 노동을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 민지네 집
음식준비 및 정리
식사준비(요리, 식탁차리기) 2시간 30분
설거지, 식후정리 1시간
간식 및 저장식품만들기 30분
의류 관리
세탁 및 세탁물 널기 1시간 30분
청소 및 정리
집안 청소(쓸기, 닦기) 1시간 30분
그 외 청소 및 정리 1시간
가정관리관련 물품구입
시장보기(식료품, 일용품) 2시간
총= 10시간
당일 임금환산
10시간 * 6000원 = 60,000원
*시간 당 임금은 대체직업 임금률로 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