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아고라 광장에서
디자인의 아고라 광장에서
  • 장지원 기자
  • 승인 2009.07.0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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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봄'의 그래픽 디자이너 박수연 씨
 ‘꽃피는 봄이 오면(이하 꽃봄)’에 도착하는 순간 고대 그리스 아테네가 떠올랐다. 높은 회색 벽으로 둘러싸인 건물, 그 속에서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노트북을 사이에 두고 줄담배만 연신 피워대는 시나리오 작가들, 하나의 디자인을 놓고 오랜 시간 토론하는 디자이너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확인하는 사진작가들…. 아테네의 광장 아고라도 꽃봄과 같은 공기를 가졌지 않았을까. 홀로 사색에 빠져있던 그 순간, 영화사 담당자와의 미팅 때문에 늦어서 미안하다며 그래픽디자이너 박수연 대리가 다가왔다. 꽃봄의 정원에서 영화 포스터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았다.

‘꽃봄’의 디자인 철학을 말하다
  그들의 홈페이지에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디자인을 지향한다’는 말을 보고영화 포스터는 영화라는 예술의 연장선이 되는 것인데 예술이 가지는 ‘참신성’이라는 이상과는 동떨어진 철학이 아니냐는 의문이 생겼다. 이 물음에  박수연 씨는 손사래를 쳤다. “꽃봄은 남들이 봤을 때 ‘꽃봄 답다’라고 할 만한 디자인을 추구해요. 하지만 포스터는 상업디자인으로 영화라는 예술을 팔기 위한 마케팅 중의 하나에요. 꽃봄만의 디자인을 하기는 하지만, 영화사의 마케팅 방향과 조율해서 디자인을 하죠.” 꽃봄의 디자인에는 꽃봄의 뚝심이 녹아들어 있지만 홈페이지에 명시한 것처럼 마케팅을 위한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디자인’은 분리할 수 없는 요소이다.

영화 포스터의 기능성을 말하다
 예전에 영화관 앞에 서 있던 <슈렉> 포스터와 사진을 찍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포토월로 쓰이고 있던 슈렉은 영화를 보러 온 아이들에게 인기 절정이었다. “포스터는 영화 마케팅 계획 때 할당 받은 비용에 한해서 만들어져요. 예전에 카드, 책받침 등으로 만들어지기는 했는데 요즘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더욱 다양하게 발전한 것일 뿐이에요.” 영화를 보기 전 관객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영화의 내용을 상상할 수 있는 시발점 역할을 하는 것이 포스터의 기능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기능성을 충분히 활용하려면 포스터 디자이너가 영화 내용을 알고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영화를 미리 보지는 않아요. 어차피 관객들도 영화를 보기 전에 포스터부터 보잖아요? 그리고 액션, 멜로, 코미디 영화로 장르는 늘 정해져 있으니까 영화의 장르에 맞게 포장해 관객을 이끌 수 있으면 되요. 하지만 공포영화는 미리 보기도 해요. 공포영화는 주인공끼리의 관계를 알아야 정보 전달을 하고, 사건 범인을 감추기도 하며 관객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죠.” 하지만 포스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시각적으로 이슈가 되어 관객을 이끄는 것이라고 한다. 박수연씨는 포스터 디자인 작업을 할 때 이에 초점을 맞추어 작업한다.

영화 포스터의 원칙을 말하다
 꽃봄은 보통 포스터를 제작할 때 꽃봄만의 디자인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 담당자가 주문한 방향을 최대한 따르려고 한다. “포스터의 선정도도 고려해야해요. 포스터는 버스 광고로도 쓰이기 때문에 너무 선정적이면 항의가 들어와요. 여자가 다리 벌리고 있거나 담배를 피는 모습, 인체 손상 등이 들어가면 안돼죠.” 이렇다 보니 공개된 포스터 중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다고 한다. “지금 시각적으로 주목받고 있기는 하지만 <박쥐> 포스터가 아쉬워요. 원래는 배우 김옥빈 씨가 다리를 벌리고 있는 사진을 싣은 것이 영화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심의에 걸려서 지금의 것으로 수정되었지요.” 심의 규정뿐만 아니라 포스터에 배우 얼굴을 살리기 위해 배경에 검정색을 80% 이상 쓰지 않는다거나, 배우에게 선글라스를 씌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디자인 종합선물세트을 말하다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가 되려면 특별히 자격증을 따야 하거나 시험을 봐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 “보통 포스터 디자인은 영화 개봉 2개월 전부터 시작하는데 촬영에 쓰일 세트장 인테리어, 배우의 헤어, 메이크업, 의상 뿐만 아니라 포스터에 들어갈 캘리그라피, 타이프 등을 모두 머리 속에 정리해서 촉박한 마감 시간을 아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박수연 씨는 영화 포스터는 알고보면 ‘디자인 종합선물세트’라며 웃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 상영 시간이 되면 팝콘을 손에 들고 줄지어 상영관에 들어갔다 영화가 끝나면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이젠, 영화관에 가면 영화를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꽃봄이 선사하는 디자인 종합선물세트도 누려보자. 마케팅, 기능성, 제작 원칙을 뛰어넘은 꽃봄만의 스페셜 에디션 신상이니까.

▲ 심의에 걸리기 전의 포스터와 수정한 포스터, 벌리고 있는 여자 다리를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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