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을 위한 행진곡
덕성을 위한 행진곡
  • 임나영(사학과 99) 동문
  • 승인 2010.05.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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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기념하는 노래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둘러싼 상반되는 역사상들, 즉 민주화의 투쟁인가 아니면 반도들의 정권찬탈 음모인가는 지난 십여 년간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함께 치열하게 쟁투해 왔다. 그 결과, 1980년에 발생한 5·18 광주민주화항쟁은 199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아 1995년 관련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1997년에야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의 투쟁을 정당하게 자리매김 하려는 사람들의 노래로 전해져 왔다. 그러나 올해 항쟁 30주년을 맞은 5월 18일 광주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방아타령’이 울려 퍼져, 역사는 다시 과거 군사정권 시절로 회귀해 버렸다.

과거를 기념하는 일에 뭐 그리 연연하느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곳곳에서 역사상을 둘러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한국사회 내에서는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기억 투쟁이, 한일관계에서는 역사교과서 문제가 그것이다. 그리고 더욱 가깝게는 덕성의 창학을 둘러싼 역사투쟁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1990년대 이래 수차례의 총파업과 교수님들의 재임용탈락과 복직투쟁 등의 학원민주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덕성의 온전한 역사상을 2001년에서야 정립할 수 있었다.

2001년 이후 우리는 일제 식민지기 독립운동의 주체로서 여성을 일깨우기 위해, ‘살되 네 삶을 살라’는 슬로건으로 여성교육에 매진했던 여성 독립운동가 차미리사 여사의 창학정신을 되살리고, 창학주체를 제대로 기념해 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또 다시 지난 학원민주화 투쟁의 대상이었던 박원국 전 이사장의 母親인 송금선여사가 초대 학장으로 취임해 개교한 1950년을 기점으로 ‘개교 60주년’을 기념하자는 목소리가 몇몇 학내 구성원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역사를 둘러싸고 현재가 갈등하는 것은 과거를 어떻게 정의하는 가에 따라 현재 주체들의 행위가 정당성을 얻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과거에 관한 현재의 역사상은 미래를 위해 싸운다고 할 수 있다. 덕성의 창학 대신 건학을 기념하자는 주장에는 구 재단세력의 덕성재진입을 꾀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의문을 던지게 된다. 그러나 한편 다행인 것은 역사는 현재의 볼모가 되기도 하지만, 분명히 현재의 교훈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난 덕성의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학내 민주화가 달성될 때만이 학생의 학습권도 교수의 교권도 교직원의 노동권도 온전히 보장된다는 것을 알았고, 사립학교재단의 전횡을 표본적으로 보여주었던 구 재단 하에서는 덕성의 민주화는 퇴보한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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