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그 허구를 폭로하다
패션, 그 허구를 폭로하다
  • 정수미 미술칼럼니스트
  • 승인 2010.05.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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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사진을 보고 당신은 무엇을 느끼는가? 도시의 광고판, 미용실과 까페에 놓인 여러 패션 잡지들은 기술적으로 그리고 미학적으로도 매우 아름다운 사진들을 쏟아낸다. 절반이상이 광고로 이뤄진 잡지를 계속 들여다보면 마치 ‘아름다움’이라는 환상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잡지 속에서 나와 잠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보면 그것은 곧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만다. 9등신에 육박하는 모델들의 비평균적인 외모와 도저히 생활이 불가능해 보이는 비현실적인 의상을 누가 소화할 수 있으랴!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 1923~1971)는 전형적인 상업패션사진을 찍다가 특이하게도 이런 패션이 허구임을 폭로하는 작업을 진행했던 작가이다. 아버스의 부모는 모피사업을 하던 부유층으로 그녀는 쉽게 패션을 접할 수 있었고, 그 덕분인지 아버스는 1940년대에 주요 패션잡지로 꼽히는 「글래머」, 「보그」, 「하퍼스 바자」등에서 패션사진작가로 활동한다.

하지만 1955년에 리제트 모델(Lisette Model, 1901~1983)을 만나면서 아버스는 전혀 다른 주제의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사회에서 흔히 비정상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을 주로 찍던 리제트 모델과의 만남은 아버스에게 상업패션사진이 대중들에게 제공하는 환타지를 의심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고도로 연출된 패션사진은 대중들에게 필요치 않은 의상, 악세사리, 구두 등을 욕망하게끔 만들고, 그것들을 소유하면 행복해질 수 있으며 종국에는 이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이 된다는 거짓 환상을 강요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패션사진은 아름다움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게 되는데, 그 결과 전 세계 다양한 인종의 수많은 사람들이 백인 모델들의 신체치수에 도달하려 애쓰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낳았다. 성형열풍, 동안열풍, 55 혹은 44사이즈가 되려는 욕망, 이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미용산업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고 하니 패션이 만들어내는 환상은 이제 실재가 되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이안 아버스가 1965년에 찍은 <일요일 외출 나가는 젊은 부르클린 가족>은 과도하게 치장한 여성과 반대로 너무 수수해 보이는 남성이 아기를 데리고 나온 모습이다. 이 여성은 대중문화에서 흔히 매춘부를 상징하는 외양을 하고 있고, 이들이 데리고 있는 아이는 무언가 장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한 가족은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그저 담담하게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고, 심지어 아이는 활짝 웃으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아버스는 주로 사회에서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뉘는 사람들을 서로 병치하거나 혹은 그 경계에 서있는 인물들을 골라 가까이서 그들을 보여주는 작업을 했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우리가 정상과 비정상이라고 나누는 그 기준에 대해 의문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과도한 연민이나 감정몰입이 차단되도록 연출된 아버스의 사진은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도록 이끈다.

패션사진에서 시작해 사회전체를 바라보도록 이끌었던 다이안 아버스는 1971년 자살로 생을 마쳤고, 이듬해 뉴욕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이 열렸을 때 두달 동안 20만명의 관람자가 찾을 정도로 인기였다. 그녀의 삶에 관한 영화가 2008년 니콜 키드먼 주연의 <Fur>로 제작되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영화로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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