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찾아서
엄마를 찾아서
  • 김수경
  • 승인 2011.03.0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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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찾아서 Umma (Mother)-정호현, 2005년, 61분>
정호현 다큐멘터리스트는 비혼·동거커플의 복지, 퀴어 커플의 사회적 인정, 싱글 맘으로서의 도전 등을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가족 또는 커플의 대안적 관계들을 발랄하게 상상한다. 정호현의 다큐멘터리에는 한국의 남성중심주의가 여성에게 어떤 피해 동시에 가해의 기억을 남겼는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감독이 다큐멘터리를 공부하기 위해 캐나다로 떠나던 날, 엄마는 ‘멸치 값이 비싸다’며 먼 길 떠나는 딸의 반찬값을 아꼈다. 평생을 떨이가 아닌 과일을 먹어본 적이 없는 엄마였다. 그런 엄마가 어느 날, 본인의 유일한 재산인 ‘땅’을 교회에 헌납하겠다는 소식을 전한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종가집의 맏며느리로, 아내로, 어머니로 수 십 년을 겪어낸 어머니가 남편의 사망과 동시에 생애 처음으로 본인 명의의 땅을 소유하게 되었는데 그 땅을 고스란히 교회에 넘긴다니. 만감이 교차하는 딸은 그 날로 짐을 싸서 ‘엄마를 찾아’ 한국으로 돌아온다. 엄마는 왜 그토록 소중한 ‘땅’을 교회에 내어주기를 바랏을까. 땅이란, 교회란, 가족이란 그녀에게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카메라는 엄마와 자신의 일상을 속속들이 파헤치며 정교하게 기록해나가면서도 특정한 상황 속에 놓인 폭력의 현장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집요하게 포착해낸다. 감독인 동시에 엄마의 딸, 직접적인 문제의 담지자이기 때문에 길어 올릴 수 있는 모순과 상처 그리고 화해의 현장들은 때로는 아프고 쓰리지만 가끔은 너무나 따뜻하다. 이러한 방식의 자전적 다큐멘터리는 이미 상당한 연구에서 그 의미가 인정된 바와 같이, 자신의 내부에 귀를 기울이면서 스스로의 성찰과 치유가 동시에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들이다. 아울러, 사적인 문제를 보다 사회적인 매체를 통해 드러냄으로써 보다 많은 여성들이 유사한 문제의식과 고통 속에 있음을 확인하고 또한 공동의 방안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시절이 많이 변했다고들 하지만 ‘엄마’의 가치는 여전히 ‘희생’에 있는 듯하다. 이 희생은 여성, 나아가 욕망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깡그리 지워버리고 제도가 원하는, 가족들이 원하는 특정한 모습 속에 엄마를 박제시킨다. <엄마를 찾아서>와 함께 진짜 엄마를 찾아보기를 바란다.
* 정호현 감독의 <엄마를 찾아서>는 ‘독립영화 웹 스토어 (http://shop.kifv.org/)’ 와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 에서 구입 및 정식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김수경(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창작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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