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함께 울려 퍼지는 중동 여성들의 함성
혁명과 함께 울려 퍼지는 중동 여성들의 함성
  • 한국외대 중동연구소장 장병옥 교수
  • 승인 2011.09.0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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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계속 연결되는 혁명의 바람
  2010년 말 무함마드 부아지지라는 한 튀니지 청년의 분신자살을 계기로 튀니지 내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고, 결국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이 사우디로 망명하면서 1987년 이래 23년 이상 지속되어온 장기 독재 체제가 막을 내렸다. 튀니지의 국화인 재스민에서 이름을 따 ‘재스민 혁명’이라 명명된 이 사태는 튀니지 국경을 넘어 중동 전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이집트 또한 31년간 집권해왔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라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을 해내고야 말았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위는 더욱 멀리 퍼져나가 리비아, 알제리, 시리아 등 인근 국가에서의 잇따른 반정부 시위로까지 이어졌고 2011년의 반이 훌쩍 넘어선 지금까지도 독재자를 몰아내려는 아랍인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수년간 유지되어 온 중동의 독재 체제하에서 정부에 대응하는 시위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합쳐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했다는 점에서 과거의 시위와는 다른 성격을 갖는다. 중동의 시민들은 인터넷과 위성 TV를 통해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적 발전상을 목격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에 비해 뒤쳐져 있는 자신들의 위치를 돌아보았다. 결국 중동의 시민들은 각종 디지털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았고 이것이 어우러져 자유를 향한 엄청난 메아리를 울려 퍼지게 했다.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해온 무자비한 독재 정부가 결국 시민들의 손에 무너지고야 만 것이다.


혁명과 함께 변하기 시작하는 중동의 여성들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움직임 속에서 여성들의 역할 또한 변화하고 있다. 이슬람, 그리고 중동의 여성들은 그동안 정치·경제 무대에서 번번이 소외되어 왔다. 서구의 시각을 바탕으로 무슬림 여성의 삶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어온 것이 사실이지만 부족 전통을 기반으로 한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는 점 또한 부정할 수는 없다. 극단적인 예로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에 대한 할례와 명예살인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원리주의 정권의 압박으로 눈만 내놓은 채 온몸을 검은 부르카 속에 가려야 했던 여성들의 눈물겨운 이야기도 줄을 잇는다. 그러나 교육 수준의 향상을 통한 의식 개선을 밑거름으로 중동 내부에서도 여성의 인권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히잡을 벗는 여성들이 크게 늘어났으며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사우디 법의 철폐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여성 또한 남성과 대등한 인격체로 존중받고자 하는 적극적인 권리보장 요구가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져 정부 차원의 개혁으로까지 이어진 바 있다. 요르단의 경우, 여성의 선거권과 정부 구성에의 참여 등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점차 개선되어 왔으며 튀니지의 경우에는 1956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래 여성의 사회적 참여와 교육에 대한 평등권이 보장되는 등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이뤄내 다른 이슬람 국가들의 귀감이 되어왔다. 이러하듯 무슬림 여성 인권은 더는 중동 국가 내부에서도 논외의 소재가 아니며 오히려 대내외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활발히 포착되고 있다.
  이번 반정부 사태에서도 여성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거리에 뛰어 들었다. 일부는 아이를 안고 나와 독재 정부가 물러나기를 요구했고 또 다른 일부는 커다란 종이에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목소리를 또렷한 글씨로 옮겨 적었다. 군부 독재 체제 유지의 원동력과도 같았던 시민 억압의 피해자는 남성만이 아니었다. 독재 체제는 나라의 경제를 망쳐왔을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인권 또한 갉아먹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 이를 묵도해왔던 여성들의 울분이 마침내 한시에 폭발하고야 만 것이다.


세계로 울려 퍼지는 중동 여성들의 함성
  이번 중동 민주화 사태의 계기를 통해 중동의 시민, 그리고 그 반쪽을 차지하는 여성들의 자유에 대한 관심, 내지는 우려의 목소리가 잦아지고 있다. 향후 어떠한 시나리오가 전개되든 간에, 어찌되었든 중동 국가들의 인권 탄압은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 비록 악명 높은 세 국가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의 독재 정부가 무너지고야 마는 쾌거를 이루긴 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이다. 시민들, 특히 여성들의 지속적인 권리 요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향후 어떤 인물, 어떤 정부가 등장하는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시민들 스스로의 각성과 의식 개선 또한 꾸준히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중동의 여성들이 크고 작은 반정부 시위에 대대적으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그들이 언제나 사회의 한 든든한 버팀목으로 존재해 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에서 명백히 입증되었듯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일어서야 한다. 중동, 이슬람의 여성 인권에 대한 세계 시민사회의 관심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 자신들의 의식 개선이야말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도 본질적인 길일 것이다. 중동 여성들에게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부드럽지만 강한 그들의 함성은 혁명과 함께 울려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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