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을 통해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
대학시절을 통해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
  • 정기화 명예교수
  • 승인 2011.09.05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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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부터 46년 전인 1965년, 입학과 동시에 덕성여대신문의 학생기자가 되어 3호부터 신문제작에 참여했고 일간지에 수석합격기사가 보도되어 선거도 없이 약학과 과대표도 되었다.

  아직 기억에 남아 있는 대학시절의 몇 가지 일들이 있다. 1학년 때 고 박동현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여담으로 하시는 산 이야기에 푹 빠져 교수님을 모시고 근교 산들을 다니다가 산악반을 창립했다. 그리고 마침 고등학교 때 방송반이던 친구들이 있어서 매일 아침 일찍 학교에 와서 음악을 틀었는데 이것이 방송반의 시작이 됐다.

  유네스코 학생회도 창립했다. 유네스코 학생회 창립을 위해 무턱대고 명동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건물의 담당부서로 쳐들어갔다. 학생회장이 직접 창립을 제안하면 큰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는데 고인이 되신 이광영 당시 간사께서 금년에는 신설계획이 없다고 하셨다. 살짝 기분이 상해 이미 설립된 대학 리스트를 보았더니 몇 개 대학밖에 없는 중에도 서울대는 단과대학별로 있는게 아닌가. 아무리 캠퍼스가 흩어져 있어도 한 대학인데 어쩌구 하면서 한참을 쫀쫀하게 얘기를 하고 나왔는데 다행스럽게도 나의 열성이 잘 전달되어 그해 겨울행사에 참관인으로 참가하고 그 다음 해에 창립하게 됐다. 이 일로 이세기 전 의원께서는 “아, 그 말 잘한다는 학생회장이군” 하면서 놀리셨고 김문환, 이광영, 김수자, 이돈환, 이계경, 손봉락, 김두영, 이영덕 및 조철환 선생님과 같은 귀한 분들과 교분을 나누는 행운을 누렸다.

  연극반 창립은 더 공을 많이 들였었다. 그때 한창 주목을 받고 있던 실험극장을 졸졸 따라다니며 김의경 대표님의 조언도 듣고 당시 대학문화를 이끌었던 서강대의 절친 J형과 그의 친구 K형의 헌신적인 도움도 받으면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기획을 맡아 창립공연 준비에 전력투구했었다.

  그 당시 약대는 퀴즈도 자주 보고 평일 8시간 토요일 4시간으로 주당 44시간 수업이어서 이 모든 일을 방과 후나 수업시간을 빼먹고 했다. 신문사도 시간을 많이 뺏는 일이어서 그야말로 나의 학창시절은 대학문화 창달에 몸 바치느라 틈틈이 공부를 한 셈이었다.

  어떻게 그 많은 일을 저질렀나 싶지만 그것이 바로 젊음의 특권이자 내 삶의 실마리였다. 약대생이 신문 만드는 기술을 어디에 쓰겠냐며 매번 다음호부터는 그만두어야지 노래를 불렀는데 신문주간을 서너 번 한 것을 보면 그 경력이 교수로 임명되는데 도움이 되었지 싶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에 몰입한다.

  뒤돌아보니 이 같은 열정 외에 또 한 가지 꼭 필요한 건 해야 할 일을 미루면 적어도 가슴은 두근두근하며 지내다가 마감에 쫒기면 순식간에 해치우는 뚝심이 있거나 아니면 평소에 차근차근 준비를 해 두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뭔가를 찾아 헤매지만 말고 내 손에 쥔 것, 내 앞에 펼쳐진 것에 풍덩 빠져서 두근두근, 아니면 차근차근 살면 후회는 없다고. 

  무슨 일에나 왕도가 따로 없다고 믿는 선배가 정년을 맞아 하는 이야기이니까 흘려듣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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