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홍성희 (영문 01)
아버지
세상에는 녹슬지 않아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살아서나 죽어서나 목 터지게 소리 질러야 하는 때가 꼬 한번은 있음인가요.
꽃을 버리느 나무의 격한 향기와 함꼐 아침마다 벼들으 무참히 쓰러졌습니다.
성성한 새벽 노을을 손에 묻힌 채 땅 깊은 곳에 어둠을 퍼올리던 삽 한 자루가 있습니다.
아버지는 살 없는 죽은 논 그 흙물에 서늘히 젖어 계셨습니다.
왜 논바닥에 머리를 박고서도 그리 섧게 우는지 우리는 촛불처럼 떨리는 눈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일부러 지붕 새는 얘기만 꺼내식
어찌 제 목숨만 건지려 하시는지요,
죄 없이 약한 저희더러 누굴 용서하라 하시나요,
아버지가 된 일을 후회하지 마세요.
소작인으로 기대 살지라도 더욱 아름다운 갈대처럼 살아 온 당신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는 오히려 하늘이 보입니다.
구름 밖에도 구름이 있고 하늘 밖에도 하늘이 있습니다.
바위틈에서 솟는 약수처럼 가슴 뚫으며 살아 지켜야 할 이 땅이 있습니다.
다음 올 그 푸른빛 봄을 당신은 보지 않나요.
살찬 당신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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