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예술을 동시에 담은 분자요리
과학과 예술을 동시에 담은 분자요리
  • 노순배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셰프
  • 승인 2011.10.1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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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을 새로운 형태로 변형시키되 각 식재료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게 조리한 것을 분자요리라 한다. 외국에선 1990년대 후반 처음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전문 레스토랑 오픈으로 분자요리가 이슈화되고 잠시 주춤하더니 지난해 한국 입양아 출신인 세계적인 분자요리 전문가 상훈 드장브르가 서울 ‘고메 2010’ 행사로 내한하면서 다시 분자요리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분자요리는 요리도 과학과 예술성이 가미된 융합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분자요리란 무엇인가
  분자요리는 요리재료의 조직 및 질감, 요리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 분석해 새로운 음식궁합을 찾고 이를 통해 기존에 전혀 없었던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내는 요리다. 음식 및 조리과정의 구조를 가학적 연구와 실험을 통해 해체, 분석함으로써 그 기본구조와 원리를 이해하고 음식의 맛을 감별할 수 있는 조리방식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요리영역이다.

  분자요리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물리학 교수 니콜라스 커티가 이탈리아 학회에서 처음 ‘분자물리요리’라 명명하여 탄생했다. 그 후 학회 참가자인 프랑스 조리과학자 에르베 티스는 많은 조리과학자, 조리사를 통해 그들이 하는 요리를 분자요리, 분자 미식학(molecular gastronomy)이라는 영역의 학문으로 발전시켰다.

  분자요리의 기본은 재료가 가진 맛과 향을 유지하면서 형태를 자유자재로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것이며, 다양한 형태 속에서 독창적인 예술성을 찾는 것이다. 분자요리는 예술성을 바탕으로 세계 양식문화를 주도하며 매스컴의 주목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어내 미식문화의 패러다임을 창출했고, 전 세계 미식문화를 이끌었다. 세계적인 요리사 및 평론가가 선정한 산 펠레그리노 ‘세계 베스트 레스토랑’에 의하면 순위 10위 안에 절반 이상이 분자요리 레스토랑으로 분자요리가 미식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스페인 ‘엘 불리’ 레스토랑의 셰프인 페란 아드리아는 대표적인 분자요리 셰프로 그가 레스토랑 및 스페인에 미친 경제적 파급효과는 대단했다. 그는 과학적 요소에 예술성까지 가미시킨 분자요리로 음식의 트렌드를 주도했다.

기존 요리와 분자요리의 차이
  기존 요리와 분자요리의 조리방법 차이는 콘소메 스프(고기나 야채를 삶은 물을 걸러서 만든 향이 은은하고 맑은 스프) 조리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존 요리는 콘소메에 익힌 아스파라거스와 완두콩을 넣어 스프로 고객에게 제공했다면 분자요리는 이와는 다르게 만드는 재료를 변형한다. 아스파라거스를 갈아서 완두콩 모양으로 만들고 완두콩은 갈아서 아스파라거스 틀에 넣어 아스파라거스 모양으로 만든다. 그 뒤 콘소메에 완두콩 맛의 아스파라거스와 아스파라거스 맛의 완두콩 캐비아 요리를 꾸며 올리는 것이다. 이때 식사를 하는 사람의 뇌에는 색다르고 전혀 다른 맛을 불러일으키는 착시현상이 생겨 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분자요리의 특징
  분자요리의 특징은 과학적·실험적 성격, 해체주의적 특징, 특별한 조리기구나 시설, 트롱프뢰유, 코스와 맛의 경계 허물기 효과, 감각 디자인 추구, 병렬구조 형태의 맛과 구성 등을 주로 들 수 있다.

  그 중 트롱프뢰유는 속이는 기법으로 실제 고객에게 비치는 내용물에 착시현상이 가미돼 고객의 지적인 경험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치닫게 만든다. 예를 하나 들자면 분자 사과요리를 고객들은 단지 사과 하나로 생각해 실망한다. 그러나 이 사과 모양의 디저트에는 여러가지 분자 조리기법과 조리과학이 숨어있다. 우선 사과즙과 설탕을  졸여서 굳기 전에 반죽한 후 작게 잘라 공 모양을 만들고 펌프로 공기를 천천히 주입해 사과 모형을 만든다. 그리고 사과 속에는 사과 베이스와 질소 가스로 만든 가벼운 소스를 액화질소에 넣어 순식간에 얼린 후 분쇄기에 갈아 만든 분말 사과가루 아이스크림을 채워 넣는다.

  이처럼 분자요리는 각 식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해 기존 요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조리과학이 가미된 조리방법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다양한 조리방법 중 특히 진공·저온 조리법, 거품 추출법, 구체화 기법 등이 분자 조리기법을 대표한다.

한식의 세계화와 분자요리
  국내 분자요리의 방향을 제시한다면 우리보다 앞서 있는 일본 및 유럽의 선례에서 그 답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들은 그들의 전통요리에 분자기법을 사용해 고객에게 흥미를 유발시키며 음식문화를 발전시키고 있다.

  국내에도 최근 한식의 세계화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면서 세계적 열풍인 분자요리를 한식에 접목시키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에 따라 각 식당들은 한식에 분자 조리방법 등을 가미한 신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진공·저온 조리법을 이용해 삼겹살과 육류의 단백질의 파괴를 최소화하고 최고의 맛을 이끌어 내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 일부 한식 레스토랑이나 갈비집에선 분자기법 등을 이용해 삼겹살, 갈비찜, 불고기 등을 저온 조리방법으로 조리한다. 그 외에 한식 재료로 막걸리 폼 소스(foam sauce, 거품형태의 소스)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또한 한식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국내 양식 레스토랑에서도 꾸준하게 개발·연구되는 조리기법 중에 하나가 바로 수비드(sousvide, 진공저온 요리법) 조리방법이다. 수비드는 한식에 접목이 가능한 가장 우수한 조리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기존 맛의 간소화 연구에 조리과학 요소를 첨부해 꾸준히 메뉴를 연구, 발전시킨다면 분자요리가 한식의 세계화에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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