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은
  • 조연지 기자
  • 승인 2012.04.17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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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들은 시지프에게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끊임없이 굴려 올리는 형벌을 내렸었다. 그런데 이 바위는 그 자체의 무게 때문에 산꼭대기에서 다시 굴러 떨어지곤 했다. 무용하고 희망 없는 노동보다 더 끔찍한 형벌은 없다고 그들이 생각한 것은 일리 있는 일이었다.                                    - p.183.

  학교에서 다시 집에 돌아갈 때 버스 차창 밖을 보면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나’ 싶을 때가 있다. 언제나 다람쥐 쳇바퀴 돌듯 빙글빙글 돌아가는 인생,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면 오늘과 같은 내일이 오는 것이다.
  이런 쳇바퀴 도는 인생은 까뮈가 살던 1990년대 초반이나 지금이나 같았나  보다. 까뮈는 우리의 인생을 시지프 신화에서 찾았다. 열심히 돌을 굴려 올라가도 다시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돌, 그 돌을 다시 가지러 내려가는 아주 잠깐 동안의 행복. 까뮈에겐 이 모든 것이 부조리에서 출발한다.

 

  나는 이 사람이 무겁지만 한결같은 걸음걸이로, 아무리 해도 끝장을 볼 수 없을 고통을 향하여 다시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본다. 마치 내쉬는 숨과도 같은 이 시간, 또한 불행처럼 어김없이 되찾아오는 이 시간은 곧 의식의 시간이다. 그가 산꼭대기를 떠나 제신의 소굴을 향하여 조금씩 더 깊숙이 내려가는 그 순간순간 시지프는 자신의 운명보다도 더 우월하다. 그는 그의 바위보다 더 강하다.    - p.186.

  정신없이 시간에 쫓겨 살다가도 문득 생각이 든다. 매일 가는 학교,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집. 정확히 짜여진 시간표, 공강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해가 져 있고 우리는 이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다. 교수님의 출석체크가, 학점이, 장학금이,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취업이, 더 넓게 보자면 인생이 우리를 옭아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저 멀리서 나 자신을 바라 볼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 “어느 날 문득 ‘왜?’라는 의문이 솟아오르고 놀라움이 동반된 권태의 느낌 속에서 모든 일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부조리의 각성이다.
인간이 부조리를 깨닫게 되면 두 가지 선택지가 생긴다. 하나는 돌 굴려 올리기를 멈추어 버리는 것. 즉, 자살이다.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는 것, 그것은 보이지 않게 마음속이 침식당하여 골병이 들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중략) 삶이 무엇인지를 또렷하게 직시한 나머지 결국은 광명의 세계 밖으로 도피해버리게 되는 죽음의 유희, 바로 이것을 추적하여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p.17.

  또 하나는 시지프가 택하고 있는 희망이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이 살아가는 날들의 주인이라는 것을 안다. 인간이 그의 생활로 되돌아가는 이 미묘한 순간에 시지프는 자기의 바위를 향하여 돌아가면서 서로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이 행위들의 연속을 응시한다. 이 행위들의 연속은 곧 자신에 의해 창조 되고 자신의 기억의 시선 속에서 통일되고 머지않아 죽음에 의해 봉인될 그의 운명이 되고 있는 것이다.                                      - p.188.

  문득 왜 그렇게 살고 있는지를 깨닫더라도 우리는 결국 일상으로 복귀한다. 부조리를 망각하려 하는 것인지, 삶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자살하기엔 너무 나약한 것인지 몰라도 대부분의 우리는 계속해서 돌을 굴려 올린다. 힘겹게 굴려 올려 정상에 올려두면 그 돌은 다시 땅 밑으로 떨어진다. 그렇다 해도 우린 다시 그 돌을 잡으러 내려간다. 그 때에 비로소 우리의 운명은 우리의 것이고, 우리의 바위도 우리의 것이다. 삶의 부조리를 인식하고 그대로 받아들일 때 “본연의 침묵으로 되돌아간 우주 안에서 경이에 찬 작은 목소리들이 대지로부터 무수히 솟아오른다.”

 

  산다는 것은 곧 부조리를 살려놓는 것이다.      - p.83.


*쪹알베르 까뮈 <시지프 신화>, 김화영 역, 책세상,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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