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특례입학, ‘실력’일까 ‘특혜’일까
연예인 특례입학, ‘실력’일까 ‘특혜’일까
  • 이수현 기자
  • 승인 2013.03.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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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동행①

 

대학의 기하급수적 증가와 대학 자체의 의미변화로 인해 이제 대학도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했다. 이러한 대학경쟁사회에서 효율적으로 대학의 홍보·발전을 추구하는 2가지 방법이 있으니 바로 연예인 특례입학과 대기업 인수다.

 

  별다른 시험 응시 없이 ‘특기’를 인정받아 대학에 입학하는 이른바 ‘특례입학’이 있다. 매년 입시철, 특례입학은 대학 수험생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다. 올해도 어김없이 적지 않은 수의 연예인들이 국내 유수 명문대에 입학을 앞두고 있다.

  특례입학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그 뜻을 확실히 하고 갈 필요가 있다. ‘특례입학’이란 대입 전형의 다양화, 특성화 정신에 따라 교과 성적뿐 아니라 학생의 소질과 적성, 특기, 소양 등을 반영하여 선발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특별 전형’을 통한 입학을 뜻한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94년 도입됐다.
수험 성적이 아닌 개개인의 능력과 성과, 소양을 평가한다는 것인데 남들보다 먼저 사회에 뛰어든 연예인들에게 딱 걸맞은 전형이다. 대학들은 일찌감치 ‘방송 연예 활동 경력’이 있을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연예특기자들의 입학을 우대해왔다.

  ‘연예인’과 ‘대학’, 그 불편한 동행
  대부분의 특례입학 연예인들은 대학이 공시한 ‘지원 자격’에 부합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비난받는 이유는 평가 과정에서 이들의 ‘유명세’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해 일반 수험생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빚어진다는 것이다.

  연예인이 특기자로 지원하는 전공은 크게 ‘연기’와 ‘실용음악’,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의 대부분은 ‘특기자 전형’을 신설, 운영하고 있다.

  성균관대의 경우 영상학과, 스포츠 과학과, 연기예술학과에서 특기자 전형을 운영 중이다. 연예인 특기와 관련이 깊을 수밖에 없는 ‘연기예술학과’에서는 매년 수시 특기자 전형을 통해 10명을 선발하는 데 서류접수(30%)와 면접 및 실기(70%)를 통해 평가한다. 서류 접수 시에는 자신의 실적 증비자료가 담긴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한다. 이때 지원 자격은 △연기/연출 관련 경진대회 또는 모델 선발대회 등 입상자 △연극, 뮤지컬, 영화, TV, CF 등 연기/연출 분야 활동 경력자 △연기/연출 관련 전문교과 이수자 또는 연기/연출 관련 재능 보유자이다.

  이렇듯 대학들은 나름의 타당한 특기자 전형을 신설해 놓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실기고사와 실적(방송출연 횟수, 음반발매, 무대공연 횟수 등)을 평가에 상당 수 반영하는 형태인 탓에 연예인이 상당히 유리함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면접’ ‘실기’ 형태로 이뤄지는 전형에서 그 기준이 애매하고도 의도적이라는 지적이다.

  “입학은 했지만, 수업은 못 들어요”
  유령 대학생, 그들은 왜 대학에 가야 하는가?
  입학만 하고 대학 생활을 전혀 하지 않아 유령 대학생으로 전락하는 스타들의 특기자 입학은 일반 학생들과의 형평성 면에서 꾸준히 지적을 받아왔다. 이 점에서 연예인들은 일반 대학생들에 비해 호의적인 성적 방식을 부여받는 다는 지적도 들린다. 지각, 결석을 일삼아도 학점을 부여받는 등 일반 재학생과는 다른 ‘특별 관리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학과 연예인은 계약관계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자신의 주력이 아닌 전공에 입학해서 비판받는 연예인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가수는 꼭 실용음악과에, 배우는 연극영화학과에 가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지나친 편견이다. 대학은 학문을 배우는 곳이지 배운 학문을 평가받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지원하는 행위는 제3자가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선발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공정한 경쟁을 거쳐 지원 자격에 충족하지 못할 경우 탈락하면 된다. 입시에서 탈락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대학은 연예인 입학에 있어서 홍보라는 목적을 갖고 입시 특혜, 우선권을 주고 있다.

  대중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면 대중은 좋든 싫든 그 대상에 대해 완벽하게 인지하게 된다. 따라서 홍보에는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것만큼 좋은 것이 또 없다. 하지만 교육 기관인 대학의 홍보라면 말이 달라진다. ‘홍보’에 대한 대학의 일차원적이고 짧은 생각이 이같은 논란을 증식시켜왔다.

  연예인과 대학의 ‘계약’ 관계, ‘거래’ 관계에서 대학은 잃을 것이 없다. 일찌감치 대학 홍보에 특례입학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대학들은 너도나도 특기자 전형이라 이름 붙여진 사실상 연예인 전형을 만들었다. 아예 연예인에게 최적화된 전형을 신설하는 것이다. 매일매일 일거수일투족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노출되는 그들의 직업 특성에 묻어가겠다는 의도다. 이렇듯 특례입학에는 연예인과 대학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정착되지 않은 특례입학 문화 탓,
  명확하고 타당한 기준 마련해야

  특례입학 논란의 핵심은 ‘형평성’이다. 연예인의 특례입학이 일반 수험생들과의 경쟁에서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성적과는 별개로 특기자를 골라내겠다는 취지의 전형에 형평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리가 있다.

  변질된 특례입학을 바로잡기 위해서 우리는 대학을 조금 질타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이고도 현실적인 해결 방안은 대학이 나서는 것이고 그런 대학이 나서도록 대중은 압박을 가해야 한다.

  대입 관련 기준에 대한 형평성을 지켜야 할 사람은 대학 당국이다. 선발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형방법 및 평가방법에 있어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이 교육의 장으로서 자아성찰의 노력없이 지금의 모호하고 소신 없는 입시 제도를 유지한다면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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