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역사 속에서 잊혀져가는 차미리사
93년 역사 속에서 잊혀져가는 차미리사
  • 장우진 기자
  • 승인 2013.04.15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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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학기념일에 차미리사 없다? 학내 구성원의 관심 필요해

  창학을 기념할 수 있는 행사가 부족하다
  오는 19일은 우리대학이 창학 93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다. 지금으로부터 93년 전인 1920년, 우리대학의 설립자인 차미리사 선생(이하 차미리사)은 3.1 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여성 교육을 위한 ‘조선여자교육회’를 조직했다. 그리고 그해 4월 19일, 한국 근세 교육사에서 최초의 여성 야학이자 우리대학의 시원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여자야학회’를 설치했다. 이것이 근화학원, 덕성학원 등의 명칭을 거쳐 지금의 ‘덕성여자대학교’로 발전하게 됐다.

  교육의 기회가 없는 가정부인을 교육하기 위해 세워진 조선여자야학회는 여성사, 교육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대학 역시 차미리사의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우리대학의 역사를 부각시키기 위해 덕성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조선여자야학회가 세워진 4월 19일을 창학일로 삼았다.

  이렇듯 우리대학의 창학일은 차미리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창학일은 우리대학의 생일이라는 의미에만 그칠 뿐, 그 속에서 차미리사를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물론 매년 6월에는 ‘차미리사 추도식’이, 10월에는 ‘차미리사 기념 주간’이 따로 열려 이를 통해 차미리사를 기리고 그 뜻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곤 한다. 그러나 4월 19일 우리대학의 창학일이야말로 차미리사의 이념이 실현된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차미리사를 추도하고 그 뜻을 기념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차미리사 정신을 주제로 삼은 학술대회, 우리대학의 역사와 차미리사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사진전, 기념 음악회 등 차미리사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의미 있는 행사를 개최했던 3년 전 창학 90주년 이후로는 이렇다 할 기념 사업이나 행사가 열리지 않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매년 진행돼 왔던 창학 기념식이 오는 18일 우리대학 약학관 아트홀에서 열리긴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우리대학이 따로 준비하고 있는 행사는 없다.

▲ 거창한 행사가 아니더라도 차미리사를 기리는 학우 개개인의 관심과 노력이 있다면 창학기념일은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학우들이 흥미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해 창학일과 차미리사를 기념할 수 있는 행사가 없다는 것은 자연스레 창학일은 물론 차미리사에 관한 관심 저조로 이어진다. 이은아(국어국문 3) 학우는 “행사가 열린다 해도 관심을 갖거나 참여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학생들의 구미를 당기고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행사가 없는 것도 아쉽다”며 “행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학내 구성원들의 관심과 노력이 선행돼야
  그렇다면 창학일을 맞아 이를 기념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학우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대학 차원의 창학 기념 행사가 아닌 학우 개개인이 차미리사에 대한 관심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창학일은 의미를 갖는다. 차미리사 평전을 읽거나 차미리사의 묘소를 방문하는 것도 하나의 실천이 될 수 있다. 평소 차미리사 묘소는 외부인의 무분별한 출입을 막기 위해 잠겨 있다. 그러나 관리실에 묘소 방문을 요청한다면 학내 구성원 누구나 방문이 가능하다. 물론 추도식 등의 행사를 통해 차미리사 묘소를 방문하고 있지만 학우 개인이 자발적으로 방문해 창학을 기념하고 차미리사를 기린다면 그 의미는 더 커질 것이다.

  한편 거교적 차원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 하나의 방법으로 ‘차미리사 훈장 돌려받기 사업’이 있다. 차미리사는 2002년, 여성독립운동가의 계몽의식을 함양시킨 공훈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애족장)을 추서 받았다. 훈장은 우리대학이 독립운동가가 설립한 민족사학이란 증표로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훈장과 훈장증은 유족만이 보관할 수 있다는 규정 탓에 직계자손이 없는 차미리사의 훈장과 훈장증은 현재 국가보훈청에서 보관중이다. 우리대학은 훈장을 우리대학에서 보관하기 위해 이를 보훈처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총학생회 측은 본지 606호 <차미리사 국가훈장 전수 위해 모두가 힘써야> 기사에서 ‘훈장 돌려받기 엽서쓰기’ 사업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석자은 부총학생회장은 “현재 새터와 총학생회 마당사업 등을 통해 사업을 일부 진행하면서 엽서를 모았다. 앞으로도 꾸준히 엽서쓰기 사업을 이어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차미리사 평전의 저자인 한상권(사학) 교수는 “유족이 받는다는 규정을 깨고 돌려받는 것이기 때문에 학내 구성원 전체가 훈장의 관리에 대한 의지와 준비를 보여야 훈장을 반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창학일을 맞아 훈장반환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창학일을 기념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고 훈장 돌려받기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관심을 촉구했다.

  창학일이 수일 앞으로 다가왔다. 덕성인 모두가 축하해야 할 뜻깊은 날이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무관심 속에서 휴일로 전락해버린 창학일이 차미리사의 정신을 되새기고 우리대학의 설립을 기념하는 날이 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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