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스, 우리의 자아를 찾는 거울
딥스, 우리의 자아를 찾는 거울
  • 장우진 기자
  • 승인 2013.11.04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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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살 때 알파벳을 깨치고 고전음악의 제목을 외웠음에도 황폐한 가정 환경 속에서 사회부적응아가 된 6살 소년 딥스는 어떻게 건강한 자아를 되찾았을까. 최미경(아동가족) 교수에게 우리의 거울이 될 딥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교수님의 평소 독서생활은 어떤가요
  중·고등학교 때 문학전집을 좋아했는데 이것이 이어져서 대학시절에는 문학과 종교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최근에는 전공인 아동심리상담과 관련된 도서, 그리고 뇌과학에 관련된 책들을 주로 읽고 있다.

  <딥스>를 추천도서로 선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 학생들이 외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할 때면 내게 찾아와 “특이한 아이가 있는데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딥스>는 아동심리상담의 훌륭한 고전이지만 어렵지 않고 분량이 짧다. 때문에 중간고사가 끝난 지금, 학생들이 가볍게 시간을 내 읽어본다면 자신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향후 봉사활동 등에서 아이들과 마주할 때 보다 성숙한 이해의 자세를 갖출 수 있으리라 생각해 선정했다.

  <딥스>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딥스는 이 책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6살인 딥스는 경제적으로는 유복하지만 부모로부터 원치 않은 자식 취급을 받으며 감정적으로 메마른 가정에서 자라 자아가 매우 연약해진 아이다. 자아가 불안정한 딥스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모는 딥스를 정신지체아로 몰아간다. 그런 딥스가 적절한 시기에 아동심리 치료사 액슬린 선생을 만나 놀이치료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이 책에서 액슬린 선생은 놀이치료 과정을 ‘아이가 온전히 주도하는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딥스의 놀이와 관련해 권유와 평가를 일절 하지 않은 채 그저 놀이를 지켜보며 그의 말에 대답만 하는데요. 이런 놀이치료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강요와 억압을 당한 딥스는 자아가 무척 약하다.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아이들은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이나 선택을 하지 못하는데 놀이는 그를 발달시키기 위한 훈련이다. 장난감을 고르고 놀이방식을 선택하면서 딥스는 올바른 자아를 형성해 간다. 액슬린 선생이 딥스의 놀이를 지켜보며 딥스의 사소한 말에도 반응하는 것, 특히 “이것은 토끼예요”라고 말하면 “그래 그것은 토끼구나”라는 식으로 딥스가 사용한 언어를 이용해서 대답하는 것은 선생님이 그의 말을 듣고 있다는 이해의 표현이다. 그러나 평가는 자칫하면 행동의 제약이 될 수 있기에 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이라면 대부분 비판하지 않고 수용한다. 딥스가 선생님의 가치에 영향을 받지 않고 보다 주도적으로 놀이시간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액슬린 선생은 딥스의 행동을 칭찬하거나 평가하지 않은 것이다.

  액슬린 선생 외에도 학교에는 딥스에게 다가가려하고 그를 이해하려한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딥스가 액슬린 선생에게만 마음을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학교의 선생님들도 딥스를 사랑으로 대하고 이해하려 한 것은 맞다. 그러나 학교라는 기관은 다수에 대한 교육을 목적으로 하기에 선생님은 어쩔 수 없이 선생님이 정한 특정 목표에 따라 아이를 이끌고 가려 한다. 반면 액슬린 선생과 같은 아동심리 치료사는 가르치려 하기보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아이의 행동을 지지한다. 딥스는 액슬린 선생이 자신을 이해하고 격려한다는 것을 느끼고 조금씩 마음을 연 것이다.

  놀이치료 과정에서 딥스는 병정인형 중 하나를 ‘아버지 인형’으로 정하고 그 인형을 모래무덤에 묻거나 인형을 향해 총을 쏘는 시늉을 하는 등 다소 공격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이것이 아이의 폭력성을 의미하는 건가요
  아버지 인형을 매장한 딥스의 행동은 자신을 가뒀던 아버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억울함의 표출이지 폭력성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는 놀이치료 과정에서 아이들이 보이는 지극히 일반적인 반응인데 성인이 부당한 일을 언어로 토로하듯 아이들은 놀이라는 언어를 통해 표출한다. 심한 경우는 대상물을 토막 내는 등의 거친 방식으로 자신이 겪은 억울함을 표출하는데 이 같은 감정표현이 상담사의 공감을 얻음으로써 아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딥스도 아버지 인형을 공격하는 행위로 표출된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액슬린 선생에게 이해받으며 점차 해소하고 이 과정을 지나며 한 단계 성숙한다.

  이 책의 초반, 딥스는 “딥스, 넌 외투를 벗어야 해!”라며 스스로를 3인칭으로 지칭합니다. 그러나 액슬린 선생님과의 놀이치료가 진행됨에 따라 이 습관은 사라지고 자신을 “나”라고 지칭하게 되는데요, 이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자신을 3인칭으로 지칭한다는 것은 상처로 인해 아이의 자아가 매우 연약해진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딥스는 집에서 수많은 부정과 거절로 상처받은 아이다. 학대받는 아이는 고통받는 자신과 그것을 관조하는 자신을 분리해 타인과 같이 여기는 방식으로 고통을 벗어나려 하는데 딥스가 전형적인 사례다. 놀이치료를 통해 웃지도, 타인과 대화하지도 않던 딥스는 점차 건강하고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해간다. ‘나’를 ‘딥스’라고 칭하던 습관이 사라진 것은 딥스가 상처받은 자신까지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됐다는 뜻이다.

  끝으로 이 책을 통해 덕성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학생들이 <딥스>를 읽고 타인을 이해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인간관계를 맺을 때 자신의 기준에 따라 타인을 평가하고 정의하기 쉬운데 상대의 입장에서 ‘이 사람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감이 필요한데 이런 공감의 기초는 무엇일까. 바로 자신에 대한 이해가 있을 때 타인에 대한 공감도 성립된다. 나를 이해하고 나를 사랑하는 덕성인이 되길, 나아가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덕성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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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서재’를 읽고 11월 13일(수)까지 덕기자 페이스북(www. facebook.com/press.duksung)에 짧은 소감을 남겨주시는 분 중 한 분을 선정해 최미경 교수님의 메시지가 적힌 추천도서 <딥스>를 선물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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