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위험의 사이버화와 프라이버시권
기술위험의 사이버화와 프라이버시권
  • 김종길 덕성여대 사회학과 교수
  • 승인 2014.06.10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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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기술이 현대사회와 일상 속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 단순히 유용성과 편리성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며,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기술적 부작용과 사회적 역기능을 수반한다. 기술위험(technological risk)으로서의 전자감시와 프라이버시 침해도 이런 부작용 중의 하나이다.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수위이지만 보안률은 최하위라는 국제 비교 조사결과나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대규모 인터넷 개인정보 유출 보도 그리고 갖가지 인터넷 마녀사냥은 ‘몸통은 어른, 머리는 유아’인 한국 정보사회의 기형적 현실을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본고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확대·심화되고 있는 프라이버시 침해의 발생 양태와 주요 유형을 인간 정체성 및 존재감에 대한 도전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 패러다임의 전환적 함의를 천착한다.

디지털 프로파일링과 프라이버시 침해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사실에 입각한 개인정보의 유출 및 오남용뿐만 아니라 이른바 ‘디지털 프로파일링(digital profiling)’을 통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온라인 네트워크는 여러 곳에서 독립적으로 수집되고 저장된 데이터베이스들을 순식간에 연결하고 통합함으로써 개인의 신상뿐만 아니라 정치·경제 활동에 이르는 광범위한 행동특성들을 제공한다. 

  정보통신망에서의 프라이버시보호가 헌법상 인격권인 사생활 보호와는 달리 자기에 관한 정보를 관리·통제할 수 있는 권리까지 포괄하는 적극적 의미로 확장된 직접적 계기는 바로 온라인 네트워크로 연결된 데이터베이스의 가공할 만한 프로파일링과 가상정보의 위협 때문이다.

 

▲ 퍼레이드 출판사 랜디 시걸(Randy Siegel) 사장이 제작한 옵아트 <구글 2084>이다. 전세계 최대 검색 포털인 구글을 미래 전자감시사회의 상징으로 여기며 2084년 구글의 모습을 예상한 것이다.

 

데이터머징과 프라이버시 침해
  두 개 이상의 파일을 묶어 하나의 새로운 파일로 만드는 데이터머징(data merging)이 프라이버시 침해의 새로운 원천으로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머징을 통한 프라이버시 침해는 기존의 그것과 차원을 달리 한다. 컴퓨터가 한 개인의 디지털 정보에 부연된 전자적 사실로부터 그의 정체성 전반을 추론하는 것에서 나아가 제3자가 자신의 편의대로 타인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데이터로부터 특정 개인에 대해 추론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인터넷 시대 이전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이러한 추론과 그 유포는 루머 수준으로 격하되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온라인 네트워크 시대가 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특정 개인에 대한 추론 자체가 그 개인의 디지털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 주요 일부가 된 것이다.

검색 정보와 프라이버시 침해
  웹 검색 도구와 기능이 갈수록 강력해져 누구나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검색과 관련된 프라이버시 침해가 양산되고 있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어떤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단지 도서관의 신문철이나 마이크로필름의 형태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는 한 번 알려진 정보의 유효기간이 사실상 ‘무한대’로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누구나 쉽게 아무 때나 접근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 도구를 통한 프라이버시 침해는 향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재는 주로 정보나 지식의 탐색 차원에서 이용되는 온라인 검색의 범위가 미래에는 사용자 관계망을 포함한 전방위 검색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검색기술의 발전 추이와 속도를 감안할 때 머지않은 미래에 내 과거와 현재 및 미래는 물론이요 심지어 내 머리 속까지 검색할 수 있는, 그래서 ‘검색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는 슈퍼 검색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시간 모니터링 정보와 프라이버시 침해
  온라인 네트워크 시대에는 개인의 물리적 동선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추적된다. 신용카드회사는 고객이 언제 어디서 결제를 하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으며, 주요 시설물 입구에 설치된 전자 보안게이트는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의 몸무게를 기록하고 매 출입시 몸무게 변동 상황까지 체크해 저장·전송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업체들 역시 자신의 상품을 효과적으로 마케팅하기 위해 웹사이트 방문자들을 직접 모니터한다(Michelfelder, 2001: 135). 예컨대, 잠재적인 구매자가 원하는 아이템을 찾았지만 구매를 주저하고 있다면 이 사이트의 고객 지원실 담당자는 도움이 필요한지를 묻는 팝업 이메일 메시지를 즉각 그 사람의 컴퓨터에 발송한다. 이 같은 ‘고객지원’의 성격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같은 행위가 명백히 프라이버시 침해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침해 사안은 고객의 ‘동의 부재’이다. 그렇지만 ‘동의 부재’만으로는 왜 이런 방식의 정보 모니터링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인지를 충분히 해명해주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온라인 고객지원실이 직접적으로 어떤 사람의 웹사이트 동선을 관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개인정보를 수집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시간으로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의 클릭 동선을 추적함으로써 고객 지원실 담당자는 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추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의사결정 과정과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 수집이 강화되고 다변화되며 새로운 유형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논의의 방향과 타깃도 바뀌었다. 첫째, 프라이버시 침해는 더 이상 사회적 명사나 인기 연예인과 같이 특별한 범주에 속하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전면적 사회문제군의 하나가 되었다. 둘째, 각종 스마트 카드나 영상정보를 통해 개개인의 행동과 활동 내역이 세세하게 기록되고 재구성된다. 이에 따라 감시는 본래의 예외성을 상실하고 점점 더 틀에 박힌 사회적 관례의 하나가 되어 간다. 셋째, 점점 더 개인정보가 행동의 기준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며, 정보처리 과정도 개인의 미래 행동을 주조하고 조종하려는 장기적 조작전략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 이 글은 김종길 교수가 2009년 5월 발행된 한국사회이론학회의 학술지『사회이론』에 게재한 논문, <기술위험의 사이버화와 프라이버시권> 중 ‘7. 정보통신기술의 진화와 프라이버시 침해의 2)온라인 네트워크 단계’를 발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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